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이서호 기자 | 삼성전기(대표이사 장덕현)가 인공지능(AI) 반도체 핵심 부품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글로벌 대형 기업과 1조 5000억 원 규모의 실리콘 캐패시터 공급 계약을 따내며 AI 인프라 핵심 공급망에 본격 진입했다. 계약 소식이 전해지자 이날 회사의 주가는 전날 대비 7.5% 급등하며 시장의 기대감을 반영하는 모습을 보였다.
삼성전기는 20일 글로벌 대형 기업과 약 1조 5000억 원 규모의 실리콘 캐패시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 금액은 지난해 매출액(11조 3145억 원)의 약 14%에 달하는 수준이다. 계약 기간은 오는 2027년 1월 1일부터 2028년 12월 31일까지다.
이번 계약은 삼성전기가 지난해부터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해온 실리콘 캐패시터 사업에서 거둔 첫 번째 굵직한 성과다. 약 1년 만에 회사 내 주요 사업 아이템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실리콘 캐패시터는 실리콘 웨이퍼를 기반으로 제작되는 초소형·고성능 캐패시터다. 주로 AI 서버용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성능 반도체 패키지 내부에 탑재되어 전력 공급의 안정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최근 AI 반도체는 처리 데이터양이 급증하며 전력 소모량이 크게 느는 추세다. 모델 학습과 추론 과정에서 대규모 연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AI 서버용 패키지는 일반 PC용 대비 면적이 크고, 층수가 증가함에 따라 전력 공급 안정성과 신호 무결성 확보가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 중이다. 순간적인 전력 변동에도 성능 저하나 오류가 발생할 수 있어, 노이즈를 제거하고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실리콘 캐패시터의 중요성이 커지는 분위기다.
실리콘 캐패시터는 기술 진입 장벽이 높아 일부 글로벌 기업을 위주로 시장이 형성됐다. 삼성전기의 경우 기존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와 패키지 기판 사업에서 쌓아온 초미세 공정 역량을 바탕으로 AI 반도체 핵심 공급망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삼성전기는 이번 계약을 기점으로 AI 서버뿐만 아니라 자율주행 시스템, 모바일 등 고성능 컴퓨팅 분야로 공급처를 다변화할 계획이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이번 계약은 삼성전기가 AI 시대 핵심 부품 토털 솔루션 공급자로서의 입지를 다지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향후 제품 라인업을 확대해 글로벌 고객사와의 협력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기는 2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 지수와 주요 종목이 전 거래일 대비 하락하는 와중에도 상승 마감했다. 이날 주가는 106만 10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전날 대비 7.5% 상승했다. 장중 한때, 3거래일 전에 세운 52주 최고가(113만 3000원)에 근접한 110만 6000원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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