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제지 주가 14배 띄운 ‘주가조작’… 징역 15년·벌금 2조 9천억

국내 단일 종목 기준 최대 규모 주가 조작
444개 계좌 동원해 1년간 시세조종… 주가 3484원→4만8400원
검찰 7898억 부당이득 주장했지만 법원은 1324억만 인정

인싸잇=임종옥 기자ㅣ 영풍제지 주가를 불과 1년 만에 약 14배 끌어올린 대규모 시세조종 사건의 핵심 피고인들에게 1심에서 중형과 천문학적인 벌금이 선고됐다.

 

다만 법원이 검찰이 산정한 부당이득 7898억 원 가운데 약 1324억 원만 인정하면서 검찰이 요구한 형량과 벌금 규모는 상당 부분 낮아졌다.

 

이는 국내 단일 종목 기준 최대 규모의 주가조작 사건으로 꼽힌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박종열)는 30일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시세조종 총책 이진훈씨에게 징역 15년과 벌금 3973억 원을 선고하고 약 1324억 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밀항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소지했던 미화 8800달러도 몰수했다.

 

영풍제지를 인수한 대양금속의 실소유주로 지목된 공현철씨에게는 징역 3년과 벌금 2430억 원, 추징금 74억 7000만 원이 선고됐다. 보석 상태였던 공씨는 이날 보석이 취소돼 다시 구금됐다.

 

이번 사건의 규모는 주가 상승 폭에서부터 두드러진다. 이들은 2022년 10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약 1년 동안 444개의 증권계좌를 이용해 가장매매와 통정매매, 고가매수 등을 반복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 결과 영풍제지 주가는 수정 종가 기준 2022년 10월 25일 3484원에서 2023년 10월 4만 8400원까지 치솟았다. 약 14배 상승이다.

 

이번 판결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은 부분은 부당이득 산정 규모이다.

 

검찰은 이들이 시세조종을 통해 얻은 부당이득을 7898억 원으로 산정했다. 하지만 재판부가 인정한 금액은 1324억 원으로 그 차이는 약 6574억 원이다.

 

법원이 금액을 크게 낮춘 이유는 금융거래 자료의 증거능력 문제였다.

 

재판부는 검찰 수사 착수 이후 금융감독원이 압수수색 영장 없이 증권사 등을 통해 추가로 확보한 일부 금융거래 자료가 사실상 형사수사를 위한 자료 수집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후 영장을 발부받아 자료를 다시 확보했더라도 최초 수집 과정의 위법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이에 따라 해당 자료를 증거에서 배제하고 적법하게 확보된 자료를 중심으로 부당이득을 다시 계산했다.

 

법원은 시세조종 범행 자체는 유죄로 인정했지만 부당이득 계산에서는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거래만을 반영했다. 이에 따라 검찰이 제시한 7898억 원 가운데 1324억 원만 법적으로 인정되는 부당이득으로 판단됐다.

 

이에 따라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이씨에게 징역 20년과 벌금 1조 947억 원, 공씨에게 징역 20년과 벌금 2조 3694억 원을 각각 구형했지만 법원은 이씨에게 징역 15년과 벌금 3973억 원, 공씨에게 징역 3년과 벌금 2430억 원을 선고했다.

 

이날 선고 대상은 모두 24명으로, 이 가운데 2명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나머지 피고인들은 역할과 가담 정도에 따라 실형과 집행유예, 벌금형 등을 선고받았다.

 

전체 피고인에게 선고된 벌금 총액은 약 2조 9687억 원에 달했다.

 

이번 판결은 대규모 시세조종 범행 자체에 대해서는 법원이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수사 과정에서 확보된 금융자료의 적법성 여부가 부당이득과 벌금 규모를 크게 좌우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검찰이 항소할 경우 상급심에서는 금융거래 자료의 증거능력과 이를 토대로 산정한 부당이득 규모를 둘러싼 법적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