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이슈] 배재고 응원 논란, 교육을 정치 문제로 키우는 무책임한 어른들

배재고, 부적절한 응원 구호... 6개월 출전정지 징계
배재고 동문 및 학부모 “잘못은 인정... 징계는 과도”
“정치적 논쟁보다 교육적인 방향으로 해결되야”

인싸잇=임종옥 기자ㅣ 지난달 29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81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왕중왕전에서 배재고 일부 학생 선수들이 상대팀인 광주제일고를 향해 “가야지, 가야지,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응원 구호를 외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광주제일고 측은 해당 구호가 최근 사회적 논란이 된 사안을 연상시킨다며 경기 도중 심판에게 항의했고, 심판은 배재고 측에 주의를 줬다. 하지만 이후 관련 영상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되면서 논란은 전국적으로 확대됐다.

 

배재고는 곧바로 사과문을 발표하고 “일부 학생들의 부적절한 응원 구호로 광주제일고 선수단과 학부모, 동문, 시민 여러분께 상처를 드린 점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해당 응원은 스포츠 정신은 물론 역사와 지역사회에 대한 존중이 부족했던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논란은 사과로 마무리되지 않았다. 서울시교육청과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조사에 착수했고, 협회는 징계위원회를 열어 배재고 야구부에 출전정지 6개월의 중징계를 결정했다.

 

여기에 일부 5·18 관련 단체들은 관계자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고, 사안은 사회적 논란으로 번졌다.

 

3일에는 법적 대응 움직임도 이어졌다.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서울경찰청에 협회 관계자들을 강요 및 업무방해 혐의로 처벌해 달라는 내용의 고발장을 제출했고, 자유대한호국단 역시 비슷한 취지의 고발장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논란이 교육과 스포츠를 넘어 정치·사회적 갈등으로 확대되면서 “정작 가장 큰 피해자는 학생들”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관계자들은 사태의 조속한 해결과 학생들의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

 

3일 김동연 배재학당총동창회장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에 탄원서를 제출하며 “청룡기 대회에서 발생한 일로 마음의 상처를 입으신 광주제일고 학생 선수와 동문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후배들은 아직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에 있는 학생들”이라며 “잘못을 깨닫고 반성하며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 교육의 중요한 가치”라고 강조했다. 또 “이번 경험이 평생의 교훈이 되어 더욱 성숙한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선처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배재고 1학년 학부모라고 밝힌 한 학부모도 “처음에는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놀랐고, 광주제일고와 지역사회의 분노를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징계 수위가 지나치게 높고, 아이들의 문제가 정치적 문제로 확대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배재고 재학생 전체가 큰 피해를 입고 있다”며 “등하굣길에 정치적 문구가 적힌 현수막 등을 마주하는 것이 과연 교육적으로 바람직한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이 교복을 입고 지하철을 이용하는 것조차 부담스러워할 정도로 심리적 압박을 받고 있다”며 “야구부 학생들은 현재 수업에도 제대로 참여하지 못한 채 하루 종일 반성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잘못은 분명하지만 아이들의 입장도 함께 생각해 주셨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배재고 동문이자 17년째 야구후원회장을 맡고 있는 김태경(74) 씨도 “아이들의 일을 어른들이 너무 크게 만들어 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문제는 지역 갈등이 아니라 교육적으로 풀어야 할 사안”이라며 “학생들이 잘못했다면 제대로 가르치는 것이 어른들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또 “두 학교 모두 교육적 관점에서 조속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오랫동안 야구부를 지켜온 사람으로서 지금은 마치 내 아들이 큰일을 겪는 것처럼 참담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이영선 학생스포츠인권위원회 대표 역시 “학생들의 문제에 어른들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개입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징계 절차 역시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절차가 제대로 진행됐다면 당사자들에게 충분한 소명 기회가 주어졌을 것이고, 지금처럼 감정적인 대립으로 번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학교와 교육청, 협회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에 여러 외부 단체들이 개입하면서 갈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번 논란은 학생들의 부적절한 응원에서 시작됐지만, 교육과 스포츠의 영역을 넘어 사회·정치적 갈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잘못에 대한 책임은 분명히 묻되, 학생들이 반성과 성장을 통해 다시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교육의 본질이라는 목소리도 함께 커지고 있다.

 

수많은 국가 정책 가운데 가장 신중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분야는 단연 교육이다. 교육은 단순히 눈앞의 성적이나 입시 결과를 개선하는 데 목적이 있는 정책이 아니다.

 

한 사회의 미래를 이끌어 갈 인재를 키우고, 올바른 가치관과 공동체 의식을 길러주는 국가의 가장 중요한 장기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육은 순간의 여론이나 감정에 휩쓸리기보다, 아이들의 성장과 변화 가능성을 중심에 두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이번 배재고와 광주제일고 응원 논란 역시 같은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학생들의 잘못은 분명히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나 그 과정이 처벌과 갈등에만 머문다면 교육의 본래 목적은 사라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잘못을 통해 배우고 반성하며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할 기회를 만드는 것이다. 교육은 아이들의 미래를 닫는 일이 아니라, 더 나은 미래를 열어주는 과정이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이번 배재고-광주제일고 문제의 가장 큰 피해자는 해당 아이들이다. 이 아이들이 응원 구호를 외칠 때 과연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만큼의 많은 의미를 두고 했던 것일까.

 

이번 일을 지켜보며, 우리는 배재고와 광주제일고에서 앞으로 메이저리그를 누빌 수도 있었을 소중한 유망주들을 잃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게 된다.

 

학생들의 가능성이 갈등과 논란 속에서 꺾이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잘못은 분명히 바로잡아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아이들의 미래까지 잃게 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