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강용석 | 스타벅스가 정치권과 언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5·18 관련 논란 때문이다.
스타벅스코리아는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인 지난 18일 텀블러 프로모션 이벤트의 홍보물에서 ‘탱크 데이’,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를 사용했다고 한다. 해당 홍보물이 SNS 등에서 퍼지면서 5·18과 1987년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비하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는 동시에 손정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와 담당 임원을 해임했다. 그럼에도 정치권과 언론은 이번 논란을 그냥 놔주지 않는 모양새다.
이재명 대통령은 18일 엑스에 스타벅스의 ‘탱크 데이’ 이벤트를 지적하며 “대한민국 공동체와 기본적 인권, 민주의 가치를 부정하는 저질 장사치의 비인간적 막장 행태에 분노한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일에도 지난 2019년 논란이 된 무신사의 ‘책상을 탁 쳤더니 억하고 말라서’라는 문구의 광고 사진을 게재하며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사건, 그로 시발된 6월 민주항쟁을 모욕하고 조롱하는 광고”라고 지적했다.
또 여당 정치인을 중심으로 스타벅스 불매를 선언하며 스타벅스 로고가 적힌 종이를 불태우거나, 스타벅스 커피잔을 버리는 등 퍼포먼스를 앞다퉈 하고 있다.
심지어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자를 비롯한 당 소속 관계자들에게 스타벅스 출입 자제를 요구했다.
정 대표는 20일 경기 여주시에서 열린 여주현장선거대책위원회에서 “민주당의 선거운동을 하시는 분들이나 후보자 분들은 스타벅스 출입 자체가 국민들에게 매우 안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며 “스타벅스 출입은 자제해 주시는 것이 국민정서에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 이렇게 수조에 물을 가득 채워주니 언론은 물 만난 고기가 됐다. 친여 성향의 언론 매체를 비롯해 각종 메이저 언론사들도 앞다퉈 이 대통령의 해당 발언을 받아 적으며 ‘스타벅스의 5·18 조롱’ 이슈와 과거 정용진 회장의 ‘멸콩’ 발언까지 소환해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민주화 운동 세대들에게 5·18과 6월항쟁, 박종철이라는 레거시가 민감하다는 건 일응 동의한다.
하지만 대통령이 이렇게 중립성을 망각하고 향후 자신의 발언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최대한 객관적으로 판단하지 않은 채 한가하게 SNS에 글이나 끄적였다는 생각을 지울 수밖에 없다.
과거 2019년 문재인 정부 당시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 소위 ‘노재팬’ 운동 때도 그렇다. 유니클로와 일본산 맥주, 일본 자동차 등에 대해 정부와 여당이 노골적으로 불매운동을 부추겼고, 여기에 편승한 광기 섞인 행동에 피해를 본 건 결국 그 회사에서 일하는 한국인 근로자들이었다.
불매운동으로 무고한 근로자가 실직하고, 협력사가 폐업하거나, 국내 대형마트 브랜드가 매출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심지어 닛산자동차는 한국 시장에서 아예 철수했다. 대통령과 유력 정치인들의 언행에 문제를 일으키지도 않은 주변 사람들이 돌을 맞게 된다는 걸 증명한 대표적 사례였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번 논란에 신세계그룹은 총수의 진심 어린 사과와 임직원 해고라는 극단적 조치까지 신속히 이행했다.
그럼에도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대표, 민주당 국회의원들의 ‘노재팬 광기’를 연상케 하는 공개적이며 노골적 행동은 결국 아무런 잘못이 없는 스타벅스 매장 직원들과 다른 신세계그룹 소속 근로자들에게 피해를 줄 뿐이지 않는가.
정청래 대표는 법률의 ‘명확성의 원칙’은 제대로 알고 있는가
정청래 대표는 앞서 언급한 지난 20일 여주현장선거대책위원회에서 민주당 소속 관계자들에 스타벅스 출입 자제를 촉구하면서, 이번 논란을 계기로 민주화 운동을 폄훼하는 언행에 대해 처벌하는 법안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정 대표는 “5.18이나 다른 민주화 운동을 조롱·폄훼하는 것에 대해 더 강력한 처벌을 할 수 있는 법을 더 만들어야겠다. 그걸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에 역으로 묻고 싶다. ‘조롱·폄훼’의 명확한 기준이 무엇인가. 누군가는 탱크라는 단어가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단어라고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런데 필자의 주변 사람 중에는 이번 스타벅스 ‘탱크 데이’ 논란에 대해 “‘탱크 데이’가 왜 논란이 된다는 것인지 언론에서 설명한 내용을 보고 겨우 알았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탱크=5·18 비하’로 인식하지 않거나, 잘 모르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조롱·폄훼’라는 개념은 추상적이기에 사람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을 했을지라도, 대학 때 법률을 전공하지 않은 정청래 대표는 잘 모를 수도 있겠지만, 입법 과정에서 가장 필수적인 요소는 해당 법의 내용이 명확해야 한다는 것이다.
“명확한 법률 없이는 형벌도 없다” 즉 법을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하게 한다면, 이는 죄형법정주의는 물론이고 법적 안정성에도 정면으로 위배한다는 의미다.
모욕과는 엄연히 다른 조롱과 폄훼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고, 상대방이 그저 듣기에 기분이 나쁘다고 해서 정 대표가 말한 ‘민주화 운동 조롱·폄훼 강력 처벌 추진법’으로 처벌한다면, 이는 사법 체계에 대혼란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이처럼 국민적 반발이 충분히 예상되고 헌법상 위배 가능성이 짙은 법을 법사위원장까지 지낸 정당 대표가 추진한다고 공공연히 발언하다니 이것이야말로 반민주적 행위에 가깝지 않은가.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대표는 5.18 민주화 운동을 조롱·폄훼했다며 스타벅스와 정용진 회장을 난도질하기 전에, 과거 주취 폭행 사건으로 논란이 되는 정원오 현 서울시장 후보를 비판해야 하지 않을까.
정 후보는 과거 술자리 폭행 사건의 원인을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한 의견 차이로 상대방을 폭행했다고 하지만, 당시 피해자가 “그런 일은 없었다”고 부인하고 있다. 정 후보가 해당 논란을 해명하기 위한 가장 결정적 증거로 들고 있는 사건 판결문에서조차 “술을 많이 먹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의 심신미약을 주장하지 않았는가.
술을 먹어서 기억이 안 난다면서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한 의견 차이로 싸웠다는 건 또 어떻게 기억한다는 것인가. 이에 정 후보가 5·18 민주화 운동을 자기 면피를 위해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마저 상대 후보 진영에서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이것도 민주화 운동에 대한 폄훼 아닌가.
특히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26년 전 5.18 민주화 운동 전야제 행사를 마치고 벌어진 소위 ‘새천년 NHK 사건’의 당사자인 동료 정치인들의 행동 역시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신성한 민주화 운동 전야제 행사를 마치고 유흥주점에서 여성 종업원들과 술 마시며 유흥을 즐기고 술에 취해 동료 여성 정치인에게 욕설을 퍼부었다는 어마어마한 사건이다. 때문에 30년이 가까워지는 지금도 정치권에서 회자되고 있다.
이것이야 말고 5·18 민주화 운동을 조롱하는 일이며, ‘민주화 운동 조롱·폄훼 강력 처벌 추진법’으로 처벌해야 마땅한 사례 아닌가.
역설적이게도 당시 사건에 엮인 2명은 현재 6·3 지방선거와 재보궐 선거에 출마하고, 또 다른 한 명은 청와대 권력 실세로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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