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 = 유용욱 주필 |국민이 선거를 통해 대통령을 선택하는 궁극적인 기준은 '약속'과 '신뢰'다. 특히 지난 대선 당시 미친 집값과 징벌적 세금 폭탄으로 절망에 빠져 있던 국민, 그리고 승패를 갈랐던 중도층 표심이 표를 던지며 기대했던 것은 과거 정권의 치명적인 정책적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이었다.
당시 대선 후보 이재명은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고 몇 번이고 공언(公言)했고, "시장을 이기는 정부는 없다"며 실수요자를 위한 대출 완화, 실거주자 보호, 그리고 재개발 · 재건축 규제 완화를 목놓아 외쳤다. 그러나 표를 얻기 위해 제시했던 그 달콤했던 약속들은 집권 후 모두 어디로 사라졌는가.
지난 23일 193분간 전국에 생중계된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는 진정성 있는 소통의 무대가 아니었다. 대선 공약의 파기를 공식 선언한 '공약 폐기장'이자, "국민의 절규가 무엇이든 정해진 답대로 규제와 증세의 길을 가겠다"는 권력의 오만한 선언이었다. 그날 토론회에서 나온 통치자의 메시지는 후보 시절 내걸었던 약속과 정확히 180도 정반대 방향을 향해 달렸다.
대선 공약 1 : '세제(稅制) 정상화' 약속 뒤에 숨은 '보유세 3배' 폭탄
대선 후보 시절 세제 정상화를 부르짖던 통치자는 이제 "선진국 수준에 맞추려면 보유세를 3배 올려야 한다"며 이후 "정치적 손해와 강한 조세저항을 감수하더라도 차등 과세나 단계적 조정 등 대비책을 만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 보유세와 거래세를 합산한 한국의 부동산 조세 부담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객관적 데이터와 시장의 경고는 철저히 외면당했다. 보고 싶은 통계만 골라 들이밀며 국민을 설득과 보호의 대상이 아닌, 부족한 세수를 메울 '증세의 타깃'이자 통제의 대상으로 규정한 것이다.
대선 공약 2 : '실수요자 대출 확대'의 기만(欺瞞), 돌아온 건 '관치 금융’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라는 '대출 셧다운' 한파에 가로막혀 잔금을 치르지 못해 입주 직전 길거리에 나앉게 된 청년과 신혼부부들의 비명이 현장과 온라인을 가득 메웠다. 그러나 돌아온 권력자의 답변은 냉혹하기 짝이 없었다.
"집을 살 때 왜 금융을 활용하게 해주느냐", "유주택자에게 왜 전세 대출을 해주느냐"며 내 집 마련과 주거 이동을 향한 서민의 소박한 열망을 '투기 세력의 떼쓰기'쯤으로 매도했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오려는 서민들의 발길을 차버리는 전형적인 관치 금융이자 통제주의적 시각의 발로다.
대선 공약 3 : '재개발 · 재건축 활성화' 약속, '공급 회의론'으로 둔갑
사업 기간 단축과 용적률 상향으로 도심 주택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리겠다던 호기로운 약속은 사라지고, "해 봐야 가구 수가 안 늘어난다"는 무책임한 회의론만 남았다. 도심 공급 확대를 가로막는 스스로의 무능과 규제 착오를 덮기 위해 또다시 세금 폭탄과 대출 통제라는 실패한 구시대적 유물에 의존하려는 속내를 드러낸 셈이다.
대출 빗장 걸어 잠그고, 본인은 '셀프 대출' 편법 거래
더욱 경악스러운 것은 이러한 표리부동(表裏不同)한 정책을 국민에게 강요하는 통치자 본인의 이중적 행태다. 엄혹한 대출 규제의 빗장을 걸어 잠가 국민의 발을 묶어놓고 집을 살 수도, 팔 수도 없게 만들어 놓더니, 정작 대통령 자신은 재건축 사업시행자 지정 고시를 앞둔 분당 아파트를 매도하며 17억 7,000만 원 규모의 근저당을 설정해 주었다. 자산 가치가 떨어지기 전에 '매도자 사채(셀러 파이낸싱)'라는 기막힌 편법을 동원해 자신이 만든 규제의 법망을 유유히 우회한 것이다.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에 놓인 2026년 대한민국 국민
그리스 신화 속 강도 '프로크루스테스(Procrustes)'는 나그네를 잡아 자신의 철제 침대에 누인 뒤, 침대보다 키가 크면 다리를 잘라내고 짧으면 몸을 늘려 죽였다. 국민에게는 대출 규제와 징벌적 과세라는 가혹한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를 들이대며 주거 사다리를 잘라버리면서, 정작 권력자 자신은 그 규격화된 침대를 유유히 우회해 실속을 챙겼다.
국민에게 가하는 가혹한 법적 통제와 통치자 자신에게 적용하는 유연한 편법 거래, 이 기이한 불공정이 어떻게 정권이 외치던 '공정과 상식'일 수 있는가. "나도 저런 꼼수를 써서 집을 팔고 잔금을 치르고 싶다"는 무주택자와 영끌족들의 피맺힌 자조는, 이 정권이 외치던 도덕성과 신뢰가 이미 지하실 아래로 추락했음을 똑똑히 증명한다. 거짓 공약으로 표를 구하고, 집권 후에는 징벌과 통제로 국민을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에 강제로 맞추려는 정권에 시장(市場)은 결코 복종하지 않는다.
시장과 싸우는 정부에는 언제나 냉혹한 심판이 기다릴 뿐
역사적으로 시장과 싸워서 이긴 정부는 단 하나도 없었다. 서민과 실수요자의 발을 묶어버리고 세금으로 국민의 목을 죄는 '답정너' 식 국정 운영이 계속된다면, 돌아오는 것은 거센 조세 저항과 민심의 냉혹한 심판뿐이다. 정권은 지금이라도 국민을 기만하는 징벌적 부동산 정책을 즉각 중단하고, 실수요자 대출 완화와 도심 공급 확대라는 '시장의 정석'으로 되돌아와야 한다.
□ 유용욱 주필
- 1993년 KBS 공채 19기
- KBS 전략기획실 성과평가부장
- KBS 법무실장
- KBS N 경영본부장
- 현) 인싸잇 경기 편집국장 및 공동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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