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카카오 노조, 창사 첫 파업… 보상 체계와 고용 안정 요구

인싸잇=이서호 기자 | 카카오 본사 노동조합이 창사 이래 첫 파업에 돌입했다. 성과급을 둘러싼 노사 갈등에 촉발된 이번 파업에는 본사 직원의 약 4분의 1에 달하는 인원 참가했다. 이들은 성과급을 비롯한 보상 체계와 고용 안정 등을 사측에 요구하고 있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 크루유니언(카카오 노조)은 10일 카카오 사옥이 있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 일대에서 오전 10시부터 3시까지 부분 파업을 했다. 파업은 카카오 본사를 비롯해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디케이테크인, 엑스엘게임즈 등 5개 법인이 참여했다.

 

이날 박성의 카카오지회 수석부지회장은 “1500명에 달하는 인원이 이번 파업에 참여할 예정”이라며 “이중 카카오 법인 소속은 1000명”이라고 밝혔다. 카카오 본사 기준 전체 직원(3922명)임을 감안하면 4분의 1이 파업에 동참한 셈이다.

 

 

노조들은 고용 안정과 쟁취, 경영진 퇴진 등 구호를 외치며 정오부터 오후 1시까지 카카오 본사 건물에서 유스페이스 광장까지 약 800미터를 행진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행진 도중 엑스엘게임즈, 엔씨 등 판교 일대 IT 기업 사옥을 지나며 큰 목소리로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광장에 도착한 뒤 진행된 본집회에서는 판교 일대 IT업계 노조 관계자들도 자리에 참석해 마이크를 잡았다. 이들은 카카오의 이번 파업은 이들만의 문제가 아닌, IT 업계 전반에 확산된 고용 불안과 경영 책임 문제를 드러내는 사례라고 꼬집었다.

 

 

박영준 화섬식품노조 수도권지부장은 “우리 IT 업계 종사자들은 항상 구조조정과 희망퇴직을 안고 집으로 가야 한다는 고통이 있다”며 “우리는 기업을 살렸고, 국민을 위해 플랫폼을 만들었고, 나라를 위해서는 IT 플랫폼을 만들었는데 왜 우리는 하찮은 노동자로 전락해야 하냐”며 고용 불안 문제를 지적했다.

 

서동열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수석본부장은 “카카오는 최대 실적을 내고 있음에도 성과를 낸 우리 노동자들은 소외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일방적인 구조조정과 회사 운영 방침을 바로잡기 위한 생존권 투쟁”이라며 이번 파업에 대해 강조했다.

 

다른 IT업계 노조의 발언도 이어졌다. 황지인 우아한형제들지회 수석부지회장은 “카카오가 공동체를 강조하면서도 교섭 책임은 개별 법인으로 쪼개고 있다”고 말했다. 엄주일 야놀자지회장은 “경영 쇄신과 비용 효율화라는 명목으로 복지 축소와 고용 불안이 반복되고 있다”며 “카카오 노조 투쟁은 IT업계 전체와 맞닿아 있는 문제”라고 했다.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 노사는 성과급 지급을 두고 갈등을 겪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부터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대신 1년 근속한 직원에게 매년 500만 원 상당의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을 지급하기로 했으나, 노조는 RSU를 성과급과 구분해야 한다는 입장을 펼치고 있다. 이들이 요구하는 성과급 규모는 영업이익의 13~14%에 해당한다.

 

카카오 계열사 고용 안정 문제도 주요 쟁점이다. 노조는 카카오 계열사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사업 재편과 경영진 의사결정 과정이 구성원들의 고용 불안을 키운다고 주장한다.

 

반면 사측은 노조의 요구를 전면 수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이다. 카카오는 지난달 29일 입장문을 통해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 보상안 규모는 영업이익 기준을 회사에 큰 부담이 되는 수준”이라며 “크루 성과 보상은 미래 투자 여력과 주주가치 제고를 함께 고려하고, 지속 가능한 수준에서 균형있게 이뤄져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카카오 노조는 이날 오는 29일 추가 파업을 예고했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장은 “6월 29일 로그오프 데이를 준비해 시행한다”며 “카카오의 진짜 쇄신은 경영진이 아니라 크루(직원)가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29일 앞둔 파업 방식에 대해서는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