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살 할아버지 4년째 초등학교 앞 '신호등'

  • 등록 2007.05.07 18: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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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어어, 안녕-, 얘들아 이쪽으로 가거라"
7일 오전 인천시 부평구 산곡 4동 미산초등학교 동쪽 정문 앞 일방통행도로.

학교 인근에 사는 이종열(76)씨가 이 학교 학생들로부터 아침 인사를 받으며 길을 안내하고 있다.

할아버지는 일방통행로로 좁은 데다 인도와 차도가 구분 돼 있지 않은 학교 앞 도로에서 손짓으로 학생들에게 길 한켠으로 걸어가도록 하고 차량들은 서행하도록 '교통봉사'를 하고 있다.

할아버지의 봉사는 지난 2003년 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학교의 동쪽 도로가 5m 가량으로 비좁은 데도 인접한 모 기업의 직원들이 차량을 이 도로에 불법 주정차해 "아이들 등굣길이 위험하다"는 주민들의 말을 듣고 할아버지는 회사원과 주민들 사이의 '도로 마찰'을 중재하기 위해 나섰다가 봉사의 길로 들어서 지금까지 4년동안 수업이 있는 날엔 단 하루도 빠짐없이 손자손녀들을 만나고 있다.

할아버지는 야간에 학교와 인접한 작은 공장을 관리하다가 귀가 전인 오전 7시 50분부터 30∼40분동안 이 학교 학생 어머니들로 구성된 녹색교통대와 함께 등굣길 교통봉사를 하고 있다.

할아버지는 매일 근무하고 아침엔 봉사를 해서 그런지 칠순을 훨씬 넘긴 연세에 비해 젊고 혈색도 좋아 보였다.

이 학교 노경래 교장은 "눈이 오거나 매서운 바람이 부는 한 겨울에도 빠지지 않고 나오시고 있고 그래선지 아이들도 교사들보다 할아버지를 더 반긴다"면서 "할아버지께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측은 지난 3월 학기 초 할아버지께 감사패를 증정하려 했으나 이름 밝히기를 꺼리며 극구사양해 겨울용 점퍼 한벌을 구해 드렸다.

할아버지는 "동네에서 오래 살았고 15년동안 통장을 해 모르는 뒷길이 없다"면서 "그런데 학교 앞길이 인도와 차도가 구분이 안돼 있어 교통사고 위험이 높아 이를 막기 위해 매일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 손자도 학교에 다니고 있기도 하지만 봉사랄 게 없다"면서 "나도 건강해지니까 좋고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이런 활동을 계속하겠다"며 밝게 웃었다.


(인천=연합뉴스) changsun@yna.co.kr


김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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