‘뒤웅박’ 신세가 된 미국 크라이슬러

  • 등록 2007.05.16 14: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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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사모펀드에 팔려…매각가격도 9년 전의 20%
과도한 복지후생 등 방만한 경영이 빚은 결과
일본ㆍ중국에 샌드위치된 한국도 정신 바짝 차려야

미국 크라이슬러자동차의 사정이 참 딱하게 됐다. 1998년 독일 다임러에 팔려 가 살림이 피는가 싶더니 끝내 형편이 나아지지 않아 이번에는 사모펀드에 팔려가는 신세다. 팔리는 가격도 예전만 못하다. 새로 주인이 되는 사모펀드 서버러스 캐피털 매니지먼트는 74억달러를 쳐주겠다고 했다. 9년전 다임러와 합병하면서 받았던 360억달러의 5분의 1 가격이다.

1925년 월터 P. 크라이슬러가 설립한 크라이슬러자동차는 1940년대에는 포드자동차를 제치고 미국의 빅2로 부상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70년대 후반 세계적인 오일쇼크로 경영난을 겪은 뒤 기울기 시작했다. 한때 아이아코카 회장이 경영을 맡으면서 기사회생하는 듯 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도 잠시잠깐 다시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98년 독일 다임러와 합병할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이후 크라이슬러는 GM, 포드에 이어 빅3의 지위를 유지했으나 지난해에는 시장점유율이 12.9%로 떨어지면서 일본 도요타에 3위 자리를 내주고 4위로 밀려났다.

지난해에만 15억달러의 적자를 낸 크라이슬러는 16%에 이르는 1만3,000여명을 감원하는 등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더욱 혹독한 시련을 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새로 들어오는 주인이 바로 사모펀드이기 때문이다. 이익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게 바로 사모펀드다.

서버러스는 크라이슬러를 인수하면서 180억달러에 이르는 종업원들의 연금과 건강보험료, 부채 등을 떠안기로 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이렇게 많은 돈을 회수할 수 없다. 결국 대량해고와 임금삭감, 공장폐쇄, 판매망축소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 뻔하다. 크라이슬러 임직원들의 피눈물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크라이슬러는 왜 투기자본인 사모펀드에게까지 팔려갈 수 밖에 없는 처량한 신세가 되었을까. 한마디로 말하면 너무 방만한 경영을 했기 때문이다. 생산성을 따라가지 못하는 높은 임금인상, 퇴직자의 건강보험료까지 내주는 과도한 복리후생, 시장의 수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안일한 경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이다. 경영진도, 노조도 경쟁력강화는 등한히 한 채 자신들의 복지에만 신경을 쓴 나머지 오늘날 이런 고초를 겪고 있는 것이다.

회사살림이 어려워 주인을 자주 바꿀 수 밖에 없는 크라이슬러의 딱한 처지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연례행사처럼 파업이 되풀이되고, 여전히 투명경영을 의심 받고, 파이를 키우기보다는 당장 손에 쥐는 이익에만 급급하는 노사문화가 개선되지 않는 한 한국 자동차산업은 미래를 보장받기 어렵다. 기술력, 경영노하우, 노사안정없이는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결코 살아남을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자동차는 반도체, 조선, 철강, 섬유와 함께 한국경제를 지탱하는 큰 축이다.

이 축이 무너지면 한국경제도 기우뚱거릴 수 밖에 없다. 기술력ㆍ노사안정에 엔화약세까지 더해져 휘파람을 불며 저만치 앞서가고 있는 일본, 엄청난 내수시장과 낮은 임금ㆍ높은 생산성 등을 무기로 세계시장을 빠른 속도로 파고드는 중국 사이에 끼여 있는 한국 자동차산업이 나아갈 길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은 분명하다. 바로 노사 모두 위기의식을 공유하는 것이다. 크라이슬러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을 되새겨야 할 때다.


/칼럼니스트


김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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