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 임종옥 기자ㅣ 정부와 한국거래소가 상장 유지 요건을 대폭 강화하면서 국내 증시에서 저가주와 저시총 기업을 중심으로 상장폐지 위험이 현실화하고 있다. 특히 주가 1000원 미만인 이른바 ‘동전주’에 대한 관리가 본격화하면서 이르면 오는 10월부터 첫 상장폐지 사례가 나올 전망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는 12일까지 종가 기준 주가가 1000원 미만이거나 시가총액이 기준에 미달한 상태가 30거래일 연속 이어진 기업은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거래소는 12일 장 마감 이후 해당 기업을 공시하고, 실제 관리종목 지정은 13일부터 이뤄진다.
앞서 거래소는 주가 또는 시가총액 기준을 25거래일 연속 충족하지 못한 기업에 ‘관리종목 지정 우려’를 사전 공시하도록 했다. 지난 7일 기준 주가가 1000원 미만인 상장사는 코스피 32곳, 코스닥 131곳 등 총 163곳이다. 이 가운데 25거래일 연속 기준을 밑돌아 관리종목 지정 우려가 공시된 기업은 코스피 10곳, 코스닥 38곳 등 48곳에 달한다.
이들 기업은 오는 12일까지 주가를 1000원 이상으로 끌어올리거나 시가총액 기준을 충족하면 관리종목 지정을 피할 수 있다. 반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13일부터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
관리종목에 지정됐다고 즉시 상장폐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지정 이후 90거래일의 개선기간이 주어진다. 이 기간 동안 주가 1000원 이상 또는 시가총액 기준을 45거래일 연속 충족해야 상장폐지를 피할 수 있다. 조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상장폐지 절차로 넘어갈 수 있다.
이에 따라 이번에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는 기업 가운데 일부는 이르면 오는 10월부터 상장폐지 절차가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 금융당국은 올해 주가 1000원 미만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상장폐지되는 기업이 약 150곳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시가총액 기준도 갈수록 높아진다. 코스닥 상장 유지 기준은 올해 7월 150억원 에서 200억 원으로 높아졌으며 내년 1월부터는 다시 300억 원으로 상향된다. 코스피 기준도 기존 200억 원에서 300억 원으로 강화됐다.
지난 7일 기준 시가총액 기준에 미달한 상장사는 코스피 41곳, 코스닥 194곳 등 총 235곳이다. 특히 코스닥에서는 전체 상장사의 약 10.6%가 현재 시가총액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기업들은 유상증자와 자사주 매입, 주식병합, 인수·합병(M&A) 등 다양한 자구책을 내놓고 있다. 특히 주식병합은 주당 가격을 높이는 효과가 있어 1000원 미만 요건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주식병합만으로 기업의 실적이나 재무구조가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 단순히 주가 숫자를 끌어올리는 방식은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 개선과 거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부실기업 퇴출을 통한 시장 건전성 강화에는 공감하면서도 주가와 시가총액 같은 단일 기준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데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주가가 1000원 이하라는 것은 사실상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 종목이라는 의미인 만큼 어느 정도의 조정은 필요해 보인다”며 “PBR 등 기업가치를 반영할 수 있는 지표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화된 상장폐지 기준은 부실기업을 시장에서 걸러내 자본시장의 신뢰를 높이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단순히 주가와 시가총액만으로 기업의 생존 여부를 가르는 데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형식적인 기준을 충족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적과 재무건전성, 성장 가능성을 갖춘 기업이 시장에 남을 수 있도록 제도를 정교하게 운영하는 것이다. 이번 관리종목 지정은 강화된 퇴출 제도가 실제 시장에서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가늠하는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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