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이서호 기자 |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 직전 합의한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이 그룹 내 계열사에서 불만을 사는 모양새다. 비주력 사업부까지 막대한 성과급을 지급하는 회사의 보상 체계가 계열사들 임직원의 이목을 끌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등 주요 계열사에서는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성과급을 포함한 보상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와 삼성디스플레이 등 삼성그룹 내 주요 계열사들은 올해 초 임금협상을 끝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지난 20일 삼성전자 노사가 새로 신설한 ‘특별경영성과급’이 드러나자, 계열사 내부에서는 협상판을 다시 짜야 한다는 분위기가 나온다고 한다.
삼성전자는 올해 300조 원 영업이익 달성 시 메모리사업부 직원(연봉 1억 원 기준)에게 특별경영성과급과 기존 초과이익성과급(OPI)을 합쳐 최대 6억 원 수준(세전)의 성과급을 지급할 전망이다.
적자가 예상되는 시스템LSI·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사업부 역시 억 단위 성과급 지급이 예상된다. 반도체(DS) 부문 공통 재원에 따라 최소 1억 6000만 원의 특별경영성과급과 DS부문 공통으로 지급되는 OPI까지 합치면 총 2억 원 이상의 성과급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삼성전자의 파격적인 성과급 소식이 전해지자 계열사 직원들 사이에서는 허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다. 임금 인상률과 OPI가 삼성전자에 미치지 못한다는 불만에서다.
올해 임금협상에서 삼성전기는 5.9%, 삼성디스플레이는 6.2%, 삼성SDI는 4.0% 인상률에 합의했다. 이는 삼성전자 노사가 합의한 6.2%와 비교해 전반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계열사 중에서도 볼멘소리가 강한 곳은 삼성전기다. 삼성전기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열풍으로 실적이 꾸준하게 오르고 있다. 올해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연간 영업이익이 역대 최대 수준인 1조 5000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만약 삼성전자의 특별경영성과급 기준을 적용한다면 이 회사 직원 역시 막대한 보상이 예상되지만, 정해진 보상 규정의 한계로 인해 삼성전자와 같은 수준의 파격적인 성과를 누리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삼성SDI 내부에서도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삼성SDI 직원은 전기차 수요 정체 현상으로 배터리 사업이 부진하면서 성과급을 한동안 받지 못했으나, 삼성전자 비메모리 사업부인 시스템LSI·파운드리 직원들은 같은 DS부문이라는 이유만으로 억대 성과급을 지급받기 때문이다.
이에 그룹 내 노조는 계열사별로 성과급 제도 개편과 관련해 회사와 논의를 진행할 전망이다.
삼성전기 노조는 OPI 산정 방식을 변경하기 위해 임직원 의견 수렴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디스플레이 노조는 올해 하반기 성과급 대체 보상제도 도입 등을 사측과 협의할 계획이라고 한다.
한편, 일각에서는 성과급 잔치가 지속되면 회사의 경쟁력이 줄어든다고 목소리를 모은다. 당장 나온 이익의 상당 부분을 직원에게 성과급으로 지급하면 미래 설비 투자와 연구 개발 여력은 그만큼 줄어들기에, 기술 경쟁력이 줄어들어 패권이 타 기업에게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중국 D램 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는 빠르게 성장 중이다.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00% 이상 늘고, 시장 점유율은 2배 이상 확대된 8%를 기록했다. 글로벌 D램 시장에서 중국 업체가 빠르게 추격해 오고 있는 만큼, 막대한 이익 배분이 회사의 장기적인 경쟁력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
2
3
4
5
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