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임종옥 기자ㅣ SK하이닉스 직원들이 역대 최대 수준의 성과급을 받은 이후 경기 남부 ‘반도체 벨트’ 지역의 부동산을 집중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까지 대규모 성과급과 저금리 사내 주택대출을 지급하면서 반도체 기업 임직원의 구매력이 수도권 부동산 시장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은행이 31일 발표한 ‘반도체 수혜 지역의 소비는 어떻게 될까: 지역 미시 데이터로 살펴본 파급 효과’에 따르면, SK하이닉스 본사가 있는 경기 이천 거주자의 동탄 지역 부동산 매입 건수는 지난 2월 45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달 12건과 비교하면 약 4배 증가한 수준이다.
한국은행은 SK하이닉스가 지난 2월 기본급의 2964%에 해당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성과급을 지급한 이후 추가 소득이 주택 구매로 연결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올해 2~7월 이천 거주자의 동탄 부동산 매입은 158건으로 전년 동기 69건의 두 배를 넘어섰다. 같은 기간 수원 부동산 매입도 76건으로 지난해 40건보다 90% 증가했다. 용인은 95건에서 121건으로 27.3%, 성남은 38건에서 53건으로 39.4% 각각 늘었다.
반면 SK하이닉스 청주캠퍼스가 위치한 청주 흥덕구에서는 성과급 지급 이후 수도권 부동산 매입이 크게 늘지 않았다. 수도권과 가까운 이천에서는 성과급이 수도권 주택 매입으로 이어진 반면, 청주는 상대적으로 지역 내 주택을 취득하는 경향이 강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뿐 아니라 삼성전자 임직원에게 지급되는 성과급과 사내 주택대출까지 고려하면 반도체 기업발 부동산 유동성이 상당한 규모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두 회사의 성과급 관련 유동성이 내년까지 23조 원 이상 풀릴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여기에 무주택 직원을 대상으로 한 사내 주택대출까지 더하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될 수 있는 자금이 30조 원 이상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임직원 성과급 지급과 함께 주택 관련 금융지원도 확대했다. 무주택 직원이 주택을 매매할 경우 최대 5억 원, 전세의 경우 최대 3억 원을 연 1.5% 수준의 금리로 지원하는 방식이다. 다만 적용 대상은 일정 가격 이하의 주택으로 제한된다.
반도체 기업 임직원의 실제 주거 이동과 셔틀버스 접근성을 고려하면 수혜지역은 경기 남부 전역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시장에서는 가장 큰 수혜가 예상되는 지역으로 분당·판교·수지·광교를 우선적으로 꼽고 있다. 주요 사업장까지 셔틀버스로 1시간 안팎에 접근할 수 있는 데다 주거 선호도와 생활 인프라가 이미 갖춰져 있다는 이유에서다.
2순위 지역으로는 동탄·수원·용인, 3순위로는 위례·고덕·송파 등이 거론된다.
특히 분당과 판교는 재건축과 개발 기대감까지 더해지면서 최대 수혜지역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용인 역시 반도체 산업단지 조성과 삼성전자·SK하이닉스 관련 투자가 맞물리면서 부동산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결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규모 성과급은 반도체 산업의 호황이 임직원 소득 증가를 넘어 수도권 주택시장으로 확산되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직장 접근성이 뛰어나고 주거 선호도가 높은 분당·판교·수지·광교를 비롯해 동탄·용인·수원 등 경기 남부 주요 지역에 수요가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
반도체 기업들의 성과급과 사내대출로 만들어진 막대한 구매력이 실제 주택 매수로 이어질 경우 경기 남부 집값의 상승 압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의 성과급이 소비를 넘어 주택시장까지 움직이는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면서 ‘반도체 벨트’ 주변 부동산 시장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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