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사] 징용공 문제, 일본의 역사인식을 말한다

“이 책은 우리 한국인들을 새로운 역사로 이끌 자양분이 될 터이다”

미디어워치 편집부 mediasilkhj@gmail.com 2024.05.03 09:49:54

[이영훈 · 이승만학당 교장]

이 책은 2021년 일본의 산업유산국민회의(産業遺産国民会議)가 출간한 ‘조선인 전시 노동의 실태(朝鮮人戦時労働の실태)’라는 책의 번역서이다. 번역과 출간을 담당한 미디어워치 출판사는 원저에 없는 사도금산(佐渡金山)에 관한 논문 2편을 추가하여 이번 한국어판에서는 ‘징용공 문제, 일본의 역사인식을 말한다’라는 새로운 제목을 달았다. 총 10편의 논문은 일본의 역사인식문제연구회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연구자와 법률가에 의해 집필되었다. 동 연구회는 2016년 니시오카 쓰토무(西岡力) 교수의 주도로 결성되었다. 니시오카 교수가 10편의 논문 가운데 5편을 집필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이번 책도 사실상 그의 주도로 기획과 편집이 이루어졌다. 니시오카 교수는 우리 한국인에게 친숙한 연구자이다. 그가 집필하거나 편집한 책이 이미 세 권이나 미디어워치 출판사에 의해 번역서로 출간되어 있기 때문이다.



니시오카 교수는 일본군 위안부의 실체를 밝히는 노력으로 일본에서도 널리 알려진 연구자이다. 그는 위안부 성노예설을 비판하다가 당초에 그 학설을 제기한 어느 좌파 변호사와 좌파 기자로부터 각각 명예훼손의 혐의로 소송을 제기당했는데, 그 재판들에서 결국 모두 승리하였다. 이후 일본에서 위안부 성노예설은 자취를 감추었다. 또한 그는 일본의 유력 일간지 중의 하나인 ‘아사히신문’을 상대로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오보의 정정을 요구하는 투쟁을 벌여 역시 승리하였다. 사건의 발단은 어느 경박한 거짓말쟁이가 책을 팔아먹을 욕심에서 전시기 제주도에서 약 200명의 여인을 위안부로 납치, 연행했다고 거짓 고백을 한 데 있었다. 1990년대 초 ‘아사히신문’은 이 거짓말을 검증도 하지 않은 채 보도함으로써 위안부 강제연행설을 널리 유포하였다. 니시오카 교수는 그 책임을 집요하게 추궁하여 결국 2014년에 ‘아사히신문’이 오보였음을 공개적으로 인정, 사과하고 관련 기사를 삭제하게 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였다. 이후 위안부 강제연행설은 일본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이같은 그의 활동과 업적은 한국어로 번역된 그의 책 ‘한국 정부와 언론이 말하지 않는 위안부 문제의 진실’(미디어워치, 2021년)에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중일·태평양전쟁기에 많은 한국인이 일본으로 건너가 공장, 광산, 토목공사장에서 노동을 하였다. 그에 관해서도 우리 한국인은 노예노동이니 강제연행이니 하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다. 이 역시 위안부 강제연행설만큼이나 근거가 없는 황당한 주장이다. 그에 관해서도 역시 니시오카 교수가 지은 책으로 한국에 번역 출간된 ‘날조한, 징용공 없는 징용공 문제’(미디어워치, 2020년)를 참조할 수 있다. 나 역시 동료 연구자들과 함께 노예노동이라는 황당한 주장에 대해 비판해 왔다. 2019년에 출간된 ‘반일 종족주의’(미래사)와 그를 뒤이은 ‘반일 종족주의와의 투쟁’(미래사)이 그것이다.

이번에 미디어워치가 새로운 번역서를 출간하면서 원제목 “조선인 전시노동의 실태”와 아주 상이한 “징용공 문제, 일본의 역사인식을 말한다”로 제목을 단 의도는 심상치 않아 보인다. 그 부제는 “일본은 왜 한국 대법원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는가”이다. 책의 서문에서 니시오 카 교수는 이 책의 진짜 주제는 “2018년 10월 한국 대법원이 내린 전시 노동자 판결에 대한 비판”이라고 밝히고 있다. 책에는 일본의 두 법률가가 쓴 논문이 실려 있다. 제4장 ‘일본에서의 징용공 재판과 한국 대법원의 판결’과 제6장 ‘한국 대법원 ‘징용공’ 판결–한국 사법의 역사적 오점–’이 그것이다. 이 두 논문이 이 책의 핵심이다.

2018년 한국의 대법원은 과거 구 일본제철(日本製鐵)에서 노무(勞務)했던 네 사람의 한국인이 보상을 요구하며 제기한 소송의 최종심에서, 동 회사를 잇는 신일철주금(新日鐵住金)에 1억 원씩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시하였다. 대법원은 이 위자료의 성격을 두고, 위 네 사람과 구 일본제철 사이에 있을 미불임금이나 예금과 같은 민사적 청구권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불법적인 식민지 지배와 침략전쟁을 위한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따른 정신적 피해에 대한 보상이라고 하였다.

이같은 한국 대법원의 판결은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1965년 양국 사이에 어렵게 맺어진 국교정상화를 위한 기본조약이나 청구권협정을 사실상 부정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판결문 그대로라면 1965년의 조약과 협정은 파기된 것이나 다를 바 없다. 대법원이 그런 엄청난 판결을 내림에 있어서 주요 근거가 된 것은 1948년에 제정된 이 나라의 헌법이었다. 헌법 전문은 대한민국은 1919년에 일어난 3·1운동의 정신을 계승한 나라라고 하였다. 대법원은 이를 근거로 1919~1945년간 일제의 한반도 지배는 불법이라고 판정하였다. 일본의 두 법률가는 어떻게 해서 1948년에 제정된 헌법을 소급 적용하여 이전 역사의 불법성을 판시할 수 있느냐며 놀라움을 숨기지 않고 있다.

나는 이 번역서의 추천사를 의뢰받고 특별히 이 두 법률 전문가의 논문을 정독하였다. 그런 가운데 심한 당혹감과 수치심을 느꼈다. 두 일본 법률가는 점잖은 어투로 한국 대법원 판결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지만, 법률에 비전문인 내가 보기에도 그 지적된 법리의 모순은 심각하기 그지없다. 독립하여 건국을 한 지는 76년, 또 일본과 국교를 맺은 지는 59년이 지나서 이제와 과거 일본의 한반도 지배를 불법이라고 하다니. 그런 변변찮은 이야기를 해온 양국의 지식인 그룹이 없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이 나라 국가체제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라 할 대법원마저 그런 경박한 언설에 현혹될 수 있는가. 보다 적극적으로 지적하자면, 이 나라 대법관들은 1965년에 성립한 양국 간의 기본조약을 부정함으로써 이 나라의 국가체제와 그것의 안정과 번영을 지지해 온 국제체제를 해체할 요량으로 저 같은 판결을 내렸다고도 말할 수 있다. 이러한 판결의 배경에는 역사와 법에 대한 타성적인 무지와 무책임을 특질로 하는 이 나라의 저급한 정신문화가 있다.

독자들은 이 책에서 그러한 이 나라 정신문화의 실태를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정부가 두 차례나 배상을 시행했음에도 기어코 몇푼어치의 미불금을 받아내겠다고 식민지 모국까지 가서 소송을 벌인 이들의 저급한 물질주의나, 그들이 거짓 증언을 하도록 사실상 뒤에서 사주를 한 이 나라 학계·언론계·시민사회계 등의 타락한 민족주의나, 무엇보다도 이런 저급한 물질주의와 타락한 민족주의를 거르지 못하고 오히려 국가적으로 공식화를 해버린 이 나라 대법관들의 시대착오적 반일 선전포고는 우리를 절망케 한다.

그렇지만 절망은 새로운 소망의 디딤돌이다. 역사는 늘 그러한 반등을 통해 전진해 왔다. 이 책은 우리 한국인들을 새로운 역사로 이끌 자양분이 될 터이다.


2024년 3월
이영훈(이승만학당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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