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한민철 편집국장 | KB금융지주가 차기 회장으로 이재근 KB금융지주 글로벌·WM(자산관리)·SME(중소기업금융) 부문장을 선택했다.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한 양종희 현 회장의 연임이 유력했던 상황에서 의외의 인사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재무·전략은 물론 은행 영업과 글로벌·자산관리·중소기업금융까지 폭넓게 경험하고 성과까지 낸 ‘정통 KB맨’ 이재근 부문장이 차기 회장으로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반영한 결정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지난 11일 양종희 회장과 이재근 부문장,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 등 숏리스트 후보 3명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 뒤 이 부문장을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 올해 6월 2일 경영승계 절차를 시작한 이후 약 3개월간 진행된 회장 선임 절차의 최종 결과다.
애당초 금융권에서는 양종희 회장의 연임 가능성을 점쳤다. 양 회장 취임 이후 KB금융은 2024년 5조 원대, 지난해 5조 8000억 원대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연달아 경신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3조 8000억 원대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호실적을 이어갔다.
특히 지난해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올해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과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잇따라 연임에 성공하면서 양 회장 역시 연임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그런 상황에서 KB금융 이사회가 선택한 것은 안정적인 연임이 아니라, 변화와 세대교체 그리고 이를 통한 ‘신(新)성장동력 창출’이었다.
조화준 회추위원장은 이 후보 선정 배경을 두고 “현재의 우수한 성과에 머무르지 않고, 그룹의 본원적 경쟁력 강화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과감한 변화와 세대교체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재근 Pick, ‘새로운 수익원 발굴’ 위한 전략
국내 대형 금융업계에서 현직 회장이 역대 최대 실적을 내고 있음에도, 후계가 바뀌는 사례는 흔치 않았다.
그럼에도 이번 결정은 KB금융이 이미 국내 금융그룹 가운데 독보적인 규모와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오히려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기존 양 회장 체제에서 은행과 증권·보험·카드·캐피탈 등 비은행 사업의 경쟁력을 안정적으로 끌어올렸다면, 이제는 기존 성장 공식을 넘어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해야 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제 흐름과 국내 정책적 상황으로 인해, 금리와 부동산 중심의 전통적인 은행 영업만으로는 과거와 같은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이에 자금이 예금에서 증권·펀드·연금 등 자본시장으로 이동하는 ‘머니무브’도 본격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근 부문장의 재무기획과 경영기획, 또 은행 영업에 걸친 폭넓은 경험은 강점으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30년 이상 경험과 성과로 증명한 ‘천상 금융맨’
이재근 부문장은 지난 1993년 주택은행에 입행하면서 KB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KB금융지주 재무기획부장과 재무기획담당 상무 등을 거치며 그룹의 재무와 전략 업무를 담당했다.
특히 KB금융이 LIG손해보험과 현대증권, 우리파이낸셜 등을 인수하며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국민은행으로 이동한 뒤에는 경영기획과 영업그룹을 거쳐 CFO와 영업그룹대표를 역임했고, 2022년에는 만 55세의 나이로 KB국민은행장에 발탁됐다. 당시 최연소 시중은행장으로 알려지며 주목을 받았다.
은행장 임기를 마친 뒤에는 KB금융지주로 돌아와 글로벌 사업 부문장을 담당했다. 이후 글로벌·WM·SME를 아우르는 부문장으로 역할을 넓혔다.
금융권에서는 이 후보를 특정 분야에 치우치지 않은 ‘전천후 CEO’로 평가한다. 금융 업무 전반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실무형 인사로서 오로지 금융 업무에만 특화된 인재라는 점도 회사에서는 회장직을 맡기기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재근 부문장에게는 KB금융이 기존 실적을 지키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게 중요한 과제로 주어졌다.
특히 WM과 SME, 글로벌 사업이 핵심 승부처가 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이 부문장이 최근까지 WM을 직접 총괄했다는 점은 이에 대응하는 데 큰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중소기업금융 역시 단순 대출에서 벗어나 투자와 자금조달, 기업 승계, 오너 자산관리까지 연결하는 종합금융 모델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사업도 중요한 과제다. 국내 금융시장의 성장성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해외 시장에서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하는 것이 금융그룹의 장기 성장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재근 號, KB 새 성장 사이클의 동력 기대감 ↑
KB금융은 향후 중장기 전략으로 WM·연금 사업모델 재설계, 중소법인 경쟁력 강화, 기업투자금융(CIB)과 자본시장 협업 확대, 보험·투자운용 역량 강화, 그룹 인공지능(AI) 전환 가속화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이는 이 부문장이 최근까지 맡았던 업무와 상당 부분 접점이 있다.
특히 주목해 볼 부분은 이 부문장의 향후 회장 선임이 최종 확정된다면, 그는 4대 금융그룹 회장 가운데 최연소가 된다는 점이다. 금융지주 최고경영자 인사에서 KB금융이 세대교체를 선택했다는 상징성도 작지 않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기조가 이번 인선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KB금융 회추위는 사전에 마련한 자격요건과 세부 평가 기준에 따라 후보들을 검증한 결과 이 부문장을 최종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번 인선의 평가는 앞으로 이재근 부문장이 어떤 성과를 만들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KB금융은 오는 11월 20일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이 부문장을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할 예정이다. 정식 선임될 경우 임기는 11월 21일부터 향후 3년이다.
이번 인선이 단순한 세대교체를 넘어 KB금융의 새로운 성장 사이클을 여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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