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임종옥 기자ㅣ 반도체 업종을 둘러싼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국내 증시가 하루 만에 급락세로 돌아섰다. 전날 대규모 매수세에 힘입어 코스피와 코스닥 양 시장에서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됐지만, 하루 만에 분위기가 완전히 뒤집히며 양 시장 모두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는 등 극심한 변동성을 나타냈다.

16일 유가증권시장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63.81포인트(-6.37%) 내린 6820.60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전 장보다 323.91포인트(-4.45%) 하락한 6960.50으로 출발하며 전날 회복했던 7000선을 장 시작과 동시에 내줬다. 이후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가 확대되면서 장중 한때 6730.87까지 밀려 낙폭이 7.6%를 넘기도 했다. 이 날 장중 고점과 저점의 차이는 265.06포인트에 달하는 등 높은 변동성을 보였다.
이 날 증시는 개장 직후부터 매도 압력이 집중됐다. 오전 9시 10분경 코스피 시장에서는 올해 들어 19번째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고, 오전 10시 20분에는 코스닥 시장에서도 19번째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전 날 양 시장에서 나란히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됐던 것과는 정반대의 흐름이다.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가 지수 급락을 이끌었다. 개인 투자자는 저가 매수에 나서며 3조 6629억 원을 순매수했지만, 외국인이 1조 3788억 원, 기관이 2조 3690억 원을 순매도하면서 개인 매수세를 압도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도 대부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전날 급등했던 삼성전자(-8.77%)는 다시 25만 원대로 밀려났고, SK하이닉스(-11.53%)는 200만 원 아래로 내려앉으며 반도체 업종 전반의 투자심리 악화를 반영했다.
이 밖에도 SK스퀘어(-12.30%), 삼성전기(-9.62%), 현대차(-2.07%), LG에너지솔루션(-0.30%), 삼성생명(-1.92%), KB금융(-0.28%) 등이 일제히 하락했다.
반면 일부 업종은 강세를 이어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과의 조선산업 협력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HD현대중공업(+2.76%), 한화오션(+5.73%) 등 조선주가 상승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0.94%), 기아(+3.24%), 한화에어로스페이스(1.51%)도 견조한 흐름을 보이며 시장 하락 속에서도 선방했다.
코스닥 역시 큰 폭의 조정을 받았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7.59포인트(-4.53%) 내린 791.84에 마감했다. 지수는 813.32로 출발한 뒤 낙폭을 확대하며 장중 786.59까지 밀렸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3036억 원, 1562억 원을 순매도했고, 개인은 4467억 원을 순매수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가운데 알테오젠(-4.16%), 에코프로비엠(-7.03%), 에코프로(-7.41%), 주성엔지니어링(-10.31%), 레인보우로보틱스(-7.67%) 등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반면 전 날 간암 신약 기대감으로 상한가를 기록했던 HLB(+1.73%)는 상승세를 이어갔으며 파마리서치(+2.75%), 휴젤(+2.57%) 등 바이오 종목도 강세를 나타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은 29조 7960억 원, 코스닥 거래대금은 4조 6950억 원으로 집계됐다. 높은 거래대금은 투자자들의 매매 공방이 치열했음을 보여준다.
증권가는 이번 급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를 꼽았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날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된 가운데 반도체 업황에 대한 의구심이 이어지면서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고 분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에서 마이크론(-8.0%), 샌디스크(-8.1%), 웨스턴디지털(-8.8%) 등 주요 반도체 종목이 급락하면서 국내 반도체 업종 투자심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외국인 매도가 집중되면서 지수 하락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번 금리 인상이 이미 예상됐던 결정이었던 만큼 증시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었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4.3원 내린 1480.4원에 거래를 마쳤다.

1
2
3
4
5
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