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전혜조 기자ㅣ‘프리즈 서울 2026(Frieze Seoul 2026)’이 지난 5일 오후 7시 나흘간의 일정을 마쳤다. 2022년 서울에 처음 상륙한 이후 다섯 번째 행사로, 올해는 30개국·지역에서 130개 이상의 갤러리가 참여하고 7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코엑스를 찾았다. 국내외 거장부터 한국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까지 한자리에서 선보인 가운데, 작품을 먼저 확보하려는 경쟁보다 신중하게 살펴보고 선택하는 시장 분위기가 두드러졌다.
개막 첫날인 지난 2일 VIP 프리뷰부터 현장 열기는 뜨거웠다. 코엑스 3층 C·D홀 메인 통로에는 국내외 컬렉터와 미술계 관계자들이 몰렸고, 주요 부스마다 작품을 사진으로 남기거나 갤러리 관계자에게 설명을 듣는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첫날 VIP 관람객은 지난해보다 10% 이상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분위기는 과거의 급박한 구매 경쟁에서 벗어나 보다 신중해졌다는 평가다. 미국 미술전문매체 ‘옵저버’는 올해 프리즈 서울을 두고 한국 미술시장이 과열을 지나 성숙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며, 유행이나 유명 작가를 따라가기보다 작품의 가치를 살피고 한국 작가와 미술기관의 기반에 주목하는 흐름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PKM갤러리 부스에서는 윤형근과 구정아, 유영국 등 서로 다른 세대의 작품이 한 공간을 채웠다.
짙은 색면이 특징인 윤형근의 ‘Blue-Umber ’76’과 구정아의 금빛 조각 ‘SpSt Y’, 빨강과 주황, 보라색이 겹쳐진 유영국의 1996년작 ‘Work’가 어우러지며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PKM은 이번 프리즈에서 이들을 비롯해 올라퍼 엘리아슨 등 12명의 작가를 선보였다.
올해 프리즈 서울 공개 거래 가운데 최고가 작품은 한국 작가에게서 나왔다. 국제갤러리가 출품한 유영국의 1971년작 ‘Work’가 22억~25억원에 판매됐다. 프리즈 측은 이번 유영국 판매가 2022년 프리즈 서울 출범 이후 한국 작가 작품 가운데 가장 높은 판매가라고 밝혔다.
학고재 부스에서는 백남준의 ‘Tolstoy’가 단연 눈길을 끌었다. TV와 라디오, 시계 등 여러 오브제를 사람의 형상으로 조합한 작품으로, 부스 한가운데 자리하면서 멀리서도 쉽게 눈에 들어왔다. 작품 주변에는 사진을 찍거나 가까이에서 세부 모습을 살펴보는 관람객들이 이어졌다.
채림 작가의 작품도 현장에서 관심을 모았다. 개막 첫날 학고재 부스를 둘러봤을 당시 출품작 4점 가운데 2점에는 이미 판매를 알리는 표시가 붙어 있었다.
채림은 옻칠과 한지, 삼베, 자개 등 전통적인 재료를 활용해 산과 대지의 이미지를 현대적으로 풀어내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앞서 올해 4월 화랑미술제에서도 ‘아리랑 칸타빌레’를 선보이며 관심을 모았다. 학고재에서는 이준의 ‘송’과 송현숙, 유리 등 다른 한국 작가들의 작품도 거래됐다.
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도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나라 요시토모의 인물 회화 앞에서는 작품을 사진으로 남기거나 가까이에서 살펴보는 모습이 이어졌다. 특유의 큰 눈과 단순한 인물 표현은 멀리서도 작가의 작품임을 쉽게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페이스갤러리에서는 나라 요시토모를 비롯해 이우환, 유영국, 제임스 터렐, 아니카 이, 로버트 롱고 등 여러 작가의 작품을 선보였다.
특히 부스 한쪽 벽면을 크게 채운 아니카 이의 2026년작 ‘HLKR£Kþ§†MLJ’는 청록과 검붉은 색이 번지듯 뒤섞인 대형 화면으로 눈길을 끌었다. 아크릴 토폴로지에 UV 경화 잉크를 사용한 135.9×204.5㎝ 크기의 작품으로, 개막 첫날 22만5000달러에 판매됐다.
페이스에서는 이우환의 ‘With Winds’를 비롯해 마리나 페레스 시마오, 로버트 롱고 등 여러 작가의 작품도 거래됐다.
회화와 조각뿐 아니라 관람객이 직접 참여하거나 공간을 활용한 작품도 눈길을 끌었다.
갤러리현대가 선보인 문경원·전준호의 ‘Mobile Agora’는 관람객들이 직접 앉아 쉴 수 있도록 구성돼 페어장 안에서 작은 광장 역할을 했다. 작품을 감상하던 관람객들이 자연스럽게 자리에 앉아 쉬거나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에스터 쉬퍼 부스에서는 필립 파레노의 ‘Marquee’가 전시장 위쪽을 밝히고 있었다. 옛 극장 입구의 차양 간판에서 착안한 조명 작품으로, 여러 개의 전구가 빛을 내며 회화와 조각 중심의 다른 부스와는 또 다른 분위기를 만들었다.
리움미술관 개인전을 통해 국내 관람객들에게도 비교적 익숙한 작가인 만큼 작품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는 관람객도 많았다.
신세계그룹의 참여도 올해 프리즈 서울에서 눈길을 끈 변화 가운데 하나였다. 국내 유통기업 최초의 헤드라인 파트너로 나선 신세계는 세계적인 아트페어를 통해 문화예술과 브랜드를 연결하며 기업의 존재감을 넓혔다. 백화점과 호텔 등 일상 공간에서 이어온 미술 후원을 국제 미술무대로 확장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프리즈 서울은 2022년 첫선을 보인 이후 5년간 코엑스에서 관람객을 맞았다. 내년부터는 코엑스 재정비 계획에 따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로 무대를 옮긴다. 프리즈 측은 새로운 공간에 맞춰 전시를 보다 집약적으로 구성하고 키아프 서울과의 파트너십도 이어갈 계획이다. 코엑스에서의 5년을 마친 프리즈 서울이 DDP에서 어떤 새로운 모습을 선보일지 관심이 모인다.

1
2
3
4
5
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