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이서호 기자 | 국산 대중차 가격이 전반적으로 오르면서 2000~3000만 원대 시장에 공백이 생기고 있다. 그 사례로 꼽히는 게 ‘국민 첫 차’로 불리는 현대 아반떼다. 신형 아반떼는 풀옵션 기준 4000만 원대를 넘나들며 기존에 있던 가격대에서 한발 물러나는 모습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이 빈자리를 중국 업체가 채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최근 BYD 돌핀 판매량이 한때 가파르게 늘며 이 전망에 힘을 싣기도 했으나 판매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당장 현실화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현대차는 지난 5일 8세대 아반떼 완전변경 모델을 출시했다. 가솔린 2.0 모델은 2000만 원 초반대부터, 1.6 하이브리드 모델은 3000만 원 초반부터 시작한다. 하이브리드 최상위 트림인 인스퍼레이션에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선루프 등 선택 사양을 모두 추가하면 가격은 4000만 원을 넘어선다.
아반떼는 오랜 기간 ‘사회초년생 첫 차’, ‘가성비 차’라는 이미지를 가졌던 만큼, 이번 높은 가격으로 인해 소비자로부터 아쉬움을 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약 첫날 1만 1094대가 몰리며 역대 아반떼 최고 기록을 세웠고, 최상위 트림 선택 비율도 52%에 달했다. ‘비싸도 산다’는 의견을 가진 소비자들이 많았던 것이다.
다만 아반떼 자체의 흥행과 별개로, 업계에서는 이번 가격 인상이 국내 자동차 시장에 남길 여파에 주목하는 모양새다. 최근 국산 대중차 가격대가 전반적으로 올라가면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에 판매되던 라인업에 공백이 생기고, 그 자리를 중국 업체가 파고들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그동안 2000~3000만 원 대는 현대차와 기아가 촘촘한 라인업으로 주도해 온 가격대였다. 그런데 가격이 높아지면서 이 구간의 선택지가 줄어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BYD는 2000만 원대 전기차 ‘돌핀’을 앞세워 브랜드 내 베스트셀링카에 이름을 올렸고, 수입 전기차 판매량 상위권에도 들었다.
돌핀은 2000만 원 초반부터 구매가 가능한 소형 전기차다. 아반떼 하이브리드 풀옵션과 돌핀 기본형을 비교하면 가격 차이는 2000만 원 가깝게 난다. 물론 두 차종은 파워트레인이 달라 구체적인 비교는 어렵다. 하지만 과거 국산차가 담당하던 낮은 가격대에 수입 전기차가 들어서고 있는 사실 자체는 분명하다.
돌핀의 월별 판매량 추이를 보면 성장세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올해 1분기 저조한 성적을 보였지만 4월 800대에 이어 6월 2828대로 판매량이 늘어났다. 6월 판매량의 경우 현대차 아이오닉 5(2281대)를 앞지른 성적이다.
그러나 정부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BYD가 제외된 7월, 돌핀 판매량은 1264대로 전월 대비 50% 넘게 급감했다. BYD 전체 판매량도 6월 4652대에서 7월 2846대로 약 38.8% 가까이 줄었다. 같은 달 전체 수입 승용차 등록대수 감소 폭이 18.6%인 점을 고려하면 그 차이는 크게 다가온다.
이에 BYD코리아는 7월 한 달간 국고보조금에 상응하는 금액을 자체 프로모션으로 지원하며 대응에 나섰지만 판매 감소를 막지는 못했다. 이는 돌핀의 경쟁력이 상당 부분 보조금에 기대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회사는 이달에도 자체 지원 프로그램을 연장해 실적 방어에 나섰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국산 대중차 가격 상승으로 생긴 공백을, 중국 전기차가 당장 완전히 채우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반면 아반떼는 계약 첫날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우며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데 성공했다.
다만 향후에도 계속 국산차에만 유리한 흐름이 흘러갈지는 단언하기 어렵다. 중국 업체들의 국내 라인업이 늘어나고 서비스망이 충분히 갖춰지는 등 진입 장벽이 사라지면 국내 자동차 시장의 판도가 뒤바뀔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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