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思] 레버리지 ETF가 만든 '롤러코스터 코스피'... 정부 대책 나와도 실효성 논란

인싸잇=이서호 기자 |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출시된 지 한 달이 넘었다. 그 기간 동안 국내 증시에서 급등과 급락이 반복되는 ‘롤러코스터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특별한 이슈가 없음에도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보다 큰 코스피지수 등락폭을 보일 정도다. 업계에서는 레버리지 ETF 상장이 증시를 뒤흔든 주범으로 지목하는 가운데, 정부의 대책마저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받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의 일간 수익률 2배를 추종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지난 5월 27일 시장에 처음으로 출시됐다. 홍콩에 상장된 레버리지 ETF로 빠져나가는 투자 수요를 국내 시장으로 돌려 외환 유출을 줄이고 환율을 안정화시키자는 정부의 입김으로 도입됐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 후 출렁이는 국내 증시

 

반도체 쏠림이 심한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해당 ETF가 출시되자 국내 증시는 변동성이 극심해졌다. 지난 7월 한 달간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는 각각 15번, 4번이나 발동됐다.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과거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당시에도 이러한 급등락을 보이지는 않았다.

 

최근 주식시장이 난장판을 겪는 배경으로는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른 메모리반도체 대형주 쏠림 현상과 중동 전쟁을 비롯한 대외적 이슈, 연기금 리밸런싱 등이 지목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꼽는다. 메모리반도체 업황이 초호황을 겪으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국내 코스피 시가총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 두 종목만을 대상으로 한 레버리지 상품이 나왔기 때문에 증시 변동성이 심해졌다는 지적이다.

 

레버리지 ETF는 기초 자산의 하루 수익률을 두 배로 추종하는 구조를 지닌 상품이다. 지금과 같은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는 손실이 심해지는 ‘음의 복리’ 현상도 나타난다. 원금을 회복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어 일반 투자자들에게 위험한 상품이라 평가받는다.

 

정치권에서도 같은 이유로 주식시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금 우리 주식시장은 비정상이다. 1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서킷브레이커와 사이드카는 이제 일상이 됐다. 주식시장인지 강원랜드인지 분간할 수 없다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온다”고 지적했다.

 

여당에서도 마찬가지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달 31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와 관련해 “해당 상품 도입 과정과 투자자 보호 장치가 충분했는지 차분하고 투명하게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대해 “드러누워서라도 도입을 막았어야 했나, 개인적으로 반성하고 있다”며 후회하는 심정을 밝히기도 했다.

 

레버리지 문턱 높인 정부, 기본 예탁금 상향·의무교육 강화

 

이에 정부는 보완책을 꺼내 들었다. 기본 예탁금을 기존 1000만 원에서 3000만 원으로 변경하고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투자 전 의무교육을 2시간에서 3시간으로 확대하는 등 1차 대책안을 지난달 16일 확정했다. 하지만 이 조치가 실질적인 부작용을 줄이는 데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또 예탁금 기준을 높였다고 해서 신규 유입마저 막는 게 가능할까. 필자와 비슷한 연령대인 2030 청년층도 지금처럼 증시가 크게 오르내릴 때 수익을 볼 것이라는 기대감에 돈을 빌려서라도 예탁금 기준을 채우고 시장에 뛰어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필자마저도 지금껏 입었던 손해를 만회할 수만 있다면 대출을 받아 레버리지 시장에 참여하겠다는 생각이 잠시나마 들었다. 이는 다른 젊은이들의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시장에서는 이 조치에 대한 성과가 나타났다. 단일 레버리지 거래대금은 지난달 30일 12조 4485억 원에서 31일 3조 533억 원으로 크게 줄었다. 하지만 단기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상품 구조와 레버리지 배율이 그대로 유지되는 한 투자 수요 자체는 줄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정부가 꺼내든 ‘강의 교육 강화’도 실효성이 낮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투자하려면 금융투자협회 금융투자교육원 홈페이지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장 상품 거래 사전 교육’과 ‘국내외 레버리지 ETP 가이드’ 강의를 이수해야 한다.

 

강의를 모두 듣고 나면 수료 번호가 나오는데, 이를 자신이 거래하는 증권사 계정에 등록하면 레버리지 상품을 거래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강의들은 틀어놓고 제대로 보지 않거나 퀴즈에 틀려도 수료에 큰 문제가 없다. 실질적인 투자 억제 효과보다 절차상 번거로움을 더하는 수준에 그친다는 의미다.

 

결국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부작용을 줄이는 방안으로 사전 교육 강화가 나왔지만 이 역시 기존 투자자들의 레버리지 투자를 막지 못하는 수단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육도 지금처럼 형식적인 내용과 절차에 그친다면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긴급조치권 도입도 추진 중인 금융당국

 

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기본 예탁금을 상향한 데 이어 ‘긴급조치권’ 도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증시 변동성이 급격히 커질 경우 레버리지 배율을 1.5배나 1.1배 등으로 낮추는 방식이다. 당국이 배율을 조정하는 권한을 갖게 되는 셈이다.

 

이런 대책마저도 새로운 투자 리스크를 낳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시장 상황과 캐퍼시티(운용한도) 제약에 따라 배율이 결정되는 만큼 투자자에게 불리한 시점에 배율이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고, 배율이 낮아지면 기대했던 수익을 얻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금융당국은 잇따라 보완책을 발표하고 있다. 충분한 검토 없이 레버리지 상품을 출시했다가 극심한 부작용을 낳은 만큼, 장기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며 지속 가능한 대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최근 발표된 대안처럼 투자 수요 자체를 줄이지 못하는 규제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결국 문제의 본질은 특정 종목에 집중된 레버리지 구조 자체에 있다. 증시의 신뢰는 한번 흔들리면 회복하기까지 오래 걸린다. 상품 도입의 취지가 외화 유출 방지 및 환율 안정화였다면 그 취지가 이뤄질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대책을 이른 시일 내에 마련하는 것이 이 사태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