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여력 2.8조 늘렸는데 한 달도 못 갔다… 5대 은행, 가계대출 한도 바닥

정책대출 제외 가계대출, 수정된 연간 목표 2000억 가깝게 초과
연말까지 대출 문턱 높아질 가능성
집단대출·계절적 수요 감소는 변수

인싸잇=임종옥 기자 | 금융당국이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총량 목표를 확대했지만, 추가로 확보한 약 2조 8000억 원의 대출 여력이 1개월도 지나지 않아 사실상 소진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책대출을 제외한 은행 자체 가계대출 증가액은 이미 수정된 연간 목표치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지난 17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52조 2617억 원으로 집계됐다. 보금자리론 등 정책성 대출을 제외한 수치다.

 

지난해 말 잔액 644조 9700억 원과 비교하면 올해 들어 7조 2917억 원 증가했다. 이는 5대 은행이 지난달 말 금융당국과 협의를 통해 새롭게 설정한 연간 가계대출 증가 목표인 약 7조 1100억 원을 2000억 원 가까이 웃도는 규모다.

 

5대 은행은 애당초 설정했던 가계대출 증가 목표를 금융당국과 협의해 상향하면서 약 2조 7800억 원의 추가 대출 여력을 확보했다. 하지만 새로 확보한 여력이 한 달도 되지 않아 대부분 소진되면서 연말까지 은행권의 대출 관리가 한층 까다로워질 가능성이 커졌다.

 

은행별로도 상황은 빠듯하다. 5대 은행 가운데 2곳은 연간 증가 목표를 상당 폭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으며, 다른 2곳도 목표치에 근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책대출을 포함한 전체 가계대출 잔액만 보면 증가세가 둔화한 것처럼 보인다.

 

5대 은행의 지난 17일 기준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781조 5082억 원으로, 지난달 말 782조 1192억 원보다 6110억 원 감소했다. 전체 가계대출 잔액이 전월 말보다 줄어든 것은 지난 3월 이후 6개월 만이다.

 

이는 대출 수요가 크게 줄어든 영향이라기보다 보금자리론 등 정책대출의 자산 유동화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은행이 취급한 보금자리론은 일정 규모가 쌓이면 유동화 과정을 거쳐 한국주택금융공사로 이전되는데, 이 과정에서 은행 장부에 잡히는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감소하게 된다.

 

결국 정책대출을 제외하면 은행이 자체적으로 취급하는 가계대출은 여전히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은행권에서는 연말까지 대출 문턱이 쉽게 낮아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이 이미 한 차례 총량 목표를 확대해준 만큼 추가적인 목표 상향을 기대하기 어렵고, 은행들도 수정된 연간 목표를 맞추기 위해 신규 대출 증가 속도를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대출모집인을 통한 접수를 제한하거나 비대면 대출 취급을 축소하고, 우대금리를 줄이거나 심사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출 수요를 조절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올해 연말 대출이 예년처럼 급격하게 막히는 상황까지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이주비·중도금·잔금대출 등 일부 집단대출은 은행별 총량 관리에서 제외될 수 있고, 통상 연말로 갈수록 주택 매매와 이사 수요가 줄어드는 계절적 요인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총량 관리 기조가 유지되는 가운데 추가로 확보한 2조 8000억 원가량의 여력이 한 달도 되지 않아 소진됐다는 점에서, 연말까지 은행권의 대출 관리가 상당히 보수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