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과 스위스는 국경을 서로 하는 지리상으로 매우 가까운 나라다. 그러나 기업들에게 이 두 나라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인식차는 크다. 한마디로 독일은 지옥이고, 스위스는 천국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독일기업들이 요즘 국적으로 국적을 포기하고 범유럽기업(SEㆍSocietas Europaea)으로 변경하는 일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실례를 들어보자. 우리에게도 친숙한 유럽 최대의 보험사 알리안츠는 작년 10월 국적을 독일에서 SE로 바꿨다. 알리안츠의 국적변경 소식이 전해지자 세계굴지의 화학회사인 바스프그룹도 지난 2월 SE로 국적으로 갈아탔다.
독일 기업들의 국적포기는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독일의 간판기업인 다임러그룹도 국적변경을 검토중이다. 또 독일 30개 우량기업주가지수인 ‘닥스30지수’에 속한 5개 기업이 앞으로 2년안에 SE로 전환할 계획이다.
독일기업들의 국적포기가 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독일의 상법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노동조합의 경영참여를 허용한 게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독일은 노조가 기업경영을 감시할 수 있는 감독위원회를 경영이사회와 별도로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이 제도는 기업의 투명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지만 노조의 지나친 경영참여로 의사결정이 지연되고 주주이익과 충돌하는 등 단점도 적지 않다. 결국 무한경쟁을 벌여야 하는 기업들로서는 국제기준에도 맞지 않고 노조의 눈치를 봐야 하는 독일을 떠나 유럽으로 국적을 바꿀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유럽기업이 되면 독일법을 따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높은 법인세율도 독일 기업의 의욕을 떨어뜨리는 한 요인이다. 물론 앙겔라 메리켈 총리가 38%나 되는 법인세를 30%로 낮추긴 했다. 그러나 독일 기업들은 인하폭이 여전히 낮다며 유럽 평균인 25% 수준까지 낮출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
독일기업들의 독일 탈출과는 대조적으로 이웃나라 스위스는 밀려드는 다국적기업들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면도기업체인 질레트를 비롯해 의류의 폴로 랄프 로렌, 세계최대치약업체인 콜게이트 팔모리브, 식품회사 카길 등은 최근 유럽본부를 제네바로 옮겼다. 미국의 식품회사인 크래프트는 빈과 런던에 있는 유럽본부를 취리히로 옮기겠다고 밝혔다 .
스위스는 영국을 제외한 유럽 10대 기업 가운데 네슬레, 로슈, UBS은행, 노바티스를 보유한 것을 비롯해 4,900개 다국적기업들이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다국적기업이 스위스 국내총생산의 34%를 차지할 정도로 기업천국으로 통하고 있다.
스위스로 다국적기업들이 몰리는 이유는 낮은 세금, 긴 근무시간과 파업이 없는 근로환경, 외국어를 몇 개씩 구사하는 실력 있는 근로자, 세계최고의 도로망을 갖춘 사회간접자본, 정밀공업 등 첨단기술력 등을 고루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배가 부를 성도 싶은데 그렇지 않다. 스위스 자치주들은 다국적회사들을 유치하기 위해 외국인투자전담부서를 운영하며 아직도 외국기업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독일과 스위스에서 무엇을 배워야 할 것인가는 굳이 말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한다는 점에서 정리한다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면 경제는 자연히 살아나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우리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규제를 과감히 폐지해야 한다. 인력 및 생산라인의 재조정까지 입김을 넣고 있는 노조의 태도도 달라져야 한다.
기업이 떠난 뒤에 세금 깎아주고 노동제도를 바꿔 봤자 헛일이다. 한번 떠난 기업은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독일과 스위스의 사례는 대한민국 경제가 재도약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웅변하고 있다. 지구촌시계는 우리만을 위해 천천히 돌아주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칼럼니스트

1
2
3
4
5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