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남불의 늪에 빠진 권력, 국민의 심판이 두렵지 않은가

법치(法治)와 공정(公正), 그리고 민생(民生)의 몰락 – 정치의 본질을 묻는다

인싸잇 = 유용욱 주필 |정치의 본질은 국민의 삶을 보살피는 '민생', 사회 공동체를 지탱하는 '공정과 도덕', 그리고 국가 법질서의 틀을 바로 세우는 '시스템에 대한 신뢰'에 있다. 그러나 최근 집권 여당을 둘러싼 일련의 궤적은 한국 정치가 국민의 기본적 상식과 절차적 정당성에서 얼마나 참담하게 멀어져 있는가를 증명한다.

 

야당과 반대파를 향해서는 엄격하기 짝이 없는 도덕성과 법치적 기준을 대대적으로 요구하던 세력이, 정작 자신들의 정략적 이익과 치명적 비위 의혹 앞에서는 철저한 내로남불과 검증 회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여권은 그간 일각의 부정선거 주장에 대해 "국가기관의 공적 절차와 객관적 검증을 전면 부정하는 몰상식"이라며 엄단 방침을 밝혀왔다. 객관적 근거 없는 선거 시스템 불신은 공론장을 파괴하고 사회적 비용을 증대시키므로, 국가 선거 시스템의 투명성과 법적 절차의 신뢰를 지키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이라는 명분이었다.

 

그러나 최근 선거관리위원회가 조직적으로 투표율 조작을 지시하고 주도한 엄중한 정황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드러나면서, "공적 시스템을 신뢰하라"던 이들의 주장은 거대한 비웃음거리가 되었다. 헌법기관의 무너진 도덕성과 시스템 결함에는 입을 다물면서, 시스템에 대한 국민적 의구심마저 '몰상식'으로 치부하던 고결한 잣대는 결국 자신들의 정략적 이익 앞에서 허망하게 무너져 내렸다.

 

정치적 득실에 무너진 사법 안전망

 

이처럼 입으로는 '절차적 정당성'과 '시스템 존중'을 외치던 세력이, 정작 자신들의 당권 잡이에 눈이 어두워지자 수십 년간 쌓아 올린 형사사법 체계의 근간을 스스로 흔드는 모순을 드러냈다. 대표적인 장면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강성 지지층의 표심을 모으기 위해 졸속으로 밀어붙인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강행 처리다.

 

대법원과 법무부는 물론 변호사 단체, 여성 단체, 그리고 범죄 피해자 보호 단체들까지 나서 수사 공백과 약자 피해를 수차례 경고했음에도 더불어민주당은 사법 체계의 근간을 기어이 뒤흔들어 놓았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후속 조치라는 미명 아래 진행되는 수사 기능의 해체 시도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이나 '광주 여고생 살인 사건' 등에서 보듯, 억울한 피해자의 눈물을 닦아주고 미제(未濟) 범죄의 진실을 밝혀낸 대검 과학수사부의 노하우와 디지털 포렌식 역량마저 "공소청엔 불필요하다"며 축소·이관하려는 움직임이 노골화되고 있다.

 

이는 결국 경찰 수사를 독립적으로 검증하고 보완할 최소한의 사법 통제 장치마저 껍데기만 남기겠다는 발상이다. 상대 진영을 향해 "제도적 투명성과 시스템을 존중하라"고 호통치던 이들이, 정작 정략적 득실 앞에서는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마저 한순간에 무력화하고 있는 셈이다.

 

남의 티끌엔 엄벌, 자신에겐 서류 한 장도 거부하는 비겁함

 

공직 윤리 검증에서 드러난 내로남불의 태도 역시 가관(可觀)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을 둘러싸고 재점화된 방위병 복무 시절의 탈영 및 구금 의혹은 국가 안보 수장으로서의 자격 자체를 흔드는 대형 이슈다.

 

안보의 핵심은 신뢰이며, 국방장관은 그 어떤 공직자보다 투명하고 엄격한 도덕적 검증을 거쳐야 한다. 그럼에도 "행정 착오"라는 모호한 해명만 반복할 뿐, 의혹을 일시에 해소할 핵심 증거인 병적기록부 공개는 "오해의 여지가 있다"며 한사코 거부하고 있다.

 

남의 티끌에는 법적 책임을 들먹이며 무자비한 잣대를 대면서, 자신들의 들보 앞에서는 서류 한 장으로 명명백백히 증명해 내지 못하겠다는 비겁함을 국민이 어떻게 납득하겠는가.

 

청년 기만으로 점철된 탁상공론(卓上空論)과 민생의 파열음

 

이러한 상식의 마비와 현장과의 이탈은 민생 분야에서도 가감 없이 파열음을 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이 청년 주거난 해법이랍시고 공개 제안했다가 거센 역풍을 맞은 '폐버스 리모델링 청년주택(버스하우스)' 소동은 거대 여당의 마비된 현실 감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징벌적 과세와 억압적 대출 규제로 무주택 청년들의 주거 사다리를 차버린 정권이, 5,000만 원짜리 폐버스 1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조악(粗惡)한 상상력을 정책 대안이라 내놓았다.

 

청년들이 인터넷상에서 '더불어무빙캐슬' 같은 풍자 이미지로 분노를 터뜨리자, 당 지도부는 그저 "개인적 아이디어 차원의 해프닝"이라며 꼬리 자르기에 급급했다. 청년 세대를 시혜(施惠)의 대상이자 정치적 소모품으로 바라보는 기성 정치권의 얕은 민생관이자 내로남불의 극치다.

 

'그들만의 축제'에 갇힌 권력, 엄중한 심판의 시간이 다가온다

 

개탄스러운 대목은 이처럼 사법 체계의 근간이 흔들리고, 공직 도덕성이 실종되며, 황당한 민생 대책이 판을 치는 와중에도 집권 여당의 눈과 귀는 오직 전당대회라는 '그들만의 표심'에만 쏠려 있다는 점이다.

 

자정(自淨)과 성찰(省察)의 기능은 마비된 채 강성 팬덤을 겨냥한 선동과 세 대결이라는 거대한 소음 속에 장관의 자격 논란과 청년들의 고통을 묻어버리고 있다. 다수 국민과 야당을 향해 "국가 시스템을 불신하지 말고 투명한 검증 결과를 존중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던 그 똑같은 논리와 잣대로 돌아가야 한다. 무리한 사법 해체 시도를 당장 거두고, 장관의 병적 의혹 역시 '투명한 자료 공개와 엄정 검증'으로 정면 돌파하는 것이 마땅하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자신에게만 관대한 이중잣대나 보여주기식 정치 기만극이 아니라, 지도자로서의 엄격한 도덕적 책임감과 법치주의에 대한 겸손함이다. 집권 여당이 스스로 만든 내로남불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전당대회의 결과에만 매몰돼 있다면, 멀지 않은 심판의 시간에서 민심의 엄중한 파도가 한순간에 그 권력을 뒤집어버릴 것임을 똑똑히 기억해야 한다.

 

 

□ 유용욱 주필

 

- 1993년 KBS 공채 19기

- KBS 전략기획실 성과평가부장

- KBS 법무실장

- KBS N 경영본부장

- 현) 인싸잇 경기 편집국장 및 공동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