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도 ‘오픈런’… 새벽 5시부터 대기, 1분 만에 마감

시중은행 대출 문턱 높아지자 인터넷은행으로 수요 몰려
KB국민 6억→3억·우리은행 지점 한도 30억→10억 축소
가계대출 급증에 은행권 총량관리 강화…‘금리보다 대출 가능 여부’

인싸잇=임종옥 기자ㅣ주택담보대출을 받기 위해 새벽부터 은행 앱에 접속하는 이른바 ‘주담대 오픈런’이 현실화하고 있다. 시중은행들 대출 한도와 취급 규모를 줄이면서 상대적으로 대출 여력이 남아 있는 인터넷은행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

 

 

1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주택담보대출은 오전 6시부터 신청이 시작되지만 하루 접수 한도가 빠르게 소진되면서 새벽 5시부터 대기하는 이용자까지 등장했다. 최근에는 신청 시작과 동시에 접수가 마감됐다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사실상 ‘선착순 대출’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과거에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어느 은행의 금리가 더 낮은지를 비교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얼마에 빌릴 수 있느냐’보다 ‘어디서 빌릴 수 있느냐’가 먼저인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중은행의 대출 문턱은 빠르게 높아지고 있는 것이 이런 상황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10일부터 수도권과 규제지역의 주택구입 목적 주택담보대출 최대 한도를 기존 6억 원에서 3억 원으로 낮췄다. 비규제지역에도 3억 원 한도를 적용했다.

 

우리은행도 지난달 16일부터 영업점별 주택 관련 대출 판매 한도를 월 3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축소했다.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전세자금대출까지 포함한 조치다.

 

하나은행 역시 모기지신용보험(MCI·MCG) 신규 가입을 제한하는 등 주담대 관리에 들어갔다. MCI·MCG 가입이 제한되면 소액임차보증금이 대출 한도에서 차감돼 실제 대출 가능 금액이 줄어든다.

 

SC제일은행도 비대면 주담대 접수와 MCI 신규 가입 제한에 이어 일반 주담대 신규 접수를 사실상 중단하는 등 대출 조이기를 강화했다.

 

은행별로 정해진 한도가 소진되면 접수를 중단하고 여력이 생길 경우 다시 받는 방식이어서 실수요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이처럼 시중은행들이 대출 공급을 줄이자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은행으로 수요가 이동하고 있다. 카카오뱅크 주담대는 신청 가능 시간이 정해져 있고 하루 접수 물량에도 한도가 최근에는 오전 6시 신청 시작 후 불과 수분 안에 접수가 마감되고 있다.

 

주목해 볼 부분은 이 같은 대출 경쟁이 단순히 특정 은행의 인기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은행권 전체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다시 가팔라지면서 금융권이 총량 관리에 나선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은 한 달 동안 7조 6000억 원 증가했다. 이는 2024년 8월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다. 주택담보대출 증가액 역시 5월 3조 2000억 원에서 6월 4조 3000억 원으로 확대됐다.

 

대출 수요가 꺾이지 않자 은행들은 자체적으로 공급 한도를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결국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는 신용도와 상환능력이 충분하더라도 은행의 월별·연간 한도가 소진되면 대출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9월 이후에는 인터넷은행까지 대출 문턱을 높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상대적으로 대출이 가능한 창구에 수요가 집중되면서 인터넷은행 역시 가계대출 목표치를 관리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결국 주택대출 시장의 경쟁 방식이 ‘어느 은행의 금리가 더 싼가’에서 ‘어디서 대출을 받을 수 있는가’로 바뀌고 있다. 새벽부터 스마트폰을 붙잡고 대출 신청을 준비하는 ‘주담대 오픈런’은 가계부채 총량관리를 위한 대출 규제가 실수요자들에게 어떻게 체감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대출자의 소득과 상환능력보다 접수 시간과 은행의 한도 소진 여부가 대출 가능성을 좌우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주택을 사려는 실수요자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