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백소영 기자 ㅣ 미국·일본·인도·호주 4개국 안보협의체 쿼드가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의 물류 차단 위험을 계기로 인도·태평양 공동 해양감시 체계를 출범시키며 “항행 권리와 자유”를 앞세운 해양안보 대응에 나섰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 페니 웡 호주 외무장관,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부 장관은 지난 26일 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쿼드 외교장관회의를 열고 ‘인도·태평양 해양감시 협력’ 구상 출범에 합의했다.
이번 구상은 쿼드 4개국의 해양 감시 역량을 연계해 실시간 정보 공유를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초기 감시 대상은 인도양 지역이다. 인도양은 페르시아만과 호르무즈 해협, 홍해로 이어지는 핵심 해상 교통로와 연결돼 있다. 이란 전쟁 이후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와 홍해 항행 위협이 커지면서 국제 에너지·물류 공급망 불안도 확대됐다.
4개국 외교장관들은 공동성명에서 핵심 해양 지역의 최근 상황이 주요 항로의 취약성과 상업 흐름 중단 위험을 드러냈다고 밝혔다. 해상 운송과 공급망 교란이 연료와 식량, 비료 공급뿐 아니라 선원 안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쿼드는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를 통한 글로벌 상업의 안전하고 중단 없는 흐름을 강조했다. 상업용 선박에 대한 공격을 규탄하고, 유엔해양법협약에 어긋나는 조치와 통행료 부과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냈다.
기존 ‘인도·태평양 해양영역 인식’ 구상도 인도양으로 확대된다. 쿼드는 선박 이동과 해양 상황 정보를 포괄적으로 파악하는 공통작전상황도를 구축하고, 각국의 감시 정보를 연동해 불법 해양활동과 항행 위협에 대응할 계획이다.
남중국해로 번진 해양안보 메시지… 中 강압행위 견제
쿼드의 해양안보 메시지는 중동 항로에 그치지 않았다. 4개국은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상황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무력이나 강압에 의한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공동성명은 해양 자원 개발 방해, 항행과 상공비행 자유 저해, 군용기와 해안경비대·민병선박의 위험한 기동, 물대포와 조명탄 사용, 선박 충돌과 차단, 분쟁 지형의 군사화 등을 문제로 지목했다. 중국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다. 다만 물대포와 조명탄 사용, 선박 충돌, 분쟁 지형 군사화 등은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주변국 간 충돌이 반복돼 온 사안들이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쿼드의 움직임에 반발하며 국가 간 협력이 지역 평화와 안정, 번영에 기여해야 하며 제3국을 겨냥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배타적 소그룹과 진영 대결에 반대한다는 입장도 냈다.
이번 회의에서는 각국 해안경비대가 참여하는 해상 감시 임무도 논의됐다. 인도는 다음 해상 감시 임무를 주관해 역내 불법 해양활동 대응을 위한 상호 운용성과 정보 공유를 강화할 계획이다. 쿼드는 남중국해 문제와 함께 테러 대응, 사이버 위협, 해상 불법 행위 등 초국경 안보 현안도 다뤘다. 인도·태평양에서 군사 충돌 가능성과 공급망 불안이 동시에 커지는 가운데, 쿼드는 해양 감시와 정보 공유를 중심으로 협력 의제를 구체화하고 있다.
핵심광물·에너지·북한 문제까지… 안보협력 범위 확대
핵심광물 공급망도 주요 의제에 포함됐다. 쿼드는 핵심광물 구상 프레임워크를 발표하고 채굴, 가공, 재활용을 포함한 공급망 강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안정적인 대체 조달망을 구축하겠다는 취지다.
아울러 에너지 안보 구상도 함께 출범했다. 미국은 올해 말 쿼드 에너지 안보 포럼을 주최할 예정이다. 중동 해상로 불안과 핵심광물 공급망 문제가 함께 다뤄지면서 쿼드 협력은 군사·해양안보를 넘어 경제안보 영역으로 넓어지고 있다.
또 북한 문제도 공동성명에 담겼다. 4개국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고, 북한의 불법 탄도미사일과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규탄했다. 이들은 북한의 악성 사이버 활동과 해외 IT 노동자 활동이 불법 무기 개발 자금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우려도 밝혔다. 북한과 군사협력을 심화하는 국가들에 대해서는 국제 비확산 체제를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일본 외무성은 이번 회의에서 4개국 장관들이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정세, 북한 문제, 이란 정세와 호르무즈 해협 항행 안전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해양·초국경 안보, 경제 번영과 안보, 핵심·신흥기술, 인도적 지원과 긴급대응 등 4개 분야를 중심으로 구체적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번 회의로 쿼드는 해양감시, 에너지, 핵심광물, 항만 인프라를 묶는 실행형 협력 구조를 강화하게 됐다.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에서 시작된 항행 자유 문제가 남중국해와 인도양, 핵심광물 공급망으로 이어지면서 인도·태평양 안보 논의도 해양안보와 경제안보를 함께 다루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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