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노동쟁의 조정 신청… 10년 만의 파업 가능성

아시아나 통합 앞두고 조종사 서열 갈등… 노사 간 입장차
임금·휴식시간 등 교섭 난항… 통합 이후 인사·처우가 핵심 쟁점
14~20일 집회 예고… 조정 불성립 땐 쟁의행위 가능

인싸잇=전혜조 기자ㅣ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을 앞두고 조종사 서열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노동위원회 조정 절차로 넘어갔다. 대한항공 조종사노동조합이 단체협약과 임금협약 교섭 난항을 이유로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하면서, 조정이 불성립할 경우 2016년 이후 10년 만에 조종사 파업이 벌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조종사노동조합(KAPU)은 2024년 단체협약과 2025년 임금협약 교섭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지난 7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노조가 조정을 신청한 것은 2015년 12월 이후 11년 만이다.


노조는 이와 함께 전체 조합원 2624명을 대상으로 ‘투쟁명령 제1호’를 내리고 단체행동 준비에 나섰다. 노조 홈페이지에 공개된 지난 4일자 문서에는 집행대책위원회의 명령을 준수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번 갈등의 핵심은 오는 12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이후 적용할 조종사 서열순위(시니어리티)다. 서열은 기장 승격과 대형기 전환, 교관·검열 보직뿐 아니라 각종 수당에도 영향을 미쳐 통합 이후 조종사들의 인사와 처우를 좌우하는 기준으로 꼽힌다.

 

노조는 단체협약 제24조에 “회사는 노사 합의로 정한 운항승무원 서열순위 제도를 준수한다”고 명시돼 있다며, 회사가 일방적으로 통합 서열안을 마련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특히 기장 임명일이 기본급 체계와 선임·수석기장 수당의 기산점이 되고, 그에 따른 임금 격차가 정년까지 누적될 수 있는 만큼 합리적인 기준과 노사 간 합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대한항공은 외부 컨설팅 등을 통해 대한항공 소속 조종사에게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는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승진 서열안을 마련했다고 반박했다.

 

회사는 노조가 아시아나항공 출신 조종사의 기존 경력과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우선 승진을 요구하고 있다며, 합리적인 승진 기준에 따라 승진 대상자를 정하는 것은 사용자의 고유한 인사권이어서 서열 문제는 노동쟁의 조정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양측은 통합 서열안의 산출 근거와 기존 경력 반영 방식에서도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노조는 회사가 제시한 기준의 산출 근거와 시뮬레이션 전제가 충분히 공개되지 않아 객관성을 검증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대한항공은 기존 기장 승격 요건과 양사 내부 상대서열을 유지해 불필요한 혼란을 방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열 문제 외에도 임금과 휴식시간, 비행수당 산정 기준 등이 교섭 쟁점으로 남아 있다. 노조는 임금 3.3% 인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회사 제시안은 2.7%다. 또 10시간 이상 비행 후 현지에서 30시간을 쉬도록 하는 기준을 모든 노선에 적용하고, 비행수당도 출두 시각부터 산정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오는 14일부터 20일까지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앞과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자택 인근 등에서 집회를 열 계획이다.

 

앞서 노조는 지난 4월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쟁의행위 안건을 가결했다. 노조는 이번 조정이 성립하지 않으면 필요한 절차를 거쳐 쟁의행위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공익사업의 노동쟁의 조정기간은 신청일부터 15일이며, 노사 합의로 15일 이내에서 연장할 수 있다. 다만 조정이 불성립하더라도 곧바로 파업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항공운수사업은 필수공익사업에 해당해 노조가 실제 쟁의행위에 들어가더라도 노사 간 필수유지업무협정이나 노동위원회 결정에 따라 일정 수준의 운항을 유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