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진상현기자][자통법에 근거 마련돼도 금융결제원 사원은행 승인 거쳐야 가능]
자본시장통합법(이하 자통법)안과 관련한 논의가 증권사에 대한 소액지급결제 업무 허용 여부에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은행연합회가 19일 은행권을 대표해 공식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반대논리는 앞서 소개됐던 한국은행 등의 논리와 큰 차이가 없었지만 두가지가 눈길을 끌었다.
첫째는 배포된 자료의 제목. '금융투자회사의 금융결제원 소액결제시스템 참가 허용 여부에 대한 은행권 입장'으로 돼 있었다. 지금까지의 논쟁이 주로 '증권사의 소액결제 업무' 허용 여부로 소개돼 왔던 것과 달리 '소액결제시스템 참가' 허용 여부로 미묘한 차이가 있었던 것.
또 증권사의 소액결제시스템 참가를 거부하는 이유로 '은행의 사적 자산에 대한 공유 요구는 무리'라는 점을 1순위에 올린 것도 관심을 끌었다. 그동안 은행권의 반대이유로 주로 언급됐던 '지급결제 안정성 우려'나 '지급결제 업무가 은행의 고유업무'라는 것보다 '사적 자산'이라는 점이 먼저 강조된 것.
이처럼 은행권의 설명에 지금까지 보기 힘들었던 표현들이 들어간 것은 지급결제 업무의 수행 여부가 법적으로 규정하는 사안이 아니라 금융기관들의 합의에 의해 운영되는 사적 영역이기 때문.
실제로 자본시장통합법에서 증권금융업무에 '자금이체업무'가 들어가더라도 증권사들이 바로 은행들처럼 지급결제 업무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은행들이 참여하고 있는 금융결제원 소액결제시스템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금융결제원 정회원 11개 사원은행들 가운데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또 상당한 규모의 가입비도 내야 한다.
다시 말해 자통법이 정부안대로 통과가 돼도 은행들이 현재의 논리대로 증권사들의 참여를 반대한다면 지급결제업무를 할 수 없다는 얘기다.
최성목 재정경제부 증권제도과장은 "자통법은 지급결제 업무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자는 것"이라며 "실제 결제시스템 참가 여부는 업계가 판단할 일"이라고 말했다.
은행연합회도 이날 배포한 자료에서 이점을 분명히 했다. 은행연합회는 자료에 "자통법이 증권금융의 자금이체 업무 영위를 허용하는 것을 증권금융의 금융결제원 소액결제시스템 참가를 강제하거나 승인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는 법무법인 소속 법률전문가의 검토의견을 함께 실었다.
사적 자산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적어도 현재의 금융결제원 소액결제시스템은 공공인프라가 아니라 은행들이 20여년에 걸쳐 많은 비용을 투입해 구축한 은행권의 자산이라는 논리다.
강봉희 은행연합회 상무는 "다같은 육상운송업체라는 이유로 화물차 운송업체가 철도공사의 KTX 고속철도망을 자신의 화물운송에 직접 이용할 수 있도록 요구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비유했다.
결국 증권사의 지급결제 참여여부에 대한 결정권은 자통법과 관계없이 은행에 있는 셈이지만 현실은 다르다. 정부가 법으로 업무 규정을 넣는 것 자체가 업계에는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법적 근거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증권업계의 가입 요구에 대응하는데 있어 '하늘과 땅 차이'라는 점도 감안됐을 거라는 설명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법적인 근거 규정을 넣는 것 자체가 증권업계에도 지급결제를 할 수 있도록 하라는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인데 우리나라와 같은 환경에서 은행들이 허용을 해주지 않고 버틸 수 있겠느냐"며 "자통법상의 자금이체 업무 허용 대목을 은행들이 '사적 자산 공유 요구'로 보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진상현기자 ji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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