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관세 2.0’ 꺼낸 트럼프... 한국 관세 최대 22.5%로 치솟나

7월 24일 임시 글로벌 관세 만료 전 대체 관세 도입 속도... 7월 7일 공청회 후 확정
한국, 현행 10%에 강제노동 12.5% 더해지면 최대 22.5%
무역 전문가 “인권 명분 뒤에 관세 수입 유지 의도”

인싸잇=이다현 기자 | 미국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를 위헌으로 판결한 지 넉 달 만에 트럼프 행정부가 새로운 법적 근거를 앞세워 대규모 관세를 재추진하고 있다. 강제노동 생산 제품 수입을 제대로 차단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국을 포함한 60개 경제권에 최대 1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이다. 현행 임시 10% 글로벌 관세와 합산되면 한국산 제품에 부과되는 관세는 최대 22.5%까지 치솟을 수 있다.

 

 

대법원 위헌·연방법원 위법... 관세 공백 메우려는 301조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6월 2일(현지시각) 강제노동 생산 제품 수입을 제대로 차단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국을 포함한 60개 경제권에 최대 1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번 조치의 배경에는 잇따른 사법부 판결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재선 직후 국가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전 세계에 상호관세를 부과했으나, 미국 연방대법원이 지난 2월 이를 위헌으로 판결하면서 관세 체계가 무력화됐다.

 

이후 행정부는 무역법 122조에 따른 임시 10% 글로벌 관세를 발동했으나, 연방법원이 지난달 이마저도 위법으로 판결했다. 122조 관세는 발동일로부터 150일이 지나는 7월 24일에도 자동 만료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공백을 무역법 301조로 메우려 하고 있다. 301조는 외국 정부의 불공정 무역 관행이 미국 상거래에 부담을 줄 경우 행정부가 관세 등으로 대응할 수 있는 조항으로, 트럼프 1기에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와 기술 강제 이전에 대한 제재 수단으로 활용한 바 있다. 이번에는 ‘강제노동’과 ‘제조업 과잉생산’을 양대 명분으로 내세워 훨씬 광범위한 국가를 겨냥했다.

 

60개국 전부 ‘기준 미달’ 판정... 한국은 12.5% 세율 대상

 

USTR은 3월 12일 60개 경제권을 대상으로 무역법 301조 강제노동 조사를 개시하고, 6월 2일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대상 전 경제권이 미국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판정됐다.

 

54개국은 강제노동 생산 제품 수입 금지 조치를 아예 도입하지 않았고, 나머지 6개국(캐나다·에콰도르·EU·인도네시아·멕시코·파키스탄)은 금지 조치는 있으나 효과적으로 집행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됐다.

 

세율은 두 단계로 나뉜다. 강제노동 수입 금지 조치를 도입했거나 협정을 통해 공약한 14개 경제권(캐나다·EU·멕시코 등)에는 10%, 나머지 46개 경제권에는 12.5%가 제안됐다.

 

한국은 강제노동 자체는 금지하고 있으나 미국의 위구르 강제노동 방지법(UFLPA)과 같은 강제노동 수입 차단 체계를 운영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12.5% 대상국에 포함됐다. 미국은 예전부터 전남 신안군 염전 사건, 원양어선 외국인 노동 문제 등을 근거로 한국의 강제노동 문제 개선을 요구해왔다.

 

USTR 제이미슨 그리어 대표는 “강제노동을 차단하지 못하는 나라들 때문에 미국 노동자들이 불공정한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며 이번 조치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한국, 현행 10%에 강제노동 12.5% 더해지면 최대 22.5%... 합의 15% 방어 시험대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직접적이다. 현재 한국산 제품에는 임시 10% 글로벌 관세가 부과돼 있다. 강제노동 관세 12.5%가 추가로 확정되면 합산 관세율은 최대 22.5%까지 올라간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3500억 달러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대가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춘 바 있어, 301조 관세가 기존 한미 합의를 사실상 무력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과잉생산 관세 조사도 병행 중이다. USTR이 진행 중인 과잉생산 관련 301조 조사까지 마무리돼 추가 관세가 부과되면 한미 합의 15%를 넘어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 정부는 과잉생산 공청회에 참석해 “한국은 산업계의 적극적인 구조조정 노력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적 틀을 마련했다”는 입장을 제출했다.

 

아울러 자동차·철강 등 품목별 232조 국가안보 관세가 별도로 적용 중인 품목은 이번 강제노동 관세 추가 부과 대상에서 빠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 역시 USTR 최종 결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발표 다음날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화상면담을 갖고 기존 한미 합의 상호관세 15% 유지 의지를 확인했으며, USTR 대표를 만나 재차 확인받았다고 밝혔다. 청와대도 “기존 한미 관세 합의에 따른 이익 균형이 훼손돼서는 안 된다”며 전방위 대응에 나섰다.

 

WSJ “강제노동은 구실, 실제는 보편관세 복원”... 무역 전문가들도 법적 문제 지적

 

WSJ은 9일 사설에서 이번 조치를 “트럼프의 최신 대규모 증세(Trump's Latest Big Tax Increase)”라고 규정하며 강제노동 명분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WSJ은 “강제노동은 기업들이 해외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이유가 아니다. 다른 나라들에는 비교우위가 있다”며 USTR의 논리를 일축했다.

 

특히 강제노동 문제가 실제로 제기된 파키스탄과 인도네시아는 10% 세율을 받고, 아무 문제가 없는 스위스·영국·호주는 12.5% 세율을 부과받는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 타깃 설정이 강제노동이 단순한 구실임을 드러낸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운동 당시 모든 수입품에 10% 보편관세를 공약했는데, 301조 강제노동 관세가 그 수준에 수렴하고 있다는 점도 이번 조치의 진짜 목적이 인권 보호가 아닌 관세 수입 확보라는 해석에 힘을 싣는다. 세금정책재단(Tax Foundation)은 10% 보편관세가 10년간 1조 7000억~2조 2000억 달러의 세수를 올릴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301조는 원래 단일 국가의 부당한 무역 관행에 대응하기 위해 설계된 조항인데, 60개국을 한꺼번에 겨냥해 일괄 관세를 부과하는 이번 방식이 법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역 전문가들은 301조가 관세에 국한되지 않고 징벌적 과태료·보복관세·쿼터제 등 다양한 제재가 가능하며, 산업별·품목별 차등 제재도 허용된다는 점에서 기존 상호관세보다 오히려 더 광범위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수단이라고 분석한다.

 

71% “경제 운용 불만”... 중간선거 앞두고 공화당 내 균열 조짐

 

관세가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적 부담이 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폭스뉴스 여론조사에서 유권자의 71%가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운용을 부정적으로 평가했으며, 여기에는 트럼프 지지자의 42%와 대학 미졸업 백인 유권자의 67%도 포함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농기계에 부과하는 232조 관세율을 25%에서 15%로 낮추는 등 핵심 지지층인 농업 지대의 이탈을 막기 위한 조치도 병행하고 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 내에서도 관세 정책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USTR은 6월 22일까지 청문회 참가 신청을 받고, 7월 6일까지 서면 의견을 접수한다. 7월 7일 공청회를 거쳐 최종 관세를 확정할 예정이며, 새로운 관세는 7월 말부터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