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수십억 횡령’ 신한은행 직원 중형... 수사·재판서 드러난 ‘내부통제 부실’

인싸잇=한민철 편집국장 | 신한은행(은행장 정상혁)에서 수출입 무역 계좌를 이용해 수십억 원을 횡령한 전 직원이 법원으로부터 중형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초 일부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이번 사건의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는 기존에 세간에 드러나지 않은 은행 측의 내부통제 부실을 지적할 만한 정황도 발견됐다. 10여 차례에 걸쳐 14억 원 이상을 지점 직원이 횡령하고, 40건 이상의 문서를 조작하는 사이 취임한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글로벌 선진 수준의 내부통제 혁신’을 목표로 세웠다.

 

 

최근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 11부(부장판사 고충정)는 특가법위반(횡령) 혐의로 구속기소된 신한은행 전 직원 Y씨에 징역 7년을 선고했다.

 

Y씨는 재판 과정에서는 30건 이상의 반성문을 재판부의 제출했지만, 중형을 피하지 못했다. 신한은행 측도 공판이 시작되자 Y씨에 대한 엄벌 탄원서를 내면서 양형에 영향을 미쳤다.

 

재판부는 Y씨의 신한은행에 대한 횡령 액수가 커 그의 경제적 능력 및 현 상황 등에 비춰봤을 때 향후 은행 측이 피해를 전부 구제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지 않는 만큼 중형을 피할 수 없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Y씨는 지난 2021년 12월경 신한은행 서울 압구정 지점에 근무하면서 약 2년 6개월에 걸쳐 14억 원 이상을 횡령한 것으로 파악됐다.

 

Y씨에 대한 행위는 이미 지난해 3월경 신한은행 측이 자체 감사 과정에서 적발해 금융감독원에 보고했고, 이후 복수의 언론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특히 당시 Y씨가 타 지점으로 자리를 옮기고 퇴사한 뒤 잠적했다는 사실까지 드러나며 충격을 준 바 있다.

 

관련 언론보도 등에서는 Y씨가 수출입 기업의 무역 어카운트 관리 업무를 담당하면서 존재하지 않는 거래를 서류상으로 조작해 만들어 돈을 챙겼다는 정도로 언급했다. 다시 말해, 피해자인 신한은행 측의 관리 부실 등에 관한 목소리는 많지 않았다.

 

그런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밝혀진 Y씨에 대한 범죄사실 살펴보면, 당시 신한은행이 내부통제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올만한 정황을 여럿 찾아볼 수 있다. 


Y씨는 신한은행의 고객사이자 유명 제지업체인 M사가 수출 거래 대금을 수출채권을 통해 받는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그는 M사로부터 수출채권 매각을 통한 대금 신청이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M사로부터 수출채권 매각 의뢰가 들어온 것처럼 신한은행의 매입신청서를 위조했다.

 

다시 말해 M사의 수출채권을 실제로는 신한은행 측에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위조된 매입신청서를 통해 이를 사들인 가짜 거래가 이뤄진 셈이다. 이에 따라 신한은행 측이 지급할 대금은 Y씨가 자신의 명의인 타 은행 계좌로 송금했다고 한다.

 

기존 일부 보도에서 Y씨가 은행 측의 의심을 피할 목적으로 차명 또는 돌려막기식 입출금 수법을 써먹었다고 하지만, 검찰 공소사실에는 이런 정황은 딱히 포착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저 Y씨는 ‘당당히 자신의 명의 계좌’로 횡령한 금액을 송금받았다.

 

특히 Y씨는 수출채권을 사들이는 매입신청서에 신청인에 관한 정보와 만기일, 채권금액 등 상세 정보를 사내 ‘2D신청서 프로그램’을 통해 조작했다고 한다.

 

해킹 또는 서류 조작을 위한 별도의 외부 프로그램의 도움이 없이 사내 공용 프로그램으로 이 또한 ‘당당히 조작’에 성공한 것이다.

 

그는 이 조작한 매입신청서를 은행 감사 담당자 측에 제출까지 했는데, 2년 6개월 이상 심지어 2025년 퇴사 전까지 여기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아무도 몰랐던 것이다. 검찰 수사 결과 이렇게 Y씨가 조작한 문서만 하더라도 40건 이상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렇게 Y씨는 약 10차례에 걸쳐 14억 원 이상을 횡령했다. 기존 언론보도에서는 그가 퇴사 후 잠적했다고 말했지만, 정확히는 해외로 도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횡령 범죄 동안 정상혁 행장이 세운 ‘글로벌 선진 수준 내부통제’ 목표

 

지난해 Y씨의 횡령 행위에 대한 신한은행 측의 내부 조사 사실이 언론보도로 알려지자, 일각에서는 신한은행 측이 금융계 최초로 ‘내부통제 책무구조도’를 금감원에 제출한 게 2025년 1월로, 실제 현장 적용까지는 시간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또 Y씨의 횡령 범죄가 이뤄지던 시기에는 무역 금융 분야까지는 은행 측의 실시간 모니터링이 취약할 수 있다며, 사실상 당시 신한은행 측의 내부통제 능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논조의 보도가 이어졌다.

 

 

하지만 Y씨의 범죄가 한창이던 시기 취임한 정상혁 현 은행장은 경영전략회의에서 향후 신한은행의 목표로 “글로벌 선진 은행 수준의 내부통제 관리 체계 혁신”을 말한 바 있다.

 

또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진행한 신한금융지주 이사회에서는 신한금융의 강력한 내부통제를 강조하기도 했다.

 

‘내부통제 책무구조도’의 도입 시기를 방패로 세울 것도 없이 이미 신한은행은 은행장과 그룹 회장부터 혁신적이며 강력한 내부통제를 강조한 바 있고, 그때 지점 직원은 사내 프로그램을 이용해 문서를 조작하고 10여 차례에 걸쳐 14억 원 이상을 횡령해 자기 계좌에 당당히 이체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