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중국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인천공항 도착하자 마자 곧바로 달려간 곳은 경기도 분당에 있는 SK텔레콤 TD-SCDMA(시분할 연동 코드분할다중접속)망 테스트센터.
한 국가의 총리가 개별기업을 먼저 찾은 것도 이례적이지만, 그 장소가 이동통신망 테스트센터라는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원자바오 총리는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에 이어 사실상 중국의 2인자이자, 중국의 경제대통령으로 불리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2003년 취임이후 처음 방문하는 한국에서의 첫 방문지가 SK텔레콤 TD-SCDMA망 테스트센터다. 원자바오 총리에게 TD-SCDMA는 어떤 의미가 있길래, 1박 2일동안 다른 기업체를 일체 방문하지 않고 오로지 SK텔레콤만 방문하는 것일까. TD-SCDMA가 무엇이며, 우리나라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자못 궁금해진다.
◇TD-SCDMA란 무엇인가
'TD-SCDMA'는 송신과 수신 주파수로 이원화돼있는 WCDMA나 CDMA2000 기술규격과 달리, 다수의 가입자가 하나의 주파수로 시간대역을 구분해 통신하는 기술방식이다. 한마디로 동기와 비동기식을 적절히 혼합한 것으로, 5MHz를 1.6MHz씩 3개로 나눠쓰는 일종의 협대역 방식이다. 지난 98년부터 중국 대당모바일을 통해 독일 지멘스와 손잡고 독자적인 이동통신 기술표준을 개발해온 중국은 국제통신연맹(ITU)에 3세대(3G) 표준으로 TD-SCDMA를 제출했다.
ITU가 중국이 제출한 TD-SCDMA를 CDMA2000, WCDMA와 함께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표준으로 인정함으로써, TD-SCDMA는 시분할(TDD) 기반에서 유일한 3G 국제표준으로 자리잡았다.
중국 정부는 TD-SCDMA 기술기반 3G 사업자를 2008년 북경 올림픽 이전까지 선정키로 하고, 현재 국내외 업체들을 대상으로 TD-SCDMA 기술을 적용한 관련장비와 휴대폰 등을 개발중이다. 휴대폰은 이미 상용화 직전 단계다. 중국내 제조사를 포함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16종의 휴대폰이 시험허가를 받았다. 모토로라와 노키아도 신규 참여를 준비중이다.
◇中 TD-SCDMA 상용화는 '기회'
중국 정부는 TD-SCDMA 상용화를 앞두고 매우 신중한 입장이다. 수년동안 국가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지원해온 TD-SCDMA지만, 3G 특성상 연구개발 비용은 높은 대신 투자회수기간이 길어서 중국 정부가 3G 발전에 기여할 기업을 고르는데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원자바오 총리가 이례적으로 SK텔레콤 TD-SCDMA 테스트센터만 방문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4억6100만명의 이동전화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는 중국은 한해 6800만명씩 이동전화 가입자가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 인구가 4800만명인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전체 인구보다 많은 사람들이 해마다 이동전화에 새로 가입하고 있는 셈이니, 가히 세계 최대의 이동전화 시장이라 불릴 만하다.
때문에 전세계 이동통신업계의 이목은 중국의 TD-SCDMA에 쏠릴 수밖에 없다. 중국은 현재 인구대비 이동전화 가입자가 30%선에 불과하다. 중국의 3G 시장규모가 어느 정도로 성장할지에 대해 수치로 환산하기 힘들 정도로 잠재력이 엄청나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정부는 3G TD-SCDMA 투자를 점진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어, SK텔레콤도 원자바오 총리의 본사 방문에 상당히 고무된 분위기다.
SK텔레콤에 따르면, 중국의 TD-SCDMA 가입자 규모는 사업자가 선정되는 2008년부터 시작해서 2010년에 이르면 5400만~6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초기 시장은 시범사업을 시작한 북경과 상해, 홍콩, 보정, 청도, 진황도, 천진, 심양, 하문, 광주, 심천, 중경에 머물 수 있지만, 이후 전국 전역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의 TD-SCDMA 장비 시장규모도 큰폭 성장이 기대된다. 중국은 거시경제 투자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GDP가 8% 미만이면 TD-SCDMA 장비 시장규모는 최대 620억위안에 이를 것이지만 GDP가 8% 이상이면 최소 445억위안으로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TD-SCDMA 휴대폰 시장 역시 2010년경에 최소 8500만대, 최대 1억2000만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따라서 삼성, LG와 같은 우리나라 휴대폰제조사들도 중국 TD-SCDMA 시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형편이다.
◇中정부 "SK는 내 친구"
문제는 중국의 TD-SCDMA가 세계 유일한 기술표준이기 때문에 시장운영경험을 벤치마킹할 나라가 없다는 점이다. 때문에 중국은 경쟁력있는 통신사업자의 지원을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상용화로 이미 산업의 틀을 형성한 WCDMA 시장과 달리, TD-SCDMA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중국 정부가 SK텔레콤같은 해외 사업자에게 기회를 열어주는 것도 바로 산업의 틀을 공고히 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그런 차원에서 본다면, 이날 원자바오 총리의 SK텔레콤 방문은 SK텔레콤이 중국 이동전화 시장에서 사업물꼬를 트는 차원을 넘어 '양국간의 통신기술 협력'이라는 성과로 기록될만한 일이다. 원자바오 총리 역시 SK텔레콤과의 협력이 중국내 3G 서비스 활성화와 TD-SCDMA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SK텔레콤이 TD-SCDMA 망테스트센터를 구축하게 된 계기는 지난해 8월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부터다. 이후 SK텔레콤은 올 2월 북경에 TD-SCDMA 연합개발센터를 설립한데 이어, 이날 TD-SCDMA 망테스트센터를 개통한 것이다. 분당 테스트센터를 구축하는데만 6000만달러(약 540억원)이 들었다.
SK텔레콤이 이처럼 막대한 비용을 센터구축에 쏟아부은 이유는 '해외진출 기회'를 넓히기 위해서다. TD-SCDMA 상용화를 앞둔 중국은 물론 축적한 기술경험을 바탕으로 중국과 동반 해외진출을 모색해볼 수 있는 또다른 기회가 될 수 있음이다. 때문에 SK텔레콤은 이 센터에서 망연동시험과 서버와 단말 플랫폼 기능 테스트, 3G 멀티미디어 및 컨버전스 서비스 개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과제를 수행할 계획이다.
망테스트센터 구축외에도 중국 차이나유니콤에 10억달러를 투자하고 싸이월드차이나 설립을 추진하는 등 장기간에 걸쳐 중국 시장개척을 해온 SK텔레콤. 오랜 투자에 대한 결실에 목마른 SK텔레콤에게 "SK와 친구가 돼라'는 이날 원자바오 총리의 발언은 앞으로 '가뭄의 단비'가 될 전망이다.
윤미경기자 mk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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