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임종옥 기자ㅣ 올해 1분기 저소득층의 경제 상황이 더욱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은 줄어든 반면 물가 상승으로 소비지출은 늘어나면서 가계 부담이 커졌고, 소득 불평등 역시 심화된 모양새다.
31일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에 해당하는 1분위 가구의 올해 1분기 실질 흑자액은 마이너스(-)43만 8000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지난 2019년 이후 1분기 기준 최대 적자 규모이며, 전체 분기를 통틀어도 가장 큰 수준이다.
반면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가구의 실질 흑자액은 +344만 5000원으로 나타났다. 같은 분기 기준으로 202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흑자액은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을 제외한 금액으로 가계가 실제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여윳돈을 의미한다. 흑자액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벌어들인 소득만으로 지출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저소득층의 처분가능소득이 정체된 가운데 이전 소득 감소와 각종 부담 증가가 겹친 점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식료품과 의료비 등 필수 소비 항목의 가격 상승도 가계 부담을 키우고 있다. 여기에 건강보험료, 사회보험료, 이자비용 등 고정비 부담까지 늘어나면서 실제 손에 남는 돈은 더욱 줄어들고 있다.
반면 고소득층은 자산 가격 상승과 소득 증가의 혜택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누리면서 여유자금이 확대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경제학에서 말하는 '캉틸론 효과(Cantillon Effect)'로 설명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금성 지원 정책, 저소득층 구조적 어려움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워” 보여준 결과
18세기 아일랜드 출신 경제학자 리샤르 캉틸론은 저서 『거래의 본질에 관한 일반 논고』에서 새로운 화폐가 경제 전체에 균등하게 퍼지지 않고 특정 계층과 시장에 먼저 유입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새로 공급된 유동성은 금융시장과 자산시장, 기업과 고소득층에 먼저 도달해 자산가격 상승의 혜택을 제공하는 반면 저소득층은 이후 상승한 물가와 금리 부담을 떠안게 된다.
실제로 주가 상승과 자산 가치 증가의 수혜는 상대적으로 자산 보유 비중이 높은 계층에 집중되고 저소득층은 식료품비·교통비·주거비·의료비 등 필수 지출 증가에 더 직접적으로 노출된다. 그 결과 경제 전체에 유동성이 증가하더라도 체감경기는 오히려 악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점에서 현 정부의 현금성 지원 정책만으로는 저소득층의 구조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시적인 지원은 단기적인 소비 여력을 제공할 수 있지만, 소득 창출 능력 개선과 물가 안정, 일자리 확대 등 근본적인 대책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지속적인 생활 개선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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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은 이제 단순한 현금 지원만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시적인 지원금이 당장의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생활비 부담과 미래에 대한 불안까지 해소해 주지는 못한다.
실제로 최근 2차 지원금을 바라보는 여론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감지된다. 1차 지원금 지급 당시에는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반가운 정책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기대보다 냉담한 반응이 적지 않다.
특히 지원 대상을 세분화하는 과정에서 일부 국민들은 자신의 경제적 위치를 다시 확인하게 됐고, 상대적 박탈감이나 소외감을 느끼기도 했다. 지원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정책의 형평성과 효과에 대해서는 의문이 커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최근의 가계동향 통계를 단순한 숫자가 아닌 사회 통합과 경제 지속가능성의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주식시장의 호황이나 일부 경제지표 개선만으로는 국민 다수의 삶의 질을 설명할 수 없다.
특히 저소득층의 만성적인 적자 구조가 고착화된다면 소비 위축과 사회적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기적인 지원을 넘어 경제 시스템 전반을 점검하고, 실질적인 소득 개선과 생활비 부담 완화를 위한 종합적인 정책 대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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