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규진 칼럼] 6.3 지선의 정치적 의미 - 레거시는 재래식 언론으로 전락할 것인가

한동훈 왕정복고 세력에 맞선 신우파·2030·지역정치 연대의 힘은
보수 우파, 레거시 공중전의 종속변수로 머물 것인가...
아니면 지방정부에서 배양된 영남 의원들의 힘이 새로운 변수가 될 것인가

 

인싸잇=심규진 | “박민식 당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한 영남권 의원이 사석에서 던진 이 말은 의미심장하다. 김도읍, 김대식, 한기호 등이 한동훈 편을 드는 가운데, 오히려 언론에 나서지 않고 실질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의원들은 박민식을 강력히 지지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지금까지 보수 우파 정치는, 87체제 이후 한마디로 ‘조중동 정치’였다.

 

무엇보다, 조중동은 오피니언 리더들의 아젠다를 장악했다. 그래서 여론 형성에 절대적 영향을 미쳤다. 특히 하향식 우파 정치에서 일반 지지층은 조중동과 관료 엘리트가 낙점하고, 안보 위기 아젠다를 세팅하며 대세몰이를 하면 그 흐름에 편승했다.

 

스스로 의제를 설정할 미디어도, 구심점도 없었다. 그리고 정치부 기자들은 공천에 적극 개입했다.

 

그들은 정치인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조정·협상·의사결정 과정에 플레이어로 작동했다. 이번 지선에서는 사실상 지지층·당원·대중과 레거시 미디어 정치의 한판 승부가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여러모로 한동훈 옹립 작전에 나선 레거시는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1. 레거시 언론의 선수층 약화

 

두 번의 탄핵을 거치며 정통 정치부 커리어와 인맥이 풍부한 선수들이 대거 변두리로 밀리거나 사라졌다.

 

현재 보수 언론의 정치부 기자들은 과거보다 좌파 친화적인 성향이 강한 경우가 많고, 그래서 현 당 주류와 멀어진 채 오세훈·한동훈·이준석 같은 비주류를 밀고 있는 것이다.

 

즉, 현재 레거시 미디어 플레이어들의 실력이 과거만 못하다는 뜻이다.

 

2. 지방선거의 역사를 통해 축적된 지역 조직의 힘

 

좌파가 강해진 것은 지방자치를 통해 풀뿌리 대중주의 기반의 지역 정치인들을 발굴했기 때문이다. 반면 우파는 오랫동안 지역 토호 정치가 강했다.

 

그런데 지금 영남권 주류를 이루는 정치인들을 보면 조중동식 엘리트 관료가 아니라, 지방정부에서부터 차근차근 올라온 사람들이다. 즉, 밑바닥 대중정치에서 성장한 인물들이 주류가 됐다.

 

특히 영남권 시·도당위원장들을 보면 중앙의 고시 엘리트 코스를 밟고 낙하산처럼 고향에 꽂힌, 이른바 주호영 계열의 스펙이 아니라 지역 의회나 시민사회단체에서 경력을 쌓은 사람들이 주류다.

 

조중동의 영향력 없이 자수성가한 정치인들이기 때문에, 실제로 조중동 기자들과 일면식조차 없는 정치인들도 많다.

 

이들은 화려한 언론플레이 공중전은 하지 않지만, 지역의 백병전을 담당하는 이들이다.

 

실제 부울경 공천은 이런 탄탄한 지역 기반 조직에 의해 이뤄졌고, 김상욱과 같은 한동훈 공천이 낳은 재앙적 사태를 빠르게 수습하며 장동혁 지도부와 공조해 동남권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박형준 시장 또한 재선 재임 기간 동안 각 당협을 꾸준히 관리해온 것이 컷오프 위기를 딛고 현재 흐름을 만들어낸 원동력이 됐다.

 

즉, 지방자치가 낳은 지역 정치 구조가 우파가 조중동 영향력에서 상당 부분 이탈하게 된 핵심 요인이 된 것이다.

 

따라서 장동혁과 한동훈의 대결 구도에서도, 지역 조직 기반과 공천권을 가진 장동혁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 된 것이다.

 

3. 뉴미디어 화력, 청년들을 붙잡다

 

레거시는 검증된 인물을 소비할 뿐, 새로운 스타를 키우지 못한다. 썩어가는 음식에 날파리가 꼬이듯, 퇴행하는 집단에는 퇴물들이 모인다.

 

한동훈의 배후에는 조갑제, 진중권, 정미경, 정형근까지 붙어 있다. 청년들에게는 이름조차 생소한 사람들이 나와 벌이는 만담쇼가 과연 청년들과 중도층에게 소구될 수 있을까.

 

레거시는 한동훈이 이미 가진 팬덤 베이스와 지지율을 소모할 뿐, 그를 위해 새로운 지지층을 확장시켜주지 못한다.

 

이미 청년들과 스윙보터들은 뉴미디어로 대거 이동했다. 트렌드를 만드는 것은 인스타그램, 쓰레드, X다. 60년대생 정치인들에게 X와 쓰레드는 미지의 신대륙이다. 잘못 발을 디뎠다가 토착 풍토병에 걸려 정치적으로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 과감히 이 영토에 발을 디딘 것은 장동혁이다.
그는 이미 방미 건으로 레거시와 원내에 머리채를 잡혀 풍토병을 극복하지 못하고 죽을 뻔했다.

 

그러나 어느 정도 면역력이 생겼고, 용기도 얻은 듯하다. 그는 이제 뉴미디어 여론전에 자신감 있게 나서며 2030의 문법으로 말할 수 있게 됐다.

 

반면 한동훈은 이미 미래 보수 우파의 새로운 부족들에게 ‘타자화’됐다. 뉴미디어와 커뮤니티를 이끄는 결집력은 결국 “US vs THEM” 정서다.

 

즉, 한동훈은 이미 이질적인 강남좌파 PC주의자 정체성으로 박제됐으며, 정치적 부족주의가 강한 뉴미디어 환경에서는 그것은 곧 확장성의 종말을 의미한다.

 

한동훈이 앞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늙고 활력 없는 레거시 미디어의 재롱둥이로 소모되는 것뿐이다. 그가 유승민의 자리를 대체했듯, 또 다른 대체제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 심규진 스페인 IE대학교 조교수 약력

 

정치 문법을 문화 전쟁의 관점에서 재구성하며, 우파의 문화적·정치적 복권과 승리를 이끄는 담론을 제시하는 커뮤니케이션 및 미디어 연구자다. 호주 멜버른대학교, 싱가포르 경영대학교(SMU) 등 세계 유수의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싱가포르 교육부 미디어개발국 및 스페인 과학혁신부의 지원을 받아 국제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학사, 미시간 주립대학교에서 석사, 미국 시러큐스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국제 커뮤니케이션 학회(ICA)에서 최고 논문상을 수상한 바 있다. 또한 지역민방 청주방송과 미디어다음에서 기자로 활동했고, 여의도연구원 데이터랩 실장, 국방부 정책자문위원 등을 역임하며 학문과 실무를 아우르는 보수 우파의 브레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현재 유튜브 채널 〈국민스피커 심규진 교수〉를 통해 정파적 이해에서 자유로운, 독립적 민심과 데이터 기반 정치 평론이라는 대중적 실험에 나서고 있다.

 

▶ 유튜브 검색: @kyujinshim78

 

저서로는 『하이퍼젠더』,『K-드라마 윤석열』, 『새로운 대한민국』(공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