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심규진 | 나는 수업에서 학생들과 종종 흥미로운 실험을 한다.

윤석열·이재명·김문수 등 한국의 주요 대선 후보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당에 속해 있는지, 무슨 공약을 내세웠는지를 모두 가린 채 사진만 보여준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묻는다.
“정책과 정당을 전혀 모른다고 가정하고, 인상과 이미지만으로 판단한다면 누가 가장 대통령이 될 것 같습니까?”
놀랍게도 학생들의 선택은 실제 선거 결과와 상당히 자주 일치한다. 물론 이것을 과학적인 선거 예측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도자에게 어울리는 얼굴과 태도에 대한 유권자의 인식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보여주는 작은 실험은 된다.
이어 “왜 이 사람이 가장 대통령답게 보입니까?”라고 물으면 더욱 흥미로운 답변들이 나온다. 학생들이 성장한 국가의 정치문화와 교육, 미디어 환경, 그리고 그 사회가 오랫동안 학습해온 지도자의 전형이 답변에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한 독일 여학생의 답변이었다.
그 학생은 초록색 셔츠를 입은 심상정의 사진을 골랐다. 한국인의 눈으로 보면 군소정당 정치인 특유의 운동가적 이미지가 상대적으로 강한 사진이었다. 그런데 그 학생은 심상정이 네 사람 가운데 가장 대통령답게 보인다고 말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나요?”
학생의 대답은 단순했다.
“여성이니까요.”
여성임에도 지도자처럼 보인다는 것이 아니었다. 여성이라는 점이 오히려 지도자의 이미지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는 뜻이었다.
앙겔라 메르켈은 2005년부터 2021년까지 16년 동안 독일을 이끌었다. 독일의 젊은 세대 가운데 상당수는 유년기와 청소년기 대부분을 여성 총리 아래에서 보냈다. 이들에게 국가 지도자의 얼굴은 반드시 남성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기성세대보다 약할 수밖에 없다. 메르켈의 장기 집권은 독일 정치의 제도를 바꾼 것뿐 아니라, 한 세대가 상상하는 ‘지도자의 얼굴’도 바꾸어 놓았다.
정치 커뮤니케이션의 관점에서 보면 이것은 일종의 반복 노출과 사회적 학습의 효과다. 사람들은 지도자의 자질을 오직 정책과 경력만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특정한 외모와 말투, 성별, 표정과 태도를 오랫동안 권력의 이미지와 연결해 학습한다. 메르켈은 여성 지도자를 예외적인 존재가 아니라 익숙한 정치적 원형으로 만들었다.
그렇다면 독일은 메르켈과 전혀 다른 성격의 두 번째 여성 총리를 맞게 될까.
그 가능성의 중심에 독일대안당(AfD)의 공동대표 앨리스 바이델이 있다.
AfD의 서로 다른 네 가지 자산
오늘날 AfD를 이해하려면 바이델 한 사람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앨리스 바이델, 울리히 지크문트, 비외른 회케, 티노 흐루팔라는 각각 AfD가 보유한 서로 다른 정치적 자산을 상징한다.
1979년생인 바이델은 AfD의 전국적 간판이자 최초의 연방 총리 후보였다. 경제학 박사이며 국제 금융계에서 일한 경력을 갖고 있다. 그녀의 가장 중요한 정치적 기능은 AfD의 강경한 의제를 중산층과 고학력 유권자도 이해할 수 있는 경제·안보·국가 운영의 언어로 번역하는 것이다.
1990년생 울리히 지크문트는 작센안할트 주 선거에서 AfD를 43.8%의 득표율로 이끌며 전국적인 주목을 받은 차세대 정치인이다. AfD는 83석 가운데 39석을 차지해 과반에 불과 세 석 모자란 압승을 거뒀다.
지크문트가 흥미로운 이유는 강경한 정책을 반드시 분노한 표정과 공격적인 언어로 전달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는 밝은 표정과 낙관적인 태도를 유지하면서 이민·치안·정체성 문제를 말한다. 내용의 급진성을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친근함으로 완충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AfD의 ‘미스터 스마일’이자, 당이 기존 지지층 바깥으로 확장할 때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얼굴이다.
비외른 회케는 AfD 강경파의 이념적 중심이다. 튀링겐을 기반으로 동부 독일의 핵심 지지층과 민족주의적 정서를 붙잡고 있다. 독일 언론이 그를 AfD의 ‘왕관 없는 왕’이라고 부를 만큼 당내 영향력도 강하다.
그러나 회케의 강경성은 양날의 칼이다. 그는 AfD의 이념적 정체성을 분명하게 만들고 코어 지지층을 결집시키지만, 동시에 AfD가 서독과 중도층으로 확장하고 다른 정당과 연정을 구성하는 데 가장 큰 부담이 되는 인물이기도 하다.
공동대표 티노 흐루팔라는 동독 지역과 노동자·자영업자층, 그리고 당의 지역 조직을 상징한다. 화려한 전국적 스타라기보다 당의 기반을 안정적으로 떠받치는 정치인에 가깝다. 2026년 7월 전당대회에서도 바이델과 흐루팔라는 나란히 공동대표로 재선됐다. 다만 바이델은 81.3%, 흐루팔라는 70%의 지지를 얻어 당내 무게중심이 점차 바이델 쪽으로 이동하고 있음도 보여주었다.
대중문화에 비유하면 바이델은 그룹의 센터이자 전체 콘셉트를 조정하는 프로듀서다. 지크문트는 독자적인 대중성을 갖춘 차세대 스타다. 회케와 흐루팔라는 오랜 팬덤과 지역 조직, 당의 정체성을 관리하는 정치적 대주주에 가깝다.
바이델의 힘은 ‘제거’보다 ‘배치’에 있다
바이델의 리더십에서 주목할 부분은 자신과 경쟁할 수 있는 인물들을 모두 제거하고 혼자 빛나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적어도 지금까지 그녀는 누가 핵심 지지층을 지키고, 누가 지역 조직을 관리하며, 누가 새로운 유권자를 끌어와야 하는지를 비교적 정확히 이해해왔다. 이는 정치적 포용성이라기보다 현실적인 권력 감각에 가깝다. 회케의 이념적 영향력을 인정하면서도 전국 정치는 자신이 대표하고, 흐루팔라와 공동대표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당의 중심축은 자신에게 이동시키는 방식이다.
정치에서도 골게터만큼 미드필더가 중요하다. 회케가 이념적 중원을 지키고 흐루팔라가 지역 조직을 받친다면, 바이델은 그 자원을 중산층·여성·고학력층·서독 유권자에게 연결한다. 지크문트 같은 젊은 정치인은 다시 새로운 득점 기회를 만든다.
바이델의 정치 커뮤니케이션과 당 운영상의 강점은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센터가 될 수 있는 강력한 브랜딩 능력이다.
여성이며 공개적으로 동성 파트너와 가정을 이루고 있고, 경제학 박사이자 국제 금융계 출신이라는 바이델의 복합적인 정체성은 AfD를 단순한 ‘분노한 극우 남성들의 정당’으로 규정하기 어렵게 만든다. 그녀 개인의 존재가 당의 전통적인 이미지를 완화하는 일종의 시각적·상징적 방어막으로 작동한다.
그렇다고 바이델의 존재만으로 AfD의 정책적 급진성까지 온건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급진적 정책과 세련된 전달자의 조합이다. 바이델은 AfD의 내용을 바꾸기보다 그 내용을 전달하는 형식과 화자의 이미지를 바꾼다.
둘째는 연대와 역할 분담을 이해하는 팀플레이 능력이다.
그녀는 강경파를 무조건 밀어내지 않는다. 그들이 붙잡고 있는 지지층의 정서와 정치적 효용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젊은 스타가 성장할 공간도 남겨둔다.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모든 주변 인물을 왜소화시키는 리더와 달리, 서로 다른 정치적 자원을 적절한 위치에 배치해 전체 정당의 외연을 넓힌다.
셋째는 개인적인 정책 역량과 세력 조정 능력이다.
경제와 국제정세에 대한 지식, 토론 능력, 메시지 통제력은 바이델의 분명한 자산이다. 여기에 자신보다 나이가 많고 오랫동안 지역 정치와 당 조직을 장악해 온 남성 정치인들과 경쟁하면서도, 그들의 조직과 경험을 활용할 줄 아는 정치적 현실감각이 더해진다.
바이델은 현재 47세다. 50대의 회케·흐루팔라 세대와 30대의 지크문트 세대 사이에 서 있다. 나이 든 남성 정치인들의 조직과 경험을 활용하는 동시에 젊은 세대를 새로운 간판으로 키울 수 있는 중간 세대다. 바로 여기에 바이델의 ‘정치적 오케스트레이션’ 능력이 있다.
오케스트레이션은 모든 악기를 직접 연주하는 능력이 아니다. 서로 다른 소리와 이해관계를 하나의 방향으로 묶어내는 능력이다. 바이델은 현재까지 AfD라는 이질적인 정치연합 안에서 이 능력을 상당 부분 보여주었다.
정당의 확장과 국가 통치는 다른 문제다
그러나 여기에서 바이델의 능력을 과대평가해서도 안 된다.
지금까지 확인된 것은 서로 다른 세력과 세대를 묶어 AfD를 확장한 능력이다. 그것이 실제 연정 구성과 국가 통치 능력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
독일 총리는 대통령처럼 국민의 직접선거로 선출되지 않는다. 연방의회에서 다수의 지지를 확보해야 한다. 따라서 AfD가 전국 지지율 1위에 오르거나 바이델이 가장 강력한 야당 지도자가 되는 것과, 실제 총리직을 차지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작센안할트에서 AfD가 43.8%를 얻고도 단독 과반을 확보하지 못해 연정 상대를 찾아야 했던 상황은 이 딜레마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CDU를 비롯한 기존 정당들이 AfD와의 협력을 거부하는 이른바 ‘방화벽’을 유지하는 한, 득표율의 상승이 곧바로 통치 권력으로 전환되지는 않는다.
바이델의 진정한 시험도 여기에서 시작된다.
당내 강경파와의 공생을 유지하면서 외부 정당이 받아들일 수 있는 연합의 언어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동부 독일의 분노를 유지하면서도 서부 독일 중산층과 기업, 금융시장에 안정감을 줄 수 있는가. 반체제 정당의 에너지를 잃지 않으면서 집권 가능한 정당으로 전환할 수 있는가.
당내 세력을 조율하는 기술과 국가적 연합을 만드는 능력은 서로 다르다. 바이델은 전자는 보여주었지만 후자는 아직 입증하지 못했다.
메르켈, 멜로니, 바이델
이탈리아의 조르자 멜로니는 1977년생, 올해 49세다. 바이델과 마찬가지로 1970년대에 태어난 유럽 신우파 여성 지도자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이 과거의 여성 정치인들과 다른 방식으로 여성성을 정치 자산으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여성의 권리나 대표성을 전면에 내세우는 전통적인 페미니즘 정치의 계승자를 자처하지 않는다. 오히려 안보·이민·가족·국가 정체성처럼 오랫동안 남성 정치인의 영역으로 간주됐던 의제를 장악한다.
메르켈이 갈등을 흡수하며 정치의 중심을 지킨 지도자였다면, 멜로니는 기성 정치가 외면해온 갈등을 선명하게 제기한 뒤 이를 비교적 안정적인 통치로 전환한 지도자다.
바이델은 아직 그 중간 단계에 있다.
그녀는 AfD 내부의 강경한 에너지와 대중적 확장성을 결합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그 에너지를 연정과 국가 통치의 언어로 전환할 수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여성 지도자는 유럽 신우파에 독특한 커뮤니케이션 효과를 제공한다. 강경한 안보·이민 메시지에서 남성 권위주의 특유의 거칠고 위협적인 인상을 일정 부분 완화한다. 동시에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은 진보 정당이 독점한다’는 오래된 정치 문법도 무너뜨린다.
이것이 반드시 정책의 온건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강경한 정책이 더 현대적이고 세련된 외형을 통해 전달될 수 있다는 뜻이다. 여성 지도자의 등장은 신우파의 약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정치적 브랜드가 새로운 유권자층을 향해 확장되는 과정일 수 있다.
메르켈은 독일인에게 여성이 국가 지도자가 되는 풍경을 일상으로 만들었다. 역설적으로 그가 만들어놓은 여성 지도자의 정상성이 이제 메르켈과 정치적으로 정반대에 서 있는 바이델에게도 유리한 문화적 토양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최종 관문은 이미지가 아니라 연합이다.
바이델이 회케·흐루팔라·지크문트라는 서로 다른 자산을 조율해 AfD를 키운 것처럼, 언젠가는 AfD 바깥의 세력까지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코어 지지층의 열광과 의회 다수의 신뢰, 반체제 정치의 에너지와 국가 운영의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
그 과제를 풀어낸다면 독일은 메르켈과는 전혀 다른 유형의 두 번째 여성 총리를 맞을 수도 있다.
메르켈에서 멜로니로, 그리고 바이델까지.
유럽 정치에서 여성 지도자의 시대가 계속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앞으로 등장할 여성 지도자는 우리가 익숙하게 상상해온 진보적 여성 정치인의 모습과는 상당히 다를 가능성이 크다.
□ 심규진 스페인 IE대학교 조교수 약력
정치 문법을 문화 전쟁의 관점에서 재구성하며, 우파의 문화적·정치적 복권과 승리를 이끄는 담론을 제시하는 커뮤니케이션 및 미디어 연구자다. 호주 멜버른대학교, 싱가포르 경영대학교(SMU) 등 세계 유수의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싱가포르 교육부 미디어개발국 및 스페인 과학혁신부의 지원을 받아 국제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학사, 미시간 주립대학교에서 석사, 미국 시러큐스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국제 커뮤니케이션 학회(ICA)에서 최고 논문상을 수상한 바 있다. 또한 지역민방 청주방송과 미디어다음에서 기자로 활동했고, 여의도연구원 데이터랩 실장, 국방부 정책자문위원 등을 역임하며 학문과 실무를 아우르는 보수 우파의 브레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현재 유튜브 채널 〈국민스피커 심규진 교수〉를 통해 정파적 이해에서 자유로운, 독립적 민심과 데이터 기반 정치 평론이라는 대중적 실험에 나서고 있다.
▶ 유튜브 검색: @kyujinshim78
저서로는 『하이퍼젠더』,『K-드라마 윤석열』, 『새로운 대한민국』(공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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