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회장 '막판 시인' 전술 안통했다

  • 등록 2007.05.11 23:5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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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양영권기자]피해자들의 일관된 진술, 진술과 일치하는 관련자들의 휴대전화 사용 기록.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던 김승연 회장이 그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김 회장은 막판에 청계산 폭행 등 받고 있는 혐의의 상당부분을 시인했고, 법원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 대해 11일 영장을 발부한 이광만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김 회장이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 부장판사는 "수사기관에서 앞으로 더 조사하려고 하는 사실관계 내용도 감안했다"고 밝혀 사실상 조폭 개입 여부 등 추가적인 혐의의 개연성 및 수사 필요성까지 인정했다.

특히 "그동안 수사 과정에서 공범이나 증인 등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증거를 인멸하도록 시도해 왔음을 알 수 있다"고 강조해 최근까지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한 것이 영장 발부에 중요한 이유가 됐음을 시사했다. 결국 '막판 혐의 시인'은 '꼼수'로 본 것이다.

그동안 이 부장판사는 팬텀엔터테인먼트 대주주 탈세 혐의 사건, 연세대 아이스하키부 감독 금품수수 사건 피의자들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데서 알 수 있듯 엄격한 증거와 요건를 요구해 왔다. 이번 영장 발부는 그만큼 김 회장의 범행 정황이 명백할 뿐 아니라 구속 요건도 충분하다는 점을 드러내고 있다.

김 회장의 폭행 혐의를 시인한 것은 관련 인물들의 휴대전화 사용 내역 제시에 빠져나갈 구멍이 더이상 없다는 점을 인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더이상 부인했을 경우 증거인멸의 우려로 연결돼 구속의 빌미만 제공할 뿐이라는 변호인들의 충고를 받아들인 것으로 보여진다.

수사 초기부터 혐의를 부인하면서 법원에서 무죄를 다투려했던 김 회장의 전략적 목표가, '구속은 피하자'는 쪽으로 수정된 것.

하지만 수사기관도 혐의를 증언하는 피해자들을 법원에 대동해 김 회장을 압박하는 등 치밀한 전술을 구사했다는 평가다.

검찰과 경찰은 종업원들이 철저히 격리된 상태에서 김 회장의 범행을 진술했다는 점을 이유로 변호인들이 진술의 임의성을 문제삼을 것에 대비해 종업원 6명을 법원에 불러 영장실질심사 법정 밖에서 대기하게 했다. 김 회장이 범행 일체를 부인했다면 법정에서 이들과의 대질신문이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법원의 영장 발부에는 재벌 회장의 빗나간 자식사랑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도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이 받고 있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중 흉기 상해 혐의는 법정형이 최하 징역 3 년일만큼 심각한 범죄다. 여기에 추가로 5개 혐의가 더 적용됐다.

그동안 불구속 수사 원칙을 강조해 온 법원은 김 회장에 대해 영장이 청구되자 "여론에 흔들리지 않고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 처리 기준은 일반 폭행사건과 같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원 스스로도 "국민적 관심이 많은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영장 심사 후에도 8시간 반이나 발부 여부에 대해 고민을 했다는 것도 '일반 폭행사건'과 다른 점이다.

정황 증거가 충분하고 혐의 가운데 중요한 부분을 시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영장이 기각됐을 때 돌아올 수 있는 여론의 화살을 법원이 의식하지 않았을 리 없다.

양영권기자 indep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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