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임종옥 기자ㅣ 취업시장 한파가 이어지는 가운데 여의도 증권가에는 모처럼 채용 훈풍이 불고 있다. 증시 활황에 힘입어 증권사 실적이 개선되면서 신입사원 채용을 확대하는 곳이 늘고 있는데 높은 성과 보상을 기대하는 청년 구직자들의 관심도 은행에서 증권업계로 이동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신입사원 공개채용 계획을 내놓은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키움증권·NH투자증권·삼성증권·신한투자증권·LS증권·DB증권·교보증권 등 8곳을 넘어섰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신입 공채를 진행하지 않았던 NH투자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이 올해 채용을 재개했다.
NH투자증권은 프라이빗뱅커(PB), 정보기술(IT), 글로벌 사업, 결제업무, 리서치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 자릿수 규모의 신입사원을 모집하며, 지원서는 이달 28일까지 받는다.
신한투자증권도 두 자릿수 규모로 신입사원을 선발한다. 지난달 31일 원서 접수를 마치고 현재 전형을 진행 중이며, 기존 직무·부문별 분리 채용 방식에서 벗어나 통합 직무 형태로 채용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국투자증권과 키움증권, 삼성증권, LS증권, DB증권, 교보증권 등 지난해 하반기에도 공개채용을 실시했던 증권사들도 올해 채용을 이어간다. 이 가운데 DB증권은 다음 달 2일, 교보증권은 다음 달 5일, 한국투자증권은 다음 달 19일까지 지원서를 접수한다.
iM증권과 신영증권, 메리츠증권도 올해 하반기 공개채용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KB증권 역시 공채 진행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증권사들이 신입 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배경에는 실적 개선이 자리 잡고 있다.
국내외 주식 거래가 증가하면서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 등이 늘었고, 주요 증권사들이 올해 상반기 역대 최대 수준의 실적을 잇따라 기록하면서 신규 인력을 채용할 여력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5대 증권사(미래에셋·한국투자·키움·NH투자·삼성증권)의 합산 당기순이익은 7조 7005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3조 1832억 원) 대비 약 2.4배(141.9%) 폭증했고, 2분기 합산 순이익만 4조 5098억 원에 달해 전년 동기(1조 7844억 원)보다 152.7% 급증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상반기에만 2조 9072억 원, 한국투자증권은 1조 7311억 원, 키움증권은 1조 1580억 원, NH투자증권은 9651억 원, 삼성증권은 9391억 원의 실적을 냈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실적이 좋지 않을 때는 바로 현업에 투입할 수 있는 경력직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했다”며 “최근 실적이 개선되면서 신입사원을 채용해 장기간 교육할 수 있는 여력도 커졌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의 채용문이 넓어지면서 금융권 취업준비생들의 선호도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은행 취업을 준비하는 이른바 ‘은준생’ 대신 증권사를 목표로 하는 ‘증준생’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임직원 수는 올해 6월 말 기준 4만 315명으로 2년 전보다 3.9% 증가했다. 자산운용사 임직원도 같은 기간 13.8% 늘어난 1만 3769명으로 집계됐다.
반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 임직원 수는 5만 3151명으로 2년 전보다 4.9% 감소했다.
대학생들의 금융회사 취업 선호도에서도 증권사의 상승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인크루트가 올해 6~7월 대학생 181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증권사 선호도는 34.4%로 은행(34.5%)과 불과 0.1%포인트 차이를 보였다. 2년 전 은행 40.0%, 증권사 26.0%로 14%포인트 차이가 났던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크게 좁혀졌다.
다만 모든 증권사가 신입 공채 확대에 동참하는 것은 아니다. 대신증권·다올투자증권·유안타증권 등은 올해도 하반기 신입 공개채용 계획을 별도로 내놓지 않고 필요한 인력을 수시 또는 경력직으로 충원하는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비대면 거래 확대와 점포 감소도 채용 방식 변화의 변수다. 한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신입사원을 채용해 교육한 뒤 이직하는 경우도 있어 중소형사는 공채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며 “비대면 거래가 늘면서 과거보다 대면 영업 인력 수요도 줄어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채용 방식뿐 아니라 평가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인공지능(AI) 활용이 금융투자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증권사들이 지원자의 디지털·AI 역량을 검증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올해 채용 과정에 AI 역량 검사를 새롭게 도입했으며, 한국투자증권도 올해 처음 AI 면접을 채용 절차에 포함했다. 증권사들의 디지털 사업 확대와 업무 전반의 AI 활용 증가에 따라 금융 지식뿐 아니라 AI와 디지털 기술을 실제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이 주요 채용 기준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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