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은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된 고비는 넘어간 것 같다. 분위기는 참 좋다. 편안하고 따뜻하다. 입이 째지려고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달 열린 국민화합기원 대법회에서 참여정부 4년동안의 국정운영을 회고하면서 한 말이다.
추락하던 지지율이 한ㆍ미 FTA(자유무역협정) 타결을 계기로 반등하고 그 후 국내경제상황도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으니 기분이 좋을 만도 하다. 골치를 썩이던 부동산가격도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수출도, 성장률도 그런대로 유지되고 있으니 마음이 가벼울 법도 하다. 밝은 모습보다는 어두운 표정을 자주 접했던 국민들로서도 오래간만에 대통령이 활짝 웃고 자신감을 갖게 됐으니 다행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째지는 기분’에 동감할 백성이 과연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대통령의 표현을 경제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심정에 대입하면 이런 표현이 나올 성 싶다. “왜 이렇게 운이 나쁜지 모르겠다. 되는 일이 없다. 한 고비를 넘으면 또 다른 고비를 넘어야 한다. 갈수록 태산이다. 가슴은 답답하고 미어터질 것 같다.”라고.
사실 요즘 서민들의 심정은 죽을 맛이라고 표현하는 게 적확할 듯 싶다. 한참 꿈을 키워야 할 젊은이들조차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풀이 죽어 있다. 지난 해 15~29세 청년층의 실업률은 7.9%로 전체 실업률 3.5%의 2배를 훨씬 웃돌았다. 취업준비생과 사실상 구직단념자까지 더한 체감실업률은 19.5%에 이른다. 젊은이들 5명 가운데 1명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방황하고 있다.
실업문제만이 아니다. 세금은 왜 그렇게 많이 오르는지 가히 살인적이다. 분명 나라살림을 잘못한 탓이 크다. 참여정부가 출범하던 해인 2002년 134조원이던 국가부채가 2006년말에는 280조원으로 두배로 늘었다고 하니 세금이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적자투성이인 국민연금에 건강보험, 공교육의 부실에 따른 사교육비 등 늘어나는 부담금도 백성의 등골을 휘게 한다. 어느 조사에 따르면 보면 가구당 사교육비가 월소득의 20%에 육박하고 과외비 대느라 부업을 하는 부모들이 많다고 한다. 공교육을 정상화해 사교육이 발붇히지 못하겠다고 한다더니 참여정부 4년이 지난 지금 사교육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대통령만 기분이 좋아서는 안될 일이다. 백성들도 대통령처럼 입이 째지는 기분을 누리고 싶고 또 응당 그래야 한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경제가 살아나야 한다. 일부에서는 우리나라도 이젠 선진국처럼 고성장의 시대가 끝났으며 잠재성장률이 4%대로 낮아졌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웃 일본이 5%의 고도성장궤도에 다시 진입한 것을 보면 꼭 그렇지도 않아 보인다.
결국 우리 하기 나름이다. 무엇보다 국민들에게 희망과 자신감을 심어주는 일이 중요하다. 바로 리더십이다. 대통령은 “된 고비는 넘었고…. 앞으로 자신 있다”고 했다. 그 자신감을 국민과 함께 공유하도록 해야 한다. 국민 모두가 자신감을 회복할 때 소비와 투자가 일어 경제는 살아날 수 있다. 남은 임기동안 경제회생에 ‘올 인’해 대통령과 국민 모두가 째지는 기분을 만끽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컬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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