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유일한기자][신세계 이익 힘입어 장기 상승…삼성전자 반전 주목]
3일 장중 삼성전자와 신세계 주가가 마침내 같아졌다. 이는 처음 있는 일이다. 2000년1월 신세계는 5만원대였으며 삼성전자는 30만원 안팎이었다.
이날 코스피시장에서 2시5분 현재 삼성전자는 8000원 오른 57만4000원, 신세계는 1만6000원 오른 57만4000원이었다. 종가는 삼성전자가 57만4000원으로, 신세계보다 3000원 높다. 최근 삼성전자 주가가 부진하고 신세계 주가가 상승세인 것을 고려할 때 역전도 가능한 상황이다.
정보기술(IT)주를 대표하는 삼성전자와 이마트를 앞세운 유통업 강자 신세계의 주가를 직접 비교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 두 회사의 매출 규모도 차이가 크다. 하지만 투자자들에게 시사하는 바는 적지않다. 오래전 삼성그룹에서 분가한 신세계와 삼성그룹을 대표하는 삼성전자의 주가 경쟁을 보는 재계의 시선도 남다르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주가는 실적을 반영한다는 점이다. 신세계는 이마트 확점과 백화점 본점의 매출 증가 등에 따라 실적이 안정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할인점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는 시장지배력이 돋보인다.
우리투자증권 박진 연구원은 최근 신세계에 대해 하반기 이익모멘텀 강화가 기대된다며 목표주가를 65만5000원으로 4% 상향조정했다.
박진 연구원은 "영업레버리지 확대와 자회사(신세계마트)의 이익증가가 이익모멘텀을 강하게 주도할 것"이라며 "명품관을 필두로 시작된 출점 이벤트를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2.9% 증가한 데 그쳤지만 명품관과 죽전점 개점비용 300억원을 감안하면 증가율이 사실상 21%라고 강조했다.
이에비해 삼성전자는 D램 가격 급락에 따라 실적전망이 계속 아래로 조정되고 있다. 2분기까지 실적 감소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안성호 한누리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의 1/4분기 영업이익은 전분기보다 27% 감소한 1조4900억원, 2분기 영업이익은 1조2900억원으로 추정했다. LCD 패널 가격 하락까지 고려할 때 당분간 이익 감소는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안 애널리스트는 3분기부터 실적이 개선될 것이기 때문에 매수 의견은 유지했다.
시장에서의 인기도 눈에 띄게 차이가 난다.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도 어김없이 자사주를 매입했다. 사들인 규모만 1조8000억원대에 이른다. 그러나 주가는 시원치 않았다. 투자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지 못한 것. 매도를 기다린 투자자들이 처분 기회로 삼았다. 자사주 매입에 대해서도 주주환원이라는 평가와 함께 회사가 자사주를 매입해 오너의 우호지분을 늘린다는 시선도 있다.
언제부터인가 펀드매니저들은 포트폴리오에 반도체를 담을 때 삼성전자 대신 하이닉스를 선택하는 성향을 보이고 있다. 무거운 삼성전자를 사느니 실적도 좋고 주가도 가볍게 움직이는 하이닉스가 낫다는 것. 실제로 "삼성전자를 줄이고 하이닉스를 늘렸다"는 얘기는 쉽게 들을 수 있다. 이날도 하이닉스는 삼성전자보다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이에 비해 신세계의 경우 최근 3500억원이라는 사상최대 규모의 상속세를 내면서 시장에서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투명경영에 대한 오너와 경영진의 의지가 확고하다는 점이 높은 점수를 딴 것이다. 박진 연구원은 "오너 2세들이 상속증여세를 현물로 납부함에 따라 오너일가 지분율이 25.2%로 낮아졌다"며 "오너일가의 소유기반이 약화된 만큼 중장기적으로 경영권 안정화의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외국인 지분율이 40%가 넘는 상황에서 지분 확대와 더불어 시장친화적인 정책이 강화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실제 구학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경우 주가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은 최근 "회사의 주가가 100만원을 넘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신세계의 상대적인 강세가 언제까지 이어질 지는 장담할 수 없다. 워낙 오랜기간 소외당한 삼성전자가 한풀이 반등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짧은 반등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이익 성장과 투명성 증가를 통해 투자자들의 애정을 되찾아야한다. 영원한 '맏형'으로 1등 프리미엄을 받던 시대는 지났다. 포스코 현대중공업의 비상은 간과할 일이 아니다. 삼성전자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게될 지 두고볼 일이다. 이는 철처히 삼성전자의 몫이다.
유일한기자 only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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