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 = 유용욱 주필 | 어쩌다 이 지경까지 이르렀단 말인가. 대한민국 공직 사회의 법적·도덕적 마지노선이 어디까지 무너져 내릴 수 있는지, 눈앞에서 펼쳐지는 비극적 현실을 목도(目睹)하며 절망을 넘어 국민들 눈에는 피눈물이 흐른다.
부끄러움을 잊은 권력, 대한민국은 지금 어디로 가는가
모두 12개 혐의로 5개의 재판에 회부된 범죄 혐의자가 권력의 핵심에 서더니, 청년과 정의의 탈을 쓴 자들이 기득권을 챙긴다. 국민에게는 "빚내서 집 사지 말라"던 자들이 뒤에서는 ‘영끌’과 갭투자로 수억 원의 시세 차익을 거둬들이는 나라. 오늘 우리가 맞닥뜨린 대한민국은 법치가 도륙(屠戮)당하고 공직 윤리가 완전히 파멸한 ‘위선자들의 천국’이라 부르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발표된 이재명 정부 2기 개각 인선은 단순히 ‘인사 실패’라는 미사여구(美辭麗句)로 포장할 수 없는 국가적 ‘인사 참사’이자 정권의 ‘도덕적 파산 선언’이다. 법과 정의를 수호해야 할 법무부 장관 자리에 알선 뇌물 수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김승원 후보자가 지명된 것부터가 비극의 시작이었다.
"물건 잔뜩 챙겨 가고 있으니 있어 보라"며 유흥업소 출신 여성 브로커와 은밀한 대화를 주고받고, 식약처의 보완 요구를 밀어내며 신약 ‘번개 승인’에 개입한 정황은 공적 권력이 사적 이권의 하수인으로 전락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나아가 피의자와 브로커, 영장전담 판사가 어울려 찍은 ‘3인 셀카’는 사법부의 공정성마저 철저하게 유린당했음을 증언하는 사법부의 비루(卑陋)한 자화상에 다름아니다. 그러나 정권의 도덕적 파산은 법치 유린에만 그치지 않았다.
특권의식과 탐욕으로 가득 찬 청년 정치의 민낯
청년과 약자의 대변인을 자처하던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비위(非違)와 궤변(詭辯)은 국민에게 끝없는 모멸감을 안겨주고 있다. 과거 "국고보조금을 노린 기생충 정치가 반복되고 있다"며 목청을 높이던 그가, 정작 자신이 만든 정당을 통해 영세 기업 몫의 일자리 보조금 7,000여 만 원까지 타낸 것은 도대체 무슨 염치인가.
두 번이나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 꼼수에 무임승차 했던 그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자, 분기마다 지급되는 억대의 국고보조금과 의원실 기득권을 놓지 않기 위해 비례대표 의원직을 끝까지 사퇴하지 않겠다고 버티는 모습은 특권과 탐욕의 결정판이다.
정치자금 수억 원을 당비로 내고, 당은 그의 배우자를 핵심 당직자로 써서 매달 급여와 각종 명목의 현금을 지급해 세금과 정치자금을 사적 주머니로 우회 귀속시켰다는 혐의에는 아연실색할 지경이다.
내로남불도 이쯤 되면 중증 인지부조화(認知不調和)
부동산 정책을 책임져야 할 내각 후보자들의 '겉과 속'은 국민의 염장에 불을 지른다. "돈 벌려고 빚내서 집 사면 안 된다"며 국민의 내 집 마련 열망을 죄악시하던 정권에서,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불과 1년 전 주택담보대출과 처가 차용금을 총동원해 5억 원이 넘는 빚을 지고 구로의 아파트를 사들였다.
불과 1년 만에 4억 원의 시세 차익을 거머쥔 그가 "실거주 목적"이라는 해명 뒤에 숨어 어떻게 국민에게 집값 안정을 말할 수 있단 말인가. 세제(稅制)와 나라 살림을 책임지겠다는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 역시 과천 아파트를 매입한 뒤 17년 동안 실제 거주한 기간은 단 4개월에 불과했다.
줄곧 다른 지역에 살며 황금 재건축만을 노린 전형적인 '비거주 갭투자'다. 그러고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로서의 출근길에 "실거주 중심의 주택시장이 이 정부의 확고한 원칙"이라며 뻔뻔한 일성(一聲)을 던지는 모습은 철면피의 전형이다.
인사 라인의 음습(陰濕)한 권력, 비선(秘線) 농단(壟斷)의 의혹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이 기괴한 인사들의 배후에서 들려오는 음습한 권력의 음성이다. 여당 부대변인 출신 인사의 입에서 나온 "인사 라인이 김현지잖아"라는 한마디는, 이미 공식 시스템 인사가 사라지고 청와대 부속실장의 '사적 카르텔'과 '비선 농단'이 국정을 주무르고 있다는 의혹에 불을 지폈다.
묻고 싶다. 형사 피고인이 대통령이 되고, 기소유예자가 법무부 장관이 되며, 군 복무 이력이 불투명한 인사가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수장이 되고, 위선과 특권, 갭투자로 얼룩진 자들이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내각에서 우리는 도대체 자녀들에게 무엇이 공정이고 정의라 가르칠 수 있단 말인가.
정직하게 사는 사람은 바보가 되고, 법과 의무를 지키는 사람은 무능한 자로 낙인찍히는 이 부조리(不條理)하고 몰상식한 풍토를 언제까지 방관(傍觀)해야 한단 말인가. 정권과 후보자들은 착각하지 말라. 권력으로 잠시 법을 누르고 궤변으로 자신들의 꼼수를 일시적으로는 정당화할 수 있을지언정, 국민의 눈동자와 역사라는 거대한 심판대까지 속일 수는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개각 과정을 냉정하게 다시 살펴 국정을 어지럽히는 비선 인사 라인을 즉각 철저히 조사하고, 국민적 분노의 중심에 선 후보자들의 지명을 즉시 철회하라. 부끄러움을 잊은 권력에게 남은 것은 오직 국민의 엄정한 심판뿐이다.
□ 유용욱 주필
- 1993년 KBS 공채 19기
- KBS 전략기획실 성과평가부장
- KBS 법무실장
- KBS N 경영본부장
- 현) 인싸잇 경기 편집국장 및 공동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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