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집값 잡자니 가계빚 부담… 금리인상 딜레마 커진다

국토연구원 “금리 0.25%p 인상하면 6개월 뒤 아파트값 1.2%↓”
한국은행 “가계 이자부담 3.3조 증가”
대출금리 5개월·연체율 15개월 뒤 반응

인싸잇=임종옥 기자 | 주택가격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면 집값 안정에는 효과가 나타나지만, 이는 이미 많은 빚을 지고 있는 가계의 이자 부담을 가중할 수 있다. 최근 국토연구원과 한국은행이 잇따라 내놓은 분석이 금리인상을 통한 주택시장 안정과 가계부채 관리 사이에서 정책당국이 풀어야 할 딜레마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토연구원은 23일 발표한 ‘금리 상승기 주택시장 변동성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금리 상승 국면에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하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이 6개월 뒤 1.2% 하락한다고 분석했다. 또 12개월 뒤에는 1.1%, 24개월 뒤에는 0.9% 하락하는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지난 1999년 5월부터 올해 8월까지의 자료를 활용한 분석으로, 국토연구원은 기준금리 인상 이후 다음 금리 변동 시점까지를 금리 상승 국면으로 구분해 금리 충격이 주택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살폈다.

 

전체 기간을 대상으로 할 경우에도 0.25%p 금리 인상은 6개월 뒤 주택가격을 0.5%, 12개월 뒤 0.9%, 24개월 뒤 1.2%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인상이 주택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데 시차가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국토연구원은 기준금리뿐 아니라 시장금리와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움직임이 주택가격과 거래에 미치는 영향을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밝혔다.

 

주목해 볼 부분은 금리 인상의 반대편에 있는 가계부채의 흐름이다.

 

한국은행이 전날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에 따르면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할 경우 가계의 이자 부담은 약 3조 3000억 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이자 부담도 약 3조 7000억 원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금리 인상의 충격이 즉시 끝나는 것도 아니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상 이후 은행의 잔액 기준 대출금리가 약 5개월 뒤 가장 크게 반응하고, 연체율은 약 15개월 뒤 가장 크게 반응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다시 말해, 금리를 올려 주택시장 과열을 진정시키더라도 가계의 이자 부담과 연체 위험은 상당한 시차를 두고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한국은행은 금리 인상이 가계부채 가중과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금융 취약성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가계의 부담을 가볍게 볼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변동금리대출 비중은 지난 2021년 7월 말 68.4%에서 올해 6월 말 56.1%로 낮아졌다. 또 가계의 부채비율과 소득 대비 원리금상환액 비율도 과거 금리인상기보다 개선됐다.

 

그럼에도, 취약차주의 연체율은 과거 인상기보다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어, 추가 금리 상승이 취약계층에 집중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주택시장 내부의 자금 구조도 달라지고 있다. 국토연구원 분석에서 서울 주택 매입자금 가운데 임대보증금 비중은 2021~2022년 27.1%에서 2023~2025년 16.1%, 올해 1~4월 6.6%까지 낮아졌다.

 

반면 금융기관 대출 비중은 같은 기간 15.7%에서 22.6%, 23.6%로 높아졌다.

 

결국 최근 두 기관의 분석은 금리인상이 주택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라는 두 가지 금융 불균형을 동시에 겨냥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이미 누적된 가계부채의 이자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은행도 현재 기준금리를 3.00%로 두 차례 연속 인상한 뒤 향후 통화정책에 대해 물가와 경기뿐 아니라 금융안정 상황을 면밀하게 점검하면서 추가 인상의 시기와 속도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집값을 안정시키려는 금리 인상이 오히려 가계의 부채 부담을 키우는 상황을 피하면서 주택시장과 금융시장의 안정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지가 향후 당국의 통화정책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