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도인 금융'이라는 전대미문의 꼼수, 대통령의 '집 팔기'가 남긴 씁쓸한 자화상

"나는 이제 집이 없다."

인싸잇 = 유용욱 주필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 국무회의장에서 국무총리를 향해 던진 한마디는 자못 장엄하기까지 했다. 28년간 보유했던 경기 성남시 분당 자택을 매각하고 마침내 '무주택자' 대열에 합류했음을 알리는 정무적 선언이자, 현 정부가 추진하는 부동산 시장 정상화 정책에 대한 국정 최고 책임자의 강력한 의지 표명이라는 청와대의 대대적인 홍보 수사(修辭)가 덧붙여졌다.

 

 

그러나 그 거창한 선언 뒤에 숨겨진 거래의 실상이 법원 등기부등본이라는 차가운 서류를 통해 세상에 공개되자, 국민들이 느낀 것은 국정 최고 책임자를 향한 감동이 아닌 짙은 배신감과 허탈함이었다. '집을 팔아 정책적 솔선수범을 보여줬다'는 신화적 포장 뒤편에는, 평범한 서민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기이하고 전대미문의 거래 방식이 그 모습을 숨긴 채 어른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매도인 금융'이라는 기괴(奇怪)한 사금융의 등장

 

등기부등본에 기록된 거래의 내막은 보통의 상식과 일반적인 거래 관행으로는 쉽게 이해하기 힘든 구조다. 이 대통령 부부가 29억 원에 매도한 분당 아파트에는 매도인인 이 대통령 부부를 근저당권자로, 매수인들을 채무자로 하는 채권최고액 17억 7,000만 원 규모의 근저당권이 엄연히 설정되어 있었다.

 

거래 가액의 60%가 넘는 거액을 매도인이 직접 빌려주며 소유권 이전 등기부터 덥석 넘겨준 셈이다. 금융권과 부동산 시장에서는 이를 '매도인 금융(Seller Financing)'이라 부른다. 시중은행 대출길이 완벽히 막혔을 때 매도자가 사채업자나 캐피탈사 같은 사금융 제공자 역할을 자처하며 잔금을 채워주는, 지극히 예외적이고 기이한 거래 방식이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매수인의 개인적 사정에 따른 정상적 거래"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문턱을 대폭 높이고 대출 한도를 수억 원 단위로 철통같이 죄어 놓은 당사자가 과연 누구인가. 국민에게는 "대출받아 집 사지 말라", "갭투자 꿈도 꾸지 말라"며 가혹한 규제의 틀을 들이대더니, 정작 자신의 집을 팔 때는 은행 대출을 받지 못하는 매수인에게 직접 15억여 원의 거액 돈줄을 대어 주며 거래를 성사시킨 꼴이다.

 

실수요자들은 불과 몇 천만 원의 대출 한도가 모자라 내 집 마련의 꿈을 접고, 주거 이동마저 포기한 채 발을 구르고 있다. 오죽 사정이 급하면 제발 살려달라고 외치는 목소리가 온 나라에 아우성일까. 이런 판국에 "국민은 은행 대신 대부업체라도 찾아가라는 말인가", "대통령이 직접 캐피탈 노릇을 하고 있다"는 자조 섞인 비판이 부동산 커뮤니티마다 들끓는 것은 어쩌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근저당에 새겨진 오랜 습속(習俗), 그리고 금융 감독 인사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번 자택 매각 과정에서 드러난 근저당 거래 방식이 결코 일회성 해프닝이 아니라는 점이다. 과거 해당 아파트의 등기부등본을 거슬러 올라가면 더욱 기막힌 대목을 목격하게 된다. 2019년, 이 대통령은 해당 아파트를 보유하던 중 채권최고액 7억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해 준 바 있다. 당시 채권자는 다름 아닌 현 금융 당국 고위 관계자(금융감독원장)다.

 

제도권 금융의 엄격한 규제를 우회하여 '사인(私人) 간 사금융과 근저당 설정'이라는 방식을 활용해 온 부류 인간들의 오랜 습성이 등기부등본에 고스란히 훈장처럼 남아 있었던 것이다. 더욱이 이재명 대통령은 과거 자신에게 거액의 사적 자금을 대어 주며 근저당을 설정했던 인물을, 훗날 대한민국 금융권 전체의 대출 규제와 금융 질서를 감독하는 최상위 기관의 수장 자리에 앉혔다.

 

대통령 개인의 자금 조달 편법과 국가 금융 감독 시스템 수장의 인사가 이처럼 묘하게 얽혀 있다는 사실에 국민들은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넘어 참담함과 허탈함을 금치 못한다. "금융 감독을 총괄하는 수장부터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자신들은 규제 바깥의 사금융 네트워크로 자유롭게 자금을 융통하면서 국민의 은행 대출길만 철통같이 막아섰다"는 비판을 청와대는 무슨 수로 반박할 것인가.

 

'현금청산' 위기를 피하기 위한 절묘한 타이밍

 

매각의 '타이밍' 역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이 대통령의 분당 자택은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로 지정되어 7월 말 사업시행자 지정 고시를 앞두고 있었다. 현행법상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사업은 시행자 지정 고시 이후 거래될 경우, 법적 예외 요건(10년 보유·5년 거주 등)을 충족하지 못하면 조합원 지위를 양도할 수 없고 현금청산 대상(이른바 '물딱지')이 된다.

 

김혜경 여사는 2018년 지분 절반을 증여받아 아직 '10년 보유' 요건을 채우지 못한 상태였다. 즉, 7월 말이 지나면 해당 아파트는 조합원 입주권이 나오지 않는 매물이 되어 사실상 정상적인 매매가 불가능해지거나 엄청난 가격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규제의 일정표를 손바닥 보듯 정확히 파악하고, 잔금을 다 받지도 않은 상태에서 소유권부터 얼른 넘겨버린 이 기가 막힌 순발력과 철저함에 국민들은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대통령 부부는 자신들이 만든 부동산 규제의 촘촘한 그물망에 스스로 갇힐 위기에 처하자, '사인 간 대출'이라는 거대한 구멍을 뚫어 유유히 탈출했다. 국민은 사지도 팔지도 못하게 법과 규제로 꽁꽁 묶어 놓고, 정작 자신은 재건축 프리미엄과 시세 차익을 단 한 푼도 손해 보지 않고 알뜰하게 챙겨간 꼴이다.

 

공인(公人)의 윤리와 '내로남불'의 정점(頂點)

 

물론 법적으로만 따져본다면 매도인이 잔금을 담보하기 위해 근저당을 설정하는 행위 자체를 무조건 '불법'이라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국정을 책임지고 부동산 및 금융 정책을 총괄하는 대통령이라는 위치는 단순히 '법 저촉 여부'만으로 평가받는 자리가 아니다. 법의 테두리 너머에 있는 엄격한 '도덕성과 윤리적 책임'이 최우선으로 요구되는 자리다.

 

청와대는 "1주택자여서 매각 의무가 없음에도 솔선수범했다"며 이번 거래를 정책 실현 의지의 상징으로 포장했다. 참으로 오만한 인식이다. 국민들이 지금 이토록 분노하는 지점은 '집을 팔았는가'가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팔았는가'이다. 청와대 관저라는 대체 주거지가 보장되어 있어 당장 이사 갈 걱정이 없는 대통령만의 특권적 지위가 있었기에 가능한 거래였다. 이를 일반 서민들의 고단한 현실과 동일선상에 놓고 "정상적 거래"라고 우기는 태도는 국민의 삶에 대한 공감 능력 부재를 정면으로 드러낼 뿐이다.

 

내가 하면 정책 실현을 위한 솔선수범이고, 국민이 하면 투기이자 적폐인가

 

이번 분당 아파트 매각 파문은 단순한 개인의 부동산 거래 해프닝으로 끝날 수 없다. 현 정권이 추진해 온 부동산 및 금융 정책의 공정성과 도덕적 정당성을 뿌리째 흔들어버린 결정적 사건이다. 대통령이 진정으로 부동산 시장의 안정과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바란다면, 기만적인 변명으로 일관할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만든 규제의 벽 앞에서 고통받는 국민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스스로의 정책적 모순과 내로남불 행태, 그리고 왜곡된 자금 조달 관행에 대해 국민 앞에 겸허히 고개 숙여 사과하는 것, 그것이 무너진 국정 신뢰를 회복하는 최소한의 조치이자 "여당의 당명을 '더불어근저당'으로 바꾸라"는 세간의 뼈아픈 비아냥으로부터 벗어나는 첫걸음이 될 것임을 이재명 대통령과 집권 여당 지도부는 뼈에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 유용욱 주필

 

- 1993년 KBS 공채 19기

- KBS 전략기획실 성과평가부장

- KBS 법무실장

- KBS N 경영본부장

- 현) 인싸잇 경기 편집국장 및 공동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