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이슈] “국민은 안 되고 LH 직원은 된다?”… 사내 주택대출 특혜

정부는 대출 조이는데… LH 직원은 최대 1.4억
정부 기준보다 높은 한도 낮은 금리
국민은 빚 걱정하는데… LH 직원 특혜 논란

인싸잇=임종옥 기자ㅣ 정부가 가계부채 증가율을 1.5% 수준으로 관리하고 주택담보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는 가운데,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정부 지침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직원들에게 사내 주택자금 대출을 지원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한도는 정부 기준을 웃돌고 금리는 시중 은행의 가계대출 금리보다 낮았으며, 다른 금융기관의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자금대출과 중복 이용도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택정책을 담당하는 공기업이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와 다른 대출 제도를 운영했다는 지적이다.

 

 

지난 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LH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LH는 지난 2021년부터 올해 8월까지 직원들에게 총 828억 9689만 원 규모의 사내 주택자금 신규 대출 1029건을 시행했다.

 

목적별로는 주택 구입자금이 384억 7957만 원(505건), 임차 자금이 444억 1732만 원(524건)으로 집계됐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임차 자금 대출 한도다. 정부의 ‘공공기관의 혁신에 관한 지침’은 공공기관 직원의 주택자금 대출 한도를 1인당 7000만 원 이내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LH는 지역별 기본 한도에 자녀 수에 따른 추가 지원을 더하는 방식으로 대출 제도를 운영했다. 수도권과 광역시, 도청 소재지, 특별자치지역 및 LH 본사가 있는 경남 진주시의 경우 기본 한도가 9000만 원이며, 기타 지역은 8000만 원이다.

 

여기에 20세 이하 자녀가 1명이면 1000만 원, 2명이면 3000만 원, 3명 이상이면 5000만 원을 추가로 지원한다. 대학에 재학 중인 20세 이상 미혼 동거 자녀도 조건에 따라 자녀 수에 포함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수도권 등에서는 조건을 충족할 경우 직원 1명이 최대 1억 4000만 원의 임차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다만 1029건의 대출을 받은 모든 직원이 최대 한도를 적용받은 것은 아니며, 지역과 자녀 수 등에 따라 실제 대출 한도는 달라진다.

 

 

금리 역시 정부 기준보다 낮았다. 정부 지침은 직원 주택자금 대출 금리를 한국은행이 공표하는 은행 가계자금 대출금리 이상으로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LH의 임차 자금 대출금리는 공사의 가중평균 차입이자율을 적용한 3.28%로, 정부 기준으로 제시된 한국은행 공표 은행 가계자금 대출금리 4.46%보다 1.18%포인트 낮았다. 직원들이 시중 대출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 혜택을 받은 셈이다.

 

주택 구입자금 대출의 담보 관리 방식도 정부 지침과 차이가 있었다. 정부 기준은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적용하고 대출 대상 주택에 근저당권을 설정하도록 하고 있지만, LH는 LTV를 적용하지 않고 보증보험 가입과 근저당권 설정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운영했다.

 

다른 금융기관 대출과의 중복 이용도 문제로 지적됐다. LH 직원들은 사내 주택자금 대출과 함께 금융기관의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자금대출을 이용할 수 있었으며, 디딤돌대출 등 주택도시기금 대출과의 중복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도 마련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국민들의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정부 산하 공공기관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의 사내 대출을 운영한 만큼 형평성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LH는 “대출 기준을 지속적으로 강화해왔다”며 “대출 한도 축소와 금리 인상 등은 노동조합 동의가 필요한 사항으로, 노동조합과의 협의를 통해 기준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주택 구입자금에 대한 LTV 적용과 근저당 설정, 임차 자금 한도 및 금리 등에 대해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전국 순환근무가 필요한 LH의 사업 특성을 고려해 정부 지침의 현실적인 기준 개선을 건의하겠다”고 설명했다.

 

김미애 의원은 “국민에게는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주택정책 집행기관인 LH가 정부 기준보다 유리한 조건의 대출을 운영하고 기준 완화까지 요구하는 것이 공정한지 의문”이라며 “국토교통부는 LH의 미준수 사항을 즉시 시정하고 산하 공공기관의 사내 주택대출 실태를 전수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국민들에게는 주택담보대출 문턱을 높이고 가계부채 관리에 나서는 상황에서, 정작 정부의 주택정책을 현장에서 집행하는 공공기관 직원들이 정부 기준보다 유리한 조건의 사내 주택대출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점에서 일반 시민들의 허탈감과 비판의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치솟는 주거비와 대출 부담을 감당해야 하는 서민들에게는 이 같은 ‘내부 특혜’가 상대적 박탈감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