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심규진 | 이번 평택을 선거는 단순한 보궐선거나 지역 선거가 아니라, 2026년 대한민국 정치 지형 전체를 압축해 놓은 하나의 상징적인 스냅샷이라 할 만하다.

평택을은 대표적인 스윙보터 지역이다. 수도권 신도시와 산업단지, 미군기지와 원주민 지역, 중산층과 서민층, 청년층과 노년층이 복합적으로 섞여 있는 곳이다. 전통적인 영남·호남식 지역주의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지역이며, 한국 정치의 변화가 가장 먼저 감지되는 곳 중 하나다.
뉴이재명계 민주당 후보 김용남
실용보수를 내세우는 이재명계는 최근 보수층 인사들을 적극적으로 끌어모으고 있다. 문제는 선수층이 얇고 인물 경쟁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언주, 김용남, 충북지사에 출마한 신용한, 울산시장 선거에 출마한 김상욱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이재명과 마찬가지로 생존형 정치인이라는 점이다. 진영 충성도가 높지 않고, 각자도생에 특화된 정치 스타일을 보인다. 반면 좌파 진영 내부에서는 정체성과 정통성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친문 세력의 견제를 받고 있다.
향후 지방선거 이후 김민석이 당권 도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친문과 친명 간 세력 다툼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 과정에서 이재명이 자신의 정치적 생존과 장기 집권 체제를 위해 사실상의 ‘이재명당’을 구축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전위대 역할은 김민석이 맡게 될 가능성이 높고,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이재명계 핵심 인사로 꼽히는 정원오가 당선될 수 있을지가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이재명이 뉴이재명을 표방하며 젊은 대장동 변호인단, 박찬대, 김상욱 등 신진 세력을 구축하려고 하나, 이들에게서 전 세계적인 트렌드인 신우파적 역동성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그저 86세대의 가방모찌와 양지를 따라가는 철새 정치만 보일 뿐이다.
친문 팬덤의 황태자, 조국
썩어도 준치라는 말이 있다. 조국은 지난 총선에서 좌파 진영 대승의 일등공신 중 한 명이었다.
이재명은 사면·복권을 통해 정치적 청구서를 처리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조국은 오히려 이재명을 딛고 차기 친문 진영의 대권 주자로 발돋움하기 위한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취임 당시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던 문재인은 이제 정치적 영향력이 크게 줄어들었고, 친문 세력 역시 구심점을 잃은 상태다.
김경수가 경남지사에 당선된다면 친문의 한 축이 될 수 있으나, 조국에 비해 존재감과 당선 가능성 모두 낮아 보인다.
조국은 이재명과의 정면충돌을 피하면서도 친문의 마지막 구원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정청래, 김어준, 유시민 등 과거 친문 진영의 핵심 인물들이 조국을 중심으로 다시 결집하고, 향후 합당이나 정치적 재편을 통해 친문 세력의 주류화에 성공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조중동·유승민계의 몰락을 상징하는 유의동
이번 지방선거는 사실상 국민의힘의 올드 인프라를 기반으로 치러지고 있다.
유의동은 조중동식 레거시 정치와 유승민식 합리보수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박근혜라는 정통 보수의 상징이 여전히 정치적 영향력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도, 유의동은 과거 전성기 모델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평택을은 좌파 진영의 분열 덕분에 국민의힘이 충분히 승부를 걸어볼 수 있는 지역이었다. 만약 참신한 후보를 내세웠다면 의외의 결과도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유의동은 오히려 레거시 정치의 몰락을 상징하는 인물로 남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현재 보수 진영 내부를 보면, 유의동과 황교안의 정치적 거리가 유의동과 조국의 거리보다 더 멀어 보일 정도다. 이것이 지금 보수 우파가 겪고 있는 극심한 분열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유의동은 유승민을 불러들여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는데, 박근혜의 돌풍도, 이재명에 대한 역풍도 전혀 흡수하지 못하는 경쟁력 없는 후보가 되고 있다.
제도권에서 밀려난 장외 투사의 한계, 황교안
황교안은 박근혜 정부 시절 승승장구했지만, 이후 당권 경쟁 과정에서 유승민계와 김종인 체제에 밀려 제도권 정치에서 사실상 퇴출됐다.
이후 아스팔트 정치에 의존하며 정치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윤어게인 바람을 타고 일정 수준의 지지율을 확보했지만, 주류 질서를 뒤집을 만한 에너지를 감당하기에는 참신함도, 조직력도, 확장성도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평택을이 보여주는 미래
현재로서는 팬덤과 인지도를 가진 조국이 당선될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인다.
만약 조국이 승리한다면, 이는 단순한 개인의 당선이 아니라 좌파 진영 내부 분열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 친문 진영이 조국을 차기 후계자로 선택할 경우, 이재명 진영과의 노선 경쟁과 권력 투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극심한 내전 가능성은 보수 진영도 마찬가지다.
향후 보수 진영은 정통 보수 계열과 바른미래당 계열로 다시 나뉘는 흐름이 나타날 수도 있다.
정통보수진영은 박정희, 박근혜, 윤석열 전직 대통령들의 상징과 아젠다를 장동혁이 흡수할 수 있을까가 관건일 것이다.
뉴미디어 감수성 및 2030 의제 수용성, 원내조율능력 및 대여투쟁 선명성, 대중정치와 팬덤 형성 가능성 모든 면에서 장동혁을 능가할만한 정통보수 주자는 현재로선 보이지 않는다.
오세훈, 이준석 등이 레거시 미디어 장악력과 팬덤 화력에서 한동훈에 미치지 못하기에, 한동훈의 당락 여부와 관계없이 바른미래당 계열 보수는 한동훈을 구심점으로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
결국 지금 대한민국 정치는 점차 서유럽식 다당제 구조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서는 호남 지역당, 영남 지역당과 같은 새로운 지역 기반 정당들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좌파 진영은 강력한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지만 차기 권력 구도를 둘러싼 분열을 피하기 어렵고, 우파 진영은 고갈된 선수층과 세대교체 요구, 그리고 선명성 경쟁 속에서 내전을 피하기 어려운 구조에 놓여 있다.
즉, 우파 진영이 해야 할 것은 시장의 요구에 부합하는 세대교체와 선명한 체제 정상화를 위한 우파 아젠다를 제시하는 것이다.
레거시 진영이 '극우'라고 폄훼하며 낙인을 찍는 것들 가운데 상당수는 사실 평범한 시민들의 자유와 상식에 대한 요구일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해 내야 한다. 스타벅스 커피 이슈처럼 말이다.
평택을은 바로 그러한 대한민국 정치의 현재와 미래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인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 심규진 스페인 IE대학교 조교수 약력
정치 문법을 문화 전쟁의 관점에서 재구성하며, 우파의 문화적·정치적 복권과 승리를 이끄는 담론을 제시하는 커뮤니케이션 및 미디어 연구자다. 호주 멜버른대학교, 싱가포르 경영대학교(SMU) 등 세계 유수의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싱가포르 교육부 미디어개발국 및 스페인 과학혁신부의 지원을 받아 국제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학사, 미시간 주립대학교에서 석사, 미국 시러큐스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국제 커뮤니케이션 학회(ICA)에서 최고 논문상을 수상한 바 있다. 또한 지역민방 청주방송과 미디어다음에서 기자로 활동했고, 여의도연구원 데이터랩 실장, 국방부 정책자문위원 등을 역임하며 학문과 실무를 아우르는 보수 우파의 브레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현재 유튜브 채널 〈국민스피커 심규진 교수〉를 통해 정파적 이해에서 자유로운, 독립적 민심과 데이터 기반 정치 평론이라는 대중적 실험에 나서고 있다.
▶ 유튜브 검색: @kyujinshim78
저서로는 『하이퍼젠더』,『K-드라마 윤석열』, 『새로운 대한민국』(공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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