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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이슈] 영화 ‘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으면’… 문어가 이어준 가족의 시간

인싸잇=전혜조 기자 | <넷플릭스>가 최근 공개한 영화 ‘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으면’은 문어를 매개로 가족의 상실과 관계 회복을 다룬 작품이다. 제목만 보면 아쿠아리움을 배경으로 한 판타지 영화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작품이 중심에 두는 것은 신비로운 해양생물보다 오랜 시간 단절됐던 사람들의 관계다.

 


영화는 가족을 모두 떠나보내고 홀로 살아가는 노년 여성 토바와, 어느 날 갑자기 그의 앞에 나타난 손자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오래전 집을 떠난 아들과 연락이 끊긴 채 살아가던 토바는 아들의 사망 소식을 접하게 되고, 장례 과정에서 아들이 남긴 유일한 혈육인 손자와 마주한다. 처음 만난 할머니와 손자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여 있지만, 실제로는 서로의 과거를 알지 못하는 낯선 존재에 가깝다. 두 사람 사이에는 함께 보내지 못한 시간과 쉽게 꺼내기 어려운 상처가 놓여 있다.

 

영화는 이들이 단번에 가족이 되는 과정을 그리지 않는다. 대신 서툰 거리감 속에서 서로를 조심스럽게 바라보고 이해해 가는 과정을 차분하게 보여준다.

 

이 어색한 관계를 이어주는 존재가 문어 ‘마셀러스’다. 영화 속 문어는 단순한 구경거리나 마스코트에 머물지 않는다. 토바와 손자가 서로를 바라보는 방식을 조금씩 바꾸고, 가족이라는 이름 안에 남겨진 공백을 드러내는 장치로 쓰인다.

 


작품 안에서 문어가 중요한 역할을 맡은 것은 우연만은 아니다. 문어는 대중문화 속에서 꾸준히 호기심을 자극해 온 동물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당시 독일의 문어 ‘파울’이다. 파울은 독일 대표팀 경기 결과를 연달아 맞히며 전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다. 이후 국제 스포츠 이벤트가 열릴 때마다 새로운 ‘예언 문어’가 등장했고, 문어는 승부 예측을 떠올리게 하는 동물로도 알려졌다.

 

물론 문어가 실제로 미래를 내다본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문어가 특별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데는 이유가 있다. 문어는 무척추동물 가운데 가장 지능이 높은 생물 중 하나로 꼽힌다. 기억력과 학습 능력이 뛰어나고 사람의 얼굴을 구분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주변 환경에 맞춰 피부 색깔과 질감을 바꾸는 위장 능력 역시 문어를 신비로운 존재로 보이게 만든다.

 

이런 문어의 특징은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받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의 문어 선생님’에서도 잘 드러난다.

 


‘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으면’은 문어라는 신비로운 생물을 앞세우지만, 결국 사람의 관계를 이야기한다. 소중한 사람을 잃고 홀로 남은 인물과 뒤늦게 가족을 찾아온 인물이 서로에게 다가가는 과정을 차분하게 따라간다. 큰 사건보다 인물들의 거리감과 감정 변화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다.

 

2026 북중미 월드컵 개막이 다가오면서 ‘예언 문어’의 기억도 다시 떠오를 법한 시점이다. 영화 ‘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으면’은 문어를 승부를 점치는 존재가 아니라, 단절된 사람들의 관계를 이어주는 존재로 바라본다. 월드컵을 앞두고 문어라는 신비로운 생물을 다른 시선으로 만나보고 싶다면 한 번쯤 볼 만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