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생산거점화 황금시장 선점경쟁

  • 등록 2006.11.29 10:4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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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세계대전] 동유럽 시장 선점 경쟁 치열..생산기지 역할 '톡톡']

지난 9월 중순 슬로바키아의 수도인 브라티슬라바. 폭스바겐, 스코다, 푸조, 르노, 피아트 등 서유럽 자동차 메이커에서 만든 차들이 거리를 질주하고 있었다. 마치 자동차 전시장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

인구 540여만명에 불과한 슬로바키아에는 자동차 생산공장만 3개가 있다. 93년 폭스바겐이 처음으로 진출한 이후 푸조시트로엥과 기아차가 각각 공장을 설립해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이들의 생산이 본격화되는 2009년께 슬로바키아의 생산대수는 7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기아차 유럽공장이 들어선 질리나시에서 만난 유라이 체르막 질리나인베스트 임원은 "서유럽 자동차 메이커들이 동유럽의 안정적인 경제성장에 따른 시장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동유럽으로 생산 기지를 이전하고 있다"며 "특히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건비와 숙련된 노동력 등에 힘입어 생산거점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동쪽으로 'go' = 세계 유수의 자동차 기업들이 동유럽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2004년 5월 동유럽 10개국이 유럽연합(EU)에 가입하면서 이들의 '동진정책'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실제 2000년대 들어 동유럽 자동차시장은 연평균 6%의 성장률을 보여 1%에 머무르고 있는 서유럽에 비해 빠르게 커가고 있다. 특히 동유럽 10개국의 EU 가입 이후 성장세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EU에 가입한 동유럽 국가들의 자동차 내수판매 규모는 총 73만여대.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폴란드가 23만여대로 가장 많고 그 뒤를 헝가리와 체코가 각각 20만대, 13만대를 기록하고 있다. 슬로바키아와 슬로베니아는 각각 6만여대 수준의 시장 규모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들 국가의 자동차 생산 규모는 175만여대로 내수 시장에 비해 상당히 큰 편이다. 내수용을 제외한 대부분을 수출한다. 현재 동유럽에서 자동차를 생산하는 업체는 PSA(푸조시트로엥), 폭스바겐, 피아트, 토요타, GM(오펠, 스즈끼) 등이다.

토요타와 PSA는 지난해부터 체코에서 합작으로 소형차를 생산해 전 유럽에 공급하고 있다. PSA는 체코에 이어 올 연말 슬로바키아 공장 가동을 앞두고 있는 등 적극적으로 동유럽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또 피아트는 폴란드에서 주력 소형 모델인 판다를 생산하고 있다. 폴란드가 판다의 생산 거점이 되면서 이탈리아의 판다 생산은 중단됐다. 르노그룹은 슬로베니아와 루마니아에 생산거점을 마련하고 있다.

유럽에 가장 많은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폭스바겐그룹은 슬로바키아, 폴란드, 헝가리(아우디), 체코(스코다) 등에서 생산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도 체코와 슬로바키아에 각각 연 30만대 규모의 공장을 준비하고 있다. 기아차 질리나 공장은 연말부터 본격 생산에 돌입한다.

국가별로는 체코 5개업체, 폴란드 4개업체, 슬로바키아 3개업체, 슬로베니아와 루마니아에 각 1개 업체 등이 생산 중이거나 생산할 계획이다.

세계자동차공업연합회(OICA)에 따르면 지난해 체코가 연 60만대로 가장 많은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다. 내수의 4배에 달하는 자동차가 이곳에서 생산되고 있는 셈이다. 폴란드가 54만대, 슬로바키아가 22만대, 헝가리가 14만대를 생산하며 그 뒤를 이었다.

◇고급 인력 풍부...새로운 성장동력 = 얀 탈리가 기아차 질리나 공장 조립라인 매니저. 올해 39살의 탈리가 매니저는 슬로바키아인이다. 기아차에 입사하기 전에는 대학을 졸업하고 슬로바키아 제2의 도시인 코시체에 있는 US스틸에서 장기 근무했다.

기아차에 입사하는 바람에 가족들이 모두 질리나로 이사를 오는 등 생활의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 회사를 옮기는데 고민도 많았지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과감하게 사표를 던지고 나왔다.

한국 회사의 꼼꼼한 일처리에 힘들때도 있지만 급여나 복지 수준이 이전 회사보다 좋기 때문에 직장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 영어로 의사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에 한국인 관리자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세계 주요 자동차 메이커들이 동유럽을 주목하는 이유는 탈리가 매니저와 같은 고급 인력을 쉽게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체코의 월평균 임금은 약 795달러이다. 슬로바키아는 체코보다 더 낮은 557달러에 그친다.

EU 가입과 함께 임금이 상승하고 있지만 서유럽 국가에 비하면 여전히 낮다. 폴란드는 인구가 3800만 명이 넘고 헝가리와 체코 인구도 1000만명이 넘어 노동력이 풍부하다.

특히 동유럽 국가는 높은 실업률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어 20~30대의 노동력 공급에는 어려움이 없다. 실제 기아차의 경우 1300명 모집에 전국에서 20만여명이 입사원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특히 이들의 학력 수준이 높아 기술 습득이나 회사 적응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기아차의 경우 관리직은 대학원을 졸업한 사람 중 영어 구사 능력이 뛰어난 사람만 뽑았다고 한다.

자동차기업들이 동진정책을 채택할 수 밖에 없는 또다른 이유는 자동차 공장과 연관이 있는 부품산업이 발달했다는 점이다. 1950년대부터 강철, 화학, 중화학 공업을 바탕으로 산업 발전을 이뤄 부품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좋은 토양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최근 PSA, 기아차, 현대차 등이 공장을 건설하거나 생산 능력을 확대하면서 부품 수요가 증가해 부품업체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2003년 현재 폴란드의 부품회사는 223개사, 슬로바키아에는 143개사가 폭스바겐 등 주요업체의 공장 인근에 몰려있다.

아울러 현지 정부가 토지 무상 제공, 건설 금융 지원, 세제 혜택 제공 등을 내세우며 적극적으로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체르막씨는 "유럽의 마지막시장으로 인식되고 있는 동유럽의 급격한 시장확대와 풍부한 잠재력으로 인해 진출 시기를 놓칠 경우 경쟁력을 상실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며 "정체된 유럽 자동차시장은 동유럽을 통해 새롭게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브라티슬라바(슬로바키아)=김용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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