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당원게시판 사건, 범죄행위에 정치생명 끝낼 아킬레스건 될 수 있는 이유

인싸잇=심규진 | 국민의힘 박민영 대변인이 본인 채널을 개설한 지 일주일도 안 돼 조회 수 15만 회를 기록한 영상이 있다. 장동혁 대표가 한동훈 전 대표의 행위를 “범죄행위”라고 못 박은 발언이 화제가 되자, 이 당원게시판 논란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짚은 영상이다.

 

 

필자 역시 장동혁 대표의 “한동훈이 제명된 이유는 범죄행위 때문이다”라는 발언 이후, 제도권 언론의 한 베테랑 기자로부터 “당원게시판 사건의 진실이 무엇인가”라는 취재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

 

놀라운 것은, 사건이 처음 터졌을 당시 국민의힘을 담당했던 기자조차 이 사건의 디테일을 잘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 기자에 따르면 당시 상황은 이랬다.

 

처음에는 한동훈 본인으로부터 “1968년생 동명이인이 쓴 글이라 한동훈 대표와는 무관하다”는 설명이 나왔다.

 

실명 검색이 되지 않아야 할 게시판이 실명 검색되는 문제가 불거지자 당 사무처가 홈페이지를 셧다운했다.

 

당시 법률위원장이 브리핑을 했지만, 명확하게 해소되지 않는 느낌이었다.

 

마침 윤석열·김건희 부부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던 시기여서 “한동훈 가족들이 악플 좀 달았기로서니”라는 분위기 속에 흐지부지 넘어갔다.

 

이후 수사기관에서 별다른 입장 표명이나 진전이 없었고, 결국 해프닝 정도로 치부됐다.

 

이런 식으로 재래식 언론이 “가족들이 악플 좀 단 게 대수냐”는 프레임으로 한동훈 감싸기에 나서면서, 사건의 내용이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는 게 이 기자의 이야기였다.

 

왜 당 지도부는 이를 “범죄행위”라 규정했는가

 

장동혁 대표가 최근 방송에서 “해당행위가 아니라 범죄행위”라는 표현을 쓴 것은 예사롭지 않다. 단순히 당 대표를 비판했다거나 대통령과 각을 세웠다는 수준의 ‘해당행위’가 아니라는 것인데, 그렇다면 무엇이 이 발언의 근거가 됐을까.

 

첫째, 명의도용 의혹이다. 당무감사위 조사 결과 한동훈 가족들 명의로 된 것으로 추정되는 다수의 계정에서 수천 건의 게시글이 작성된 사실이 확인됐다고 한다.

 

이들 계정은 주소지에 근거한 선거구, 휴대전화 뒷자리, IP 주소까지 일치했다는 것이다. 즉 한동훈과 그 가족 명의의 다수 계정이 동시다발적으로 댓글을 달았다는 것인데, 미국에 거주 중인 것으로 알려진 한 전 대표의 딸 명의 계정에서도 같은 시간대에 비슷한 성격의 글이 올라왔다는 점까지 당무감사위 발표 과정에서 함께 언급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정황이 사실이라면, 본인이 직접 쓴 게 아니라 누군가 조직적으로 여론몰이용 댓글을 작성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안철수 의원도 “본인 집 IP주소만 밝히면 억울함을 풀 수 있는 사안인데 왜 조치를 취하지 않느냐”며 공세를 편 바 있다.

 

그럼에도 수사기관의 수사에 뚜렷한 진척이 없다는 점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다.

 

CBS 이정주 기자는 한동훈 당원게시판 사건의 본질은 “명의도용”이라고 확정적으로 주장하면서 한동훈에게 사실이 아니라면 나를 고소하라고 했지만, 한동훈은 무대응하고 있어 의혹을 더욱 키우고 있다

 

뿐만 아니라, 문제의 계정들은 사태가 불거지자 잇따라 탈당했다.

 

이 사건이 터진 뒤 당무감사위원회의 발표가 있고서야 이에 대해 한동훈 본인은 “나는 쓰지 않았지만 가족이 썼다”고 해명했는데, 정작 본인이 동명이인이라고 주장했던 계정마저 같은 시기 탈당 흐름과 IP·선거구·휴대전화 번호 일치성을 보였다는 점에서 이 해명이 사실과 다를 수 있다는 의심이 커지고 있다.

 

둘째, 업무방해 혐의 의혹이다. 이 사건이 터진 후 실명으로 게시글이 검색되는 오류를 바로잡기 위해 당원게시판을 셧다운했다는 게 당시 당의 공식 설명이었다.

 

그런데 정작 그날 밤 문제의 계정들 명의로 된 다수의 게시글이 삭제됐다는 것이 당무감사위원회의 발표 내용이다. 그렇다면 게시판 자체에 접근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누가 삭제를 했는지 그 주체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다. 이 과정에서 증거 인멸이나 조작이 있었는지 별도의 수사가 필요한 사안이다.

 

셋째, 정언유착 의혹이다. 친한동훈계는 “당원게시판을 누가 보느냐, 그게 여론에 영향을 미치느냐”며 반박하지만, 정작 당시 친한동훈 논조로 알려진 채널A를 비롯한 일부 종편이 당원게시판 여론을 인용해 “반윤석열 정서가 팽배하다”는 취지로 보도했고, 친한동훈계로 분류되는 패널들이 같은 방송에서 이를 확대 재생산했다는 정황이 있다.

 

친한동훈계 패널로 알려진 이현종 씨가 당시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하는 방송에서 당원게시판 글들을 논거로 인용한 방송분도 남아있다. 이런 흐름이 사전에 조직적으로 이뤄진 것인지, 우연의 산물이었는지는 강제수사와 포렌식을 통해 규명이 필요하다.

 

넷째, 대응 방식 자체의 문제다. 장동혁 대표의 “범죄행위” 발언에 한동훈은 정면으로 반박하지 못한 채, 당무감사위원장의 문구 수정 같은 지엽적 사안만 문제 삼고 있다. 명의도용을 통한 여론조작 의혹, 직권남용·증거인멸 의혹, 정언유착 의혹이라는 핵심 쟁점은 정면으로 다루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 사건과 관련해 30건이 넘는 고발이 접수됐고, 경찰이 국민의힘 측에 수사 협조를 요청한 사실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이는 수사가 진행 중이거나 개시 단계라는 의미일 뿐, 유죄가 확정됐다는 뜻은 아니다.

 

남는 질문들

 

필자에게 사건의 디테일을 문의했던 그 기자는 이렇게 말했다.

 

“의혹을 제기하는 쪽은 A, B, C를 말하는데 한동훈은 F를 얘기하는 것 같아 사실 관계를 정확히 모르겠다는 느낌을 줘요."

 

이 기자는 동시에, 장동혁 지도부가 레거시 미디어에 스피커를 구축하지 못한 문제도 있지만 쟁점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한동훈과의 기싸움처럼 비치는 노이즈만 키운다는 인상도 있다고 지적했다.

 

만약 국민의힘 대변인들이 친한계 색채가 짙은 방송에 직접 나가 이 사안의 쟁점을 조목조목 정리해 알린다면, 지금과 같은 물타기와 쟁점 흐리기가 계속 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 사건의 실체가 어디까지 사실이고 어디부터가 의혹인지는 결국 수사와 사법적 판단을 통해 가려질 문제다.

 

다만 여당 대표를 지낸 인물을 둘러싸고 범죄행위, 명의도용, 업무방해, 직권남용이라는 무거운 단어들이 당 지도부 입에서 공개적으로 나왔다는 사실 자체가, 이 사건이 단순한 정치적 해프닝으로 덮어두기에는 너무 커져버렸다는 방증이다.

 

진영과 계파를 떠나 합리적 의심과 이미 드러난 정황에 따른 투명한 진상 규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 의혹들에 명쾌한 소명 없이 회피성 대응으로 일관한다면, 한동훈은 정치적 신뢰도에 치명적인 타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 이 칼럼에서 언급된 명의도용, 업무방해, 직권남용, 정언유착 관련 내용은 상당 부분 당무감사위 조사 결과와 특정 유튜브 채널 방송, 관련자 발언에 근거한 주장·의혹이며, 수사기관이나 법원의 확정된 판단이 아님을 밝힙니다.

 

□ 심규진 스페인 IE대학교 조교수 약력

정치 문법을 문화 전쟁의 관점에서 재구성하며, 우파의 문화적·정치적 복권과 승리를 이끄는 담론을 제시하는 커뮤니케이션 및 미디어 연구자다. 호주 멜버른대학교, 싱가포르 경영대학교(SMU) 등 세계 유수의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싱가포르 교육부 미디어개발국 및 스페인 과학혁신부의 지원을 받아 국제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학사, 미시간 주립대학교에서 석사, 미국 시러큐스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국제 커뮤니케이션 학회(ICA)에서 최고 논문상을 수상한 바 있다. 또한 지역민방 청주방송과 미디어다음에서 기자로 활동했고, 여의도연구원 데이터랩 실장, 국방부 정책자문위원 등을 역임하며 학문과 실무를 아우르는 보수 우파의 브레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현재 유튜브 채널 〈국민스피커 심규진 교수〉를 통해 정파적 이해에서 자유로운, 독립적 민심과 데이터 기반 정치 평론이라는 대중적 실험에 나서고 있다.

▶ 유튜브 검색: @kyujinshim78

저서로는 『하이퍼젠더』,『K-드라마 윤석열』, 『새로운 대한민국』(공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