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이서호 기자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한국과 일본을 하나의 경제로 묶는 ‘한일 경제공동체’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에너지·반도체·금융·AI 등 주요 산업 분야에서 양국이 협력해 세계 4위 규모의 경제권을 형성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8일 일본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최 회장은 인터뷰에서 현재 보호주의 확산과 미중 대립으로 공급망과 시장이 분단되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 규모를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최 회장은 “한일이 하나로 연결된다면 약 6조 달러(약 8067조 원) 규모, 세계 4위의 경제권을 형성할 수 있으며, 보다 강력한 협상력과 발언권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양국이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비용 부담을 겪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한일 시장을 연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특히 에너지 분야와 관련해 “구매부터 비축, 사용까지 공동으로 설계해 비용을 최대 5% 절감할 수 있다면 그 효과는 매우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는 전력과 가스 인프라 연결과 유럽연합(EU)의 솅겐 협약과 같은 인적 왕래 자유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솅겐 협약은 유럽 29개국의 국경을 통과할 때 국경 검문 없이 출입국 심사 등 절차를 면제해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제도다.
이어 “한일 시장을 연결해 주요 인프라, 서비스를 공동으로 활용해 기초 비용을 낮추고 새로운 산업과 서비스를 육성해 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금융과 인공지능(AI), 헬스케어 등도 협력 대상으로 제시했다. 최 회장은 양국의 금융회사가 AI를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한 공동펀드나 양국에 함께 적용되는 새로운 보험 상품을 만들어 헬스케어 등 분야에서도 협력이 가능하다며 예를 들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산업인 반도체 분야도 짚었다. 최 회장은 “세계 메모리 반도체 공급(매출 기준)의 50% 이상을 한국이 담당하고 일본의 완성품 비중은 5% 수준”이라며 “그러나 소재·부품·장비 분야에서는 수치가 역전된다”고 말했다.
그는 빅테크 기업들의 AI 인프라 투자 확산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수급난이 장기화될 수도 있어 SK하이닉스가 해외에도 반도체 공장을 지을 수 있는 생태계가 갖춰진 장소를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과 일본의 협력을 막는 제도나 문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예전에는 양측 모두에게 정치적 반감이 있었지만, 최근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서로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또 과거 아베 신조 정권 당시 일본이 한국을 상대로 시행한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관리 강화 조치와 관련해서는 “지금은 거의 무효가 된 과거의 이야기”라고 했다.
이어 한일이 협력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진다면 중국과의 관계를 구축하는 데도 이점이 생기고 성장을 촉진하며 비용을 낮출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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