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용산공원 지하수서 벤젠 기준치 335배 검출… 주택공급 ‘빨간불’

녹사평역 인근 지하수서 벤젠 5.033㎎/L 검출… 기준치 335배
수년째 이어진 정화작업에도 오염 확인… 용산공원 주택공급 논란
“주택공급보다 오염 정화·주거 적합성 검증이 먼저”

인싸잇=임종옥 기자ㅣ 용산공원 인근 지하수에서 기준치를 300배 이상 웃도는 발암물질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수년째 이어진 정화 작업에도 오염물질이 확인되면서 용산공원 부지를 활용한 주택공급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용산 미군기지 주변 유해물질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4월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주변 지하수 조사 지점 8곳에서 지하수 수질기준을 초과하는 벤젠이 검출됐다.

 

특히 한 관측정에서는 벤젠이 5.033㎎/L 검출됐다. 생활용수 기준인 0.015㎎/L와 비교하면 약 335배에 달하는 수치다.

 

벤젠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한 물질이다. 조사 대상이었던 톨루엔·에틸벤젠·크실렌 등도 일부 지점에서 검출됐지만 기준치를 초과하지는 않았다.

 

문제는 이번에 오염물질이 확인된 곳이 용산미군기지 사우스포스트 동쪽 외곽으로, 용산공원과 가까운 지역이라는 점이다. 주변 지하수에서 고농도의 벤젠이 검출되면서 공원 내부 토양과 지하수의 오염 상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용산공원 내 녹지 기능이 훼손된 지역 등을 활용해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해당 부지를 활용해 가능하면 현 정부 임기 내 착공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공원 주변에서 발암물질이 지속적으로 검출되면서 실제 주택공급까지는 상당한 정화 기간이 필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시는 그동안 녹지 보존과 환경 문제 등을 이유로 용산공원 내 주택공급에 반대해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서울시의회에서 “캠프킴도 오염토 정화 작업을 시작한 지 5년 3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작업 중”이라며 용산공원 주택공급이 현 정부 임기 내 착공되기 어렵다는 취지로 밝힌 바 있다.

 

그동안 용산어린이정원 부지를 둘러싼 오염 논란이 계속되고 왔다. 지난달 주거정책의 일환으로 토양 오염 정화가 완료되지 않은 용산어린이정원 부지에 청년·신혼부부를 위한 대규모 임대주택을 건설하는 계획이 알려지면서 시민단체와 부모단체의 반발이 제기되기도 했다.

 

부모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지난달 24일 성명을 내고 오염 정화가 완료되지 않은 부지에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주택을 건설하는 것은 위험한 계획이라며 비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야당 대표로 있던 시절,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용산어린이정원 조성을 두고 토양 오염, 석면 문제, 졸속 개방, 불법·부적정 행정과 각종 특혜성 계약 의혹 등에 대해 전방위로 강력하게 비판하지 않았냐”며 “정권이 바뀌자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꾼단 말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발암물질이 가득한 위험 부지에 청년들을 밀어 넣는 것이 정말 이재명 정부가 말하는 ‘국민 안전’이고 ‘미래세대를 위한 주거정책’이냐”고 비판했다.

 

앞서 2021년 한국환경공단과 미군이 공동으로 수행한 환경조사 및 위해성평가에서도 용산공원 부지에서 석유계총탄화수소가 기준치의 최고 36배, 비소·납·다이옥신·수은 등 유독물질이 최대 39.9배까지 검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하수 오염 문제도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녹사평역 인근 지하수 관정에서는 과거 벤젠이 기준치를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검출된 사례가 보고됐으며, 이태원동 유엔사 부지 복합개발사업의 사후환경영향조사에서도 발암물질인 트리클로로에틸렌(TCE) 농도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권에서도 주택공급에 앞서 오염 정화와 주거 적합성 검증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위상 의원은 “용산기지 주변에서도 오염물질이 지속 검출되는 만큼 내부 오염은 더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택지나 공원을 조성하기에 앞서 오염물질 정화부터 확실히 처리하는 것이 순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