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전혜조 기자ㅣ미국 연방 하원 법제사법위원회가 한국 정부가 쿠팡 등 미국 소유 기업을 차별적으로 규제했다는 내용의 중간 조사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건 대응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과도한 규제와 조사를 벌였으며, 국가정보원(국정원)이 중국 내 기기 회수 과정에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1일(현지시간) 공개된 35쪽 분량의 중간보고서는 한국이 오랫동안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차별적인 규제와 과도한 조사를 벌이고, 막대한 과징금을 부과해 경쟁을 제한해 왔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의 절반 이상은 쿠팡 사례에 집중됐다. 하원 법사위는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후 여러 정부기관으로부터 수십 건의 조사를 받았고, 4,229건의 자료 제출 요구와 652건의 직원 면담을 거쳐야 했다고 밝혔다. 또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기관이 미국 기업인 쿠팡에 한국 경쟁사보다 불리한 규제를 적용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보고서는 국정원이 쿠팡 측에 중국 상하이에서 전직 직원이 보관하던 하드디스크 등 저장장치를 회수하라고 요구했고, 잠수부를 동원해 강에 버려진 노트북까지 인양하도록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은 국정원의 협조 요청이 사실상 법적 의무에 해당한다는 자문을 받았고, 국정원 역시 쿠팡이 요청에 따라야 한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보고서는 또 국정원이 이후 해당 회수작전에 관여한 사실을 공개적으로 부인했으며, 국회에서 관련 내용을 증언한 해럴드 로저스 쿠팡 임시대표가 위증 등 형사처벌 압박을 받았다고 적시했다. 보고서에는 국정원이 직접 중국에서 활동할 수 없다는 이유로 쿠팡 직원이 현지에 가서 기기와 진술서를 회수해야 했다는 주장도 담겼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쿠팡에 부과한 4억1000만 달러, 우리 돈 약 6200억 원 규모의 과징금도 문제 삼았다. 보고서는 해당 과징금이 단일 기업에 부과된 역대 최대 규모라며, 한국 기업들의 유사 정보유출 사례와 비교해 지나치게 과도하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더해 보고서는 지난 2월 한국 국회를 통과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을 이른바 “반(反)쿠팡법”으로 지칭하며, 특정 유형의 정보 유출에 대해 기업 매출의 최대 1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 점을 문제로 제기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규제와 제재로 쿠팡의 시가총액이 40% 이상 감소했고, 미국 투자자와 쿠팡 플랫폼을 이용하는 미국 기업에도 피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쿠팡뿐 아니라 구글, 애플, 메타 등 다른 미국 빅테크 기업들도 한국의 온라인 플랫폼 규제와 클라우드 보안인증(CSAP) 제도 등 디지털 규제로 인해 경쟁력을 제약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의 규제 체계가 미국 기업의 경쟁을 막고 국내 기업을 보호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핵심 시각이다.
다만 한국 정부와 국정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인해 왔다. 국정원은 “쿠팡에 어떠한 지시나 명령, 승인도 한 사실이 없으며 그럴 권한도 없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외교부도 쿠팡에 대한 조사와 제재는 국적과 무관하게 국내법과 적법 절차에 따라 진행됐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번 문건은 미국 하원 법사위 보좌진이 작성한 중간보고서로 당장의 법적 구속력은 없다. 그러나 미국 의회가 한국의 기업 규제 문제를 공식 보고서 형태로 제기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파장은 작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 언론들도 보고서 내용을 비중 있게 다루고 있어, 향후 한미 통상 협상과 디지털 플랫폼 규제 논의 과정에서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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