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위한 개각인가… 쇄신도, 안정도 그리고 미래도 보이지 않는다

국정 쇄신인가, 정권 방탄인가… 2기 내각이 던진 불길한 신호

인싸잇 = 유용욱 주필 | 30일 이재명 대통령이 법무부·재정경제부·국토교통부·성평등가족부 등을 포함한 ‘2기 내각’ 개각을 단행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국민이 기대했던 국정 쇄신의 신호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기대보다 의문이, 쇄신보다 정권의 위기관리라는 의구심이 앞선다.

 

진정한 국정 쇄신 인사라면 지난 국정의 한계를 돌아보고 사람과 정책을 바꾸겠다는 성찰이 담겨야 한다. 그러나 이번 인사에서 읽히는 것은 국정 기조 전환이 아닌 기존 기조의 강행이며, 쇄신이나 미래도 아니고 안정도 아닌 오직 정치적 계산 뿐이다.

 

일요일 아침의 ‘기습 개각’이 던진 불길한 신호

 

방식부터 어색했다. 일요일 오전 전격적으로 발표된 개각 과정에서, G20 회의 참석차 인천공항에 도착한 구윤철 경제부총리가 출국 직전에야 교체 사실을 통보받고 출장을 취소하려다 다시 급히 길을 떠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아무리 보장되는 임기가 따로 없는 국무위원이라 해도 국제외교 무대를 앞둔 수장에게 출국 직전 사퇴를 통보한 것은 정상적인 인사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라 보기 어렵다.

 

인사는 메시지다. 그러나 이번 개각을 통해 청와대가 던진 메시지는 ‘새로운 출발’이 아니라 “국정 기조를 바꿀 생각이 없다”는 오기(傲氣)에 가깝다. 경제와 부동산 정책 수장에 현직 차관들을 승진 기용한 것을 두고 전문성이라 포장하지만, 과감한 기조 전환이 필요한 시점에 기존 라인을 고수한 것은 정책 실패에 대한 성찰 부재(不在)를 자인한 꼴이다. 

 

결국 이번 개각은 국정을 쇄신할 경륜 있는 인재를 널리 찾아 중용하는 대신, 대통령의 구상을 군말 없이 집행할 ‘충성도와 실행력’에만 무게를 둔 인사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법무장관 김승원, ‘방탄 인사’ 논란 자초

 

이번 개각에서 최대 논란은 단연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다. 법무부 장관은 검찰과 사법 행정을 관장하며 정치적 중립성과 법치주의를 최일선에서 수호하는 자리다. 그런 자리에 대통령 관련 사건의 공소 취소를 주장해 온 여당 의원을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이 대통령 사건 공소 취소 모임의 공동대표이자 배임죄 폐지 법안 발의에 참여했던 인물이다. 여당은 인사청문회를 통한 검증을 말하지만, 그에 대한 정치적 평가는 이미 내려졌다. 대통령 자신의 사법적 문제와 직결된 인물을 법무 수장에 앉히면서 국민에게 ‘방탄 인사가 아니다’라고 설득하는 것은 국민 일반의 상식에 어긋난다.

 

이번 개각으로 김승원 의원을 법무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것은 법무부가 국민의 법치 수호 기관인지, 정권의 사법 방어 부처인지 스스로 정체성을 흔든 셈이다. 법무부가 정권을 위한 방패가 되는 순간 법치의 권위는 무너진다.

 

용혜인 카드, '통합'인가 '정치공학'인가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인사는 통합을 가장한 정치공학적 꼼수에 가깝다. '청년·소수정당'이라는 화려한 수식어를 입혔지만, 국정의 깊이는 인적 구성의 이벤트가 아니라 정책적 전문성과 균형감에서 결정된다.

 

용혜인 카드를 들이민 속내는 비교적 명확하다. 법무장관 지명으로 쏟아지는 '방탄' 비판을 과감한 진보 인사라는 프레임으로 덮어버리려는 시선 분산책이자, 쏟아지는 화력을 대신 맞아줄 '버리는 카드'로 소비하겠다는 계산이 아니겠는가.

 

장관 후보자라면서 비례대표 의원직 사퇴라는 어쩌면 기본적 배수진조차 치지 않는 이례적 행보는 이 인사의 본질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정권의 필요에 따라 언제든 토사구팽당할 수 있음을 알기에 스스로 '금배지라는 안전장치'를 차마 풀지 못한 채 무대에 올라선 것이다. 판을 짠 이도, 그 판에 올라선 이도 서로를 믿지 못한 채 계산기만 두드리는 인사가 어떻게 국정 통합의 열쇠가 될 수 있겠는가.

 

민생과 법치가 흔들리는데 정권은 정치공학에 몰두

 

집권 1년여가 지난 지금 국민이 묻는 것은 단순하다. 살림살이는 나아졌는가, 집값은 안정되었는가, 치안과 법치는 제대로 작동하는가. 그러나 최근 제주 실종 사건에서 드러난 경찰의 허위 종결 및 자료 삭제 파문처럼 국민이 체감하는 국가 시스템의 균열은 심각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권이 보여주는 모습은 민생과 치안의 성과가 아니라 사법·정치적 논란을 둘러싼 공방뿐이다. 부동산 시장과 민생 경제는 정치적 의지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현장의 목소리를 읽고 예측 가능한 정책으로 신뢰를 얻어야 함에도, 기존 정책 실패 라인을 승진 기용하며 성찰 없는 고집을 피우고 있다.

 

돌아보면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12개 혐의로 5개 재판을 받는 전대미문의 사법 리스크를 짊어지고 있었다. 심지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에서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 되어, 당선되더라도 당선무효형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까지 쏟아졌다.

 

그럼에도 국민들이 그를 선택한 이유는 단 하나, 온갖 논란과 리스크를 상쇄하고도 남을 '이재명은 합니다'라는 유능함과 '일 하나는 끝내주게 잘한다'는 실용적 기대 때문이었다. 그러나 정권을 잡은 지금, 그 압도적인 실행력과 유능함은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대통령이 약속했던 ‘실용’이 정적(政敵)을 제압하는 기술이 아니라면, 지금 필요한 것은 무의미한 정치적 논란을 유발하고 확장시켜 갈 인사가 아니라 국민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국정 성과다.

 

권력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사술(詐術)이 아니라 성과(成果)

 

정권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정치공학이나 편법이 아니다. 위기 앞에서 정공법으로 맞서지 않고 정치적 계산에 의존한다면 당장은 넘어갈 수 있을지 몰라도 머지않아 더 큰 불신으로 돌아온다.

 

이재명 대통령의 이번 개각이 진정 국정 쇄신을 위한 것이라면, 법무장관 후보자 인선을 포함해 이번 인사가 방탄이나 정치공학이 아님을 국민 앞에 명확히 근거를 제시하고 설득해야 한다.

 

민심의 바다는 권력을 띄우기도 하지만, 한순간에 그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 ‘군주민수(君舟民水)’의 경고를 외면한 채 사술(詐術)로 정국의 파도를 넘으려는 권력은 결국 자신이 일으킨 노도(怒濤)에 휘말려 필연적으로 표류하게 될 것이다. 이번 개각이 국정 쇄신의 계기가 될지, 아니면 민심의 이반(離叛)을 앞당기는 불길한 시초(始初)가 될지는 오롯이 이재명 대통령의 선택에 달렸다.

 

 

□ 유용욱 주필

 

- 1993년 KBS 공채 19기

- KBS 전략기획실 성과평가부장

- KBS 법무실장

- KBS N 경영본부장

- 현) 인싸잇 경기 편집국장 및 공동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