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대선후보인 심상정 의원은 노동절을 맞아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5대 정책 제안’을 발표하고 모든 대선 후보들에게 ‘OECD 평균 수준에 맞추어 비정규직을 지금보다 절반으로 줄일 대책’을 내놓을 것을 공개 제안했다. 다음은 심상정 후보가 대선후보들에게 공개제안한 제안문과 비정규직 해결 5대정책 전문이다.
오늘 117주년 세계 노동절을 맞아 우리사회 양극화의 핵심인 비정규직 문제 해결 대책을 위해 대선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룰 것을 모든 대선후보들에게 촉구한다. 이러한 취지에서 오늘 전체 노동자의 절반에 달하는 비정규직 규모를 차기 정권 내에 OECD 평균수준으로 줄이기 위한 고용안정세 도입, 최저임금의 현실화와 산업별 최저임금제 도입, 원하청 납품단가 3대 개혁조치 등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5대 정책대안을 제안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어엿한 OECD 가맹국으로서 세계 11위 경제대국의 반열에 올라서 있고, 대선후보들은 국민소득 2만불을 넘어 3만불시대의 장밋빛 미래와 선진화 또는 세계화를 공약하기에 바쁘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더욱 가속화된 사회양극화는 한국경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협할 수준에 다다르고 있다. 특히 2006년 현재 전체 노동자 중 비정규직 비중이 54.8%에 달하여 OECD 평균 27.1%의 두 배에 이르고 있다. 고용안정과 최저임금, 노동시간과 산업안전 등 노동관련 지표 또한 OECD 회원국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는데, 그 핵심 원인은 비정규직 및 영세 중소기업 노동자 관련 노동시장 지표들이 밑바닥을 기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수준의 비정규직 규모가 상징하는 대한민국 사회의 극심한 불균형 성장은 한국사회의 발전을 위협할 수준에 이미 다다랐다. 균형을 따지지 않는 ‘묻지마 선진화’가 아니라 다수 서민의 잘사는 ‘서민생활의 선진화’가 필요하다. 개방지상주의로서의 세계화가 아니라 세계 11위 경제대국으로서 최소한 OECD 평균 수준 만큼은 달성해야 진정한 글로발 스탠다드인 것이다.
따라서 저는 메이데이를 맞아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다음 다섯 가지 정책을 제안한다.
첫째, 차기 정권 내에 노동자 425만명을 정규직화하여 비정규직 규모를 OECD 평균 수준으로 축소하고, 이를 위해 고용안정세를 도입해야 한다.
둘째, 비정규직이 ‘신빈민층’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법정 최저임금을 노동자 평균임금의 50% 수준으로 현실화하고, 산업별 최저임금제를 도입해야 한다.
셋째, 중소기업의 노동조건 하향 압박요인인 대기업의 일방적인 납품단가 강요를 금지하는 등 대기업-중소기업간 원하청 관계를 민주화해야 한다.
넷째, 사회서비스 영역에서 2012년까지 총 100만개의 새로운 정규직 일자리를 창출해야 합니다. 보육 33만명, 간병 19만명, 장애인활동보조 18만명, 요양 18만명 등의 일자리가 필요하다.
다섯째,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오히려 후퇴시키고 있는 비정규직관련법안을 재개정하여 비정규직 남용 방지를 위한 사유제한, 파견제도 근절, 원청회사의 사용자성 인정, 특수고용노동자 권리 보장 등 실질적인 비정규직 보호를 실현해야 한다.
“정규직의 고용경직성 때문에 비정규직을 쓸 수밖에 없고, 정규직의 고용을 유연화 하지 않으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기업들의 논리로는 한국사회의 비정규직 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 개별기업의 이익을 넘어 전체 사회의 이익을 위한 특단의 조치와 전체 노동시장의 구조와 실태를 염두에 둔 경제·사회·산업 구조를 개혁해야만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아울러 정부의 비정규직 관련 입법 저지 운동에 머물렀던 민주노동당과 노동운동의 활동에도 아쉬움이 있다. 비록 비정규직법안 제·개정 국면이었다는 불가피성이 있었다 하더라도, 비정규직 문제는 비정규직 확산의 근본원인인 기업관계, 노동시장의 문제와 마주해야만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의 문제는 단순히 법률적 문제로 환원되지 않으며, 신자유주의 노동시장의 유연화, 소수 재벌대기업과 다수 중소기업의 격차, 만연한 기업간 불공정 거래, 사회서비스부문의 시장화 등 자본시장·노동시장·공공부문의 구조적 요인이 결합된 것이다.
따라서 이번 대선을 통해 비정규직 확산의 실질적 원인인 기업관계와 노동시장 개혁에 집중하면서 동시에 잘못된 비정규직 관련 법을 재개정하도록 더욱 힘써나갈 것이다.
이번 대선을 통해 극심한 사회양극화의 대척점에서 고통받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을 획기적으로 개선함으로써 한국사회의 진정한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대선후보 모두가 함께 힘써나가길 기대한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5대 정책제안
1.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고용안정세 도입
2006년 기준 한국의 비정규직 노동자는 841만명이다. 이는 전체 노동자의 54.8%로 OECD 평균 27.1%의 두 배가 넘는다. 대체로 다른 나라의 비정규직 고용은 △충분한 사유가 있는 경우로 제한되며 △노동자의 자발적 선택이 다수이고 △비정규직이라는 고용불안에 대한 추가적 보상 등 보완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비정규직 문제는 고용 규모나 고용조건에서 이들 나라와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IMF금융위기 이후 기업간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소수 재벌대기업들이 사회적 부를 독과점화 하였고, 이로 인해 다수 중소기업에서의 전면적인 비정규직 확산이 방치되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많은 기업들의 생산물이 연관을 맺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노동시장의 비정규직화는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기업뿐만 아니라 전체 기업이 함께 책임져야 할 과제이다. 우리사회의 과도한 비정규직화를 유발하고 있는 기업집단이 함께 비정규직화의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차기 대통령 임기 동안 비정규직 노동자 425만명을 정규직화하여 비정규직의 비율을 OECD 수준으로 줄여나가야 한다. 이에 ‘고용안정세’의 도입을 제안한다.
고용안정세는 다음 세 가지로 구성된다. 첫째, 초과이윤을 올리는 재벌대기업은 고용책임을 공유하는 의미에서 고용안정세를 납부한다. 둘째, 해당업종에서 평균 이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를 고용하는 기업에 불안정고용 부담금 명목의 고용안정세를 부과한다. 셋째, 고용안정세로 조성된 재원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한 기업에게 고용안정 장려금을 지원한다.
고용안정세는 주로 고이윤을 올리는 대기업과 동일업종 평균치를 초과하여 비정규직을 채용한 과대 비정규직 사업장에 부과될 것이다.
고용안정세를 통해 다음과 같은 효과가 기대된다. 첫째, 소수기업이 이윤을 독차지하는 독과점구조를 완화하고, 둘째, 기업들이 비정규직 고용을 확대하려는 아래로 향한 경쟁을 제어하며, 셋째, 정규직화에 따른 노동생산성 향상을 유도하고, 넷째, 노동자 구매력을 확대하여 내수경제 발전에 기여하며, 다섯째, 노동자 내부 격차를 줄여 사회형평성을 제고할 것이다.
현재 고용안정세는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와 심상정의원실이 도입방안을 연구 중에 있다. 조만간 실질적인 효과를 지닐 수 있는 고용안정세 방안을 발표할 것이다.
이를 위해 다음 세 가지를 2007년 대선에 참여하는 모든 후보에게 제안한다.
첫째, 한국사회에서 비정규직화 문제가 사회양극화의 핵심임을 공유한다.
둘째, 차기 정권 내에 OECD 평균수준으로 내린다는 목표를 공유한다. 즉, 현재 841만 비정규직을 OECD 평균수준인 27.1%로 내리기 위하여 총 425만명을 정규직으로 즉각 전환해 나가는 목표를 공유한다.
셋째,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 모든 후보는 각각 정책대안을 제출한다. 이에 심상정의원은 고용안정세 도입을 그 방안 중 하나로 제안하며, 다른 대선후보들의 진지한 토론을 요청한다.
2. 최저임금 현실화: 50% 법정 최저임금 실현 + 산업별 협약 최저임금제 도입
비정규 노동자들은 저임금 노동자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며 한국사회의 신빈민층을 형성하고 있다. OECD의 저임금 기준인 ‘상용직 풀타임 중위임금의 2/3’에 대입할 경우 한국 전체 노동자의 48.3%, 유럽연합(EU) 저임금고용연구 네트워크의 기준인 ‘중위임금의 2/3 미만’을 적용할 경우 한국 전체 노동자의 26.6%가 저임금 노동자이다.
이러한 저임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방안은 법정 최저임금 수준을 대폭 인상하는 것이다. 최저임금제는 일반적으로 저임금 해소, 임금격차 완화, 소득분배구조 개선 등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지닌다.
우리나라 최저임금 수준은 국제적으로도 매우 낮다. 풀타임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은 OECD 국가 중 중하위권(임금구조기본통계조사 34.5%)이다.
최근 저임금 확산이 사회문제로 대두되자 유럽연합 국가들은 최저임금 수준을 평균임금의 60% 수준으로 정하도록 가인드라인을 설정하고, 우선 평균임금의 50% 수준에 도달하려 하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도 최저임금 수준을 전체 노동자 월평균 임금의 50%가 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우리나라 노사관계가 점차 산업별로 개편됨에 따라 최저임금제도 산업별로도 개선될 필요가 있다. 법정 최저임금은 미조직 저임금 노동자의 최저생계를 보장하는 데 의미가 있다면, 산별 최저임금은 법정 최저임금보다 높은 수준에서 산업내 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하려는 것이다.
산별 최저임금은 각 산업의 임금실태 등을 감안해 정액급여의 1/2-2/3 수준에서 결정되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금속노조의 예처럼 간접고용 노동자나 이주노동자 등 비정규노동자에게 적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3. 원하청 납품가 개혁 3대 조치: 기업의 이윤 공유
한국경제에서 기업간 양극화가 특히 심각하다. 이로 인해 소수 재벌대기업을 제외한 다수 중소기업에서 비정규직 고용이 확대되고 있다. 비정규직의 85.3%는 100인 미만 사업장에 근무하고 있는데, 특히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무려 91.2% 노동자가 임시, 일용 등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정규직/비정규직의 차별이라는 고용형태 차별은 사실상 기업규모간 차별의 결과이기도 하다. 따라서 법적인 고용형태 차별 금지뿐만 아니라 기업간 규모별 격차를 줄이는 것이 시급하다. 사실상 많은 중소기업들이 원청기업에 의해 불공정, 비민주적 관계에 놓여 있고, 이것이 저임금, 비정규노동자를 사용하는 압박요인이 되고 있다.
원하청관계 민주화를 위한 실질적 조치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헌법 제123조 제3항은 “국가는 중소기업을 보호, 육성해야”하고, 제5항은 “국가는 중소기업의 자조조직을 육성해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제 전체 고용의 87%를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추락을 방치해선 안된다. 이에 원하청 불공정거래의 상징인 납품가와 관련해 다음의 세 가지 방안을 제안한다.
- 납품원가 하향 금지: 원하청 단가 계산과정에서 원청회사가 일방적으로 단가를 인하하거나 하청회사의 생산성 향상분을 단가인하에 반영하는 관행을 금지해야 한다.
- 납품원가연동제: 원하청 단가를 정할 때 하청회사의 향후 임금인상분을 감안하지 않는 ‘임률고정’ 관행이 존재한다. 이에 납품원가에 노무비 인상분이 제대로 반영된 원가연동제를 실시해야 한다.
- 원청이윤공유제: 원청회사의 일정 기준 이상에 해당하는 당기순이익 중 일부를 하청에 지급하는 노무비에 반영하도록 하고, 원청회사에 배분되는 성과금과 상여금의 일부를 하청노동자들도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이윤공유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원.하청간의 상생협력체제를 마련하고, 원청회사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해야 한다.
4. 사회서비스부문 1백만 정규직 일자리 창출
현대사회로 접어들면서 시민의 보편적 사회권이 확장되고 있다. 이 사회권은 시장이윤논리에 바탕을 둔 민간부문에서는 제대로 충족되기 어렵다. 이에 따라 많은 나라에서 산후조리·보육·방과 후 돌봄·간병, 노인요양 등 인간의 생애주기에 보편적으로 필요한 사회서비스를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공급할 사회서비스부문을 구축해 왔다.
공공부문은 시민의 사회권을 충족해 줄 뿐만 아니라 괜찮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이중의 효과 지닌다. 특히 사회서비스 부문은 업무 특성상 여성노동자들의 진출이 용이하여 여성 일자리 마련에 획기적인 발판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사회서비스부문이 매우 취약하다. 민간부문이 이를 담당하면서 고용도 열악한 상황이다. 주요 선진국의 1만불 시대의 고용구조와 한국의 고용구조를 비교해 봤을 때, 우리나라 사회서비스 분야 일자리는 약 100만~300만명이 부족한 상황이다.
정부가 5월말에 최종발표할 예정인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에서도 정규직화의 규모는 5~6만 명에 불과할 전망이다.
이에 사회서비스 영역에서 2012년까지 총 100만 개의 새로운 정규직 일자리 창출을 제안한다. 이는 첫째, 여성노동자에게 질 좋은 일자리 제공하고, 둘째, 비정규직이 만연한 간병 등의 직종에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하며, 셋째, 일자리의 창출을 통해 양극화 해결에 기여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보육 33만명, 간병 19만명, 장애인활동보조 18만명, 요양 18만명 등 100만개 이상의 정규직 일자리가 가능하다. 이는 OECD 회원국으로서 가장 최소한의 조치에 불과하다.
5. 비정규관련법안 재개정
지난해 비정규직법이 통과된 이후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에서 △계약해지 후 외주용역화 △2년 되기 전 계약해지 △계약기간 단축 △보조직 신설을 통한 무기계약 전환 △고령자를 채용하여 무기계약 전환 예외조항 활용 △노사합의 미이행 등 법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다양한 사전조치들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3월 나체시위로 사태의 심각성을 드러낸 광주시 청소용역 비정규직, 울산과학대 청소용역 비정규직을 비롯하여 한국은행 운전직 비정규직, 법원 운전직 비정규직 등이 계약해지의 사례이며, 철도공사 새마을호 승무원의 도급전환, 학교비정규직의 용역전환 등이 고용형태 전환의 대표적 사례들이다. 이는 법안 심의 과정에서부터 민주노동당이 지적했던 ‘비정규직 확산 법안’임을 명백히 드러낸 것이며, 대량 계약해지의 전주곡에 불과하다.
비정규직 확산을 막고, 이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 비정규직악법은 철폐되어야 하며, 동시에 노동관계법을 즉시 재개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다음 네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사유제한을 도입해야 한다. 기간제근로의 남용의 방지하기 위하여 사유제한을 도입하여 정당한 사유가 없는 경우 기간제근로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정해야 한다. 시급하게는 2년이 넘어서도 기간제노동자를 사용할 수 있는 범위를 확대하려는 정부의 방향이 즉시 철회되어야 한다.
둘째, 파견제도를 근절해야 한다. 파견은 근로관계와 노동관계가 일치하지 않는 21세기의 착취제도이다. 파견제도를 근절하는 것만이 새로운 노동착취를 막을 수 있다. 시급하게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정부의 파견허용범위 확대 정책을 즉시 철회되어야 하며, 불법파견 시 고용의제를 도입하여야 한다.
셋째,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해야 한다. 날로 늘어나는 파견·도급·사내하청 등 간접고용에서 실질적인 노동조건을 규율하는 것은 원청회사이다. 따라서 원청 또한 자신의 영향력과 지배력의 범위 내에서 노동관계법상 사용자성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넷째, 특수고용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애초 사용자와 고용관계를 유지하며 근로를 제공하던 지입차주, 골프장 경기보조원, 보험모집인, 학습지교사 등 특수고용노동자들은 위·수탁계약서 같은 단지 종이 한 장에 의하여 자영업자로 돌변해 버렸다. 노동관계법상 보호를 받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즉시 이들을 노동관계법상의 노동자로 인정해야 한다. 이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하여 자신들의 근로조건을 개선할 수 있도록 노동3권을 보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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