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이슈] “12세도 신용카드 발급 가능”… 금융교육인가, 조기 소비 조장인가

5월 4일부터 만 12세 미성년자 신용카드 발급 허용
부모 동의 후 최대 50만 원까지 사용가능
본인이 아닌 부모가 대신 갚아주는 소비 습관 우려

인싸잇=임종옥 기자ㅣ 지난달부터 만 12세 이상 미성년자도 부모의 신청과 동의가 있을 경우 본인 명의의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중·고등학생은 물론 일부 초등학생도 카드 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일각에서는 이른 시기부터 올바른 소비 습관을 들일 수 있다는 효과를 기대하지만, 반대로 무분별한 과소비가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달 4일부터 새롭게 도입된 청소년 신용카드는 부모의 신용을 기반으로 운영된다. 카드 사용 한도는 기본 월 10만 원이며, 부모의 추가 동의가 있으면 최대 50만 원까지 확대할 수 있다.

 

사용 가능한 업종도 문구점, 편의점, 서점, 학원, 병원, 교통 분야 등 실생활과 밀접한 곳으로 제한된다. 유흥업소나 사행성 업종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또한 자녀가 사용한 금액은 부모의 카드 실적에 합산돼 청구된다.

 

금융당국은 이번 제도가 청소년의 합리적인 소비 습관 형성과 금융교육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금 사용이 감소하고 디지털 결제가 일상화된 상황에서 청소년들이 보다 안전하고 체계적으로 결제 수단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부모가 자녀의 소비 내역을 확인하며 예산 관리와 결제 방식, 신용의 개념 등을 교육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미 체크카드라는 대체 수단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굳이 신용카드 사용을 허용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특히 카드 결제의 특성상 현금 사용보다 지출에 대한 체감이 낮아 과소비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청소년들이 신용의 개념을 잘못 이해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 카드 대금은 부모가 부담하는 구조인 만큼, ‘본인이 책임지는 신용’이 아닌 ‘부모가 대신 갚아주는 소비’로 인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학교폭력이나 카드깡 등 부적절한 용도로 악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물론 찬성 측에서는 이미 많은 가정에서 자녀가 부모의 카드를 빌려 사용하거나 부모가 대신 결제해 주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다. 차라리 제도권 안에서 사용 한도와 업종을 제한하고 부모가 사용 내역을 관리하도록 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실제로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들 사이에서는 찬성보다 반대 의견이 훨씬 우세하다.

 

<인싸잇>이 확인한 한 서울권 지역 맘카페에서는 이번 쟁점에 대해 “미성년자가 왜 미성년자로 분류되는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며 해당 제도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하고 온라인상에서 부정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이중에는 “도무지 부작용밖에 생각이 안 난다” “증여를 잡기 위한 용도인가. 경제력 없는 미성년자들에게 굳이 필요한 제도인지 모르겠다” “카드값은 누가 내는가. 성인이 되자마자 신용불량자가 되는 것 아닌가요” 등 미성년자의 경제적 책임 능력과 제도 악용 가능성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제도의 성공 여부가 금융 교육에 달려 있다고 입을 모은다. 단순히 카드 발급 연령을 낮추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학교와 가정에서 올바른 소비 습관과 신용의 의미를 충분히 교육해야 한다는 것이다.

 

청소년 신용카드가 건전한 금융 교육의 도구가 될지, 아니면 조기 소비를 부추기는 수단이 될지는 앞으로의 운영과 관리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