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백소영 기자 ㅣ 경찰이 집회 신고 절차를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시민사회와 법조계에서 “편의성보다 개인정보 악용 우려를 먼저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찰서 방문 신고 → 온라인 접수 전환
경찰청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집회·시위 문화 개선 정책 토론회’에서 온라인 집회신고제 도입과 집회·시위 대응 방식 전환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권칠승 위원장과 이상식·임호선·양부남·모경종·박정현 민주당 의원, 황운하·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 사단법인 한국공공갈등관리협회가 공동으로 마련했다.
경찰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과 시스템 구축을 거쳐 오는 8월 말부터 온라인 집회신고제를 시범운영할 계획이다.
현행 집시법상 집회·시위 주최자는 집회 시작 720시간 전부터 48시간 전까지 관할 경찰서장에게 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동안 집회 신고는 관할 경찰서를 직접 방문해 서면으로 접수하는 방식이 중심이었다. 이 때문에 주요 집회 장소를 선점하기 위해 경찰서 앞에서 대기하거나, 신고 가능 시점에 맞춰 현장을 찾는 불편이 반복돼 왔다.
경찰은 온라인 집회신고제가 도입되면 신고자가 경찰서를 방문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집회 일시와 장소 등을 입력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시스템에는 명의도용 방지를 위한 전자서명 기능이 들어가고, 접수증과 행정처분 결과 등은 전자우편이나 문자메시지로 송달하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 또 지도 기반으로 집회 장소를 선택하는 기능도 도입될 예정이다. 경찰은 신고 접수 시점을 세밀하게 기록해 선착순 논란을 줄이고, 행정 처리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이날 토론회에서 온라인 집회신고제가 “집회신고의 편의성을 높이고 행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취지로 밝혔다.
신고 편의성 높인다지만 전자서명 정보 축적 논란
다만 토론회에서는 온라인화에 따른 개인정보 보호와 신고 공정성 문제를 함께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온라인 신고 과정에서 전자서명과 신원확인 정보가 축적될 경우, 해당 정보가 신고 목적 외 용도로 활용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구본석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운영위원은 전자서명이 필요 이상으로 축적될 경우 목적 외 악용 우려가 있다며 보완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집회 신고는 단순한 행정 민원과 성격이 다르다. 집회 일시와 장소, 주최자 정보, 참가 목적 등이 함께 제출되는 만큼 신고 정보가 과도하게 축적될 경우 표현의 자유 위축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집회·시위 참여와 관련된 정보는 개인의 정치적 의사 표현과도 연결될 수 있어, 온라인 시스템 도입 과정에서 개인정보 보관 범위와 이용 목적, 폐기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은 신고 편의성과 행정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시민사회와 법조계에서는 시스템 설계 단계에서부터 개인정보 최소 수집 원칙과 목적 외 이용 차단 장치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집회 ‘관리’ 아닌 ‘보장’ 요구… 온라인 신고 공정성도 쟁점
토론자로 나선 이희범 한국 NGO연합 상임대표는 경찰이 집회를 ‘관리’가 아닌 ‘보장’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과거 경찰 기동대가 집회 주최 측을 압박하면서 불필요한 감정 충돌과 물리적 피해가 야기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찰의 정치적 독립을 강조하며 “경찰청장의 직급을 장관급으로 격상해 정치적 외압으로부터 중립성을 지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온라인 시스템이 기존의 현장 대기 경쟁을 없애는 대신,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선점 경쟁’을 만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특정 단체나 개인이 자동화 프로그램을 이용해 주요 장소와 시간대를 먼저 확보할 경우, 오프라인 선착순 문제가 온라인 공간으로 옮겨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디지털 오픈런’이 현실화될 경우 집회 신고의 공정성을 높이겠다는 제도 취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다.
고령자 등 정보 취약계층에 대한 보완책도 과제로 꼽혔다. 온라인 신고에 익숙하지 않은 시민이나 단체가 시스템 이용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고, 시스템 장애가 발생했을 때 신고 기간을 어떻게 보장할지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철희 법무법인 시티 변호사는 정보 취약계층을 위한 보완책과 시스템 장애 발생 시 신고 기간 연장 등 구제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경찰, 통제·관리 중심서 자율 질서유지 지원으로 전환
경찰은 집회 대응 방식도 기존의 통제·관리 중심에서 주최자의 자율적 질서유지 활동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공공안녕 위험도에 따라 경찰 경력을 차등 배치하는 사전·사후 안전평가, 경찰서 대화경찰팀 신설, 질서유지인 제도 실질화 등이 추진된다.
경찰은 서울경찰청 시범운영 결과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집회 건수는 예년과 비슷했지만 기동대 배치는 전년 대비 약 62% 감소했고, 불법·폭력 시위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집회신고제는 이달부터 해당 집회 대응 방안을 전국으로 확대 시행할 방침이다. 신고 절차를 간소화해 행정 편의성을 높일 수 있지만, 개인정보 보호와 시스템 악용 방지, 디지털 취약계층 보호 장치 마련이 과제로 남아 있다. 아울러 경찰의 집회 대응 관점을 ‘관리’에서 ‘보장’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문제도 주요 쟁점으로 꼽힌다.

1
2
3
4
5
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