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백소영 기자 ㅣ 국회 본회의에 오른 헌법개정안이 국민의힘 불참으로 투표 불성립 처리된 가운데, 자유와 정의를 실천하는 교수모임은 국회 앞에서 ‘개헌반대 왜 안돼’ 피켓을 들고 개헌 반대 집회와 의견 표명이 국민투표법상 형사처벌 대상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같은 해석이 국민의 개헌 반대 의견 표명과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개헌안의 내용과 추진 절차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는 자유와 정의를 실천하는 교수모임(이하 자교모)이 주최한 국민투표법 재개정 촉구 및 개헌 저지 집회가 열렸다.
같은 시각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등 6개 정당이 발의한 대한민국헌법 개정안이 상정돼 표결 절차가 진행되고 있었다.
현장에는 “개헌반대 왜 안돼”라고 적힌 피켓이 놓였다. 참석자들은 국민투표법 재개정을 요구하는 한편, 개헌안의 내용과 추진 절차에 대한 문제 제기를 이어갔다.
피켓 문구는 국민투표법상 제재 가능성이 개헌 반대 집회와 의견 표명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집회에 참여한 한 단체는 앞서 공지를 통해 개헌 반대 집회를 개최할 경우 국민투표법 제114조 제5항 제7호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 원 이하의 벌금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취지의 안내를 선관위로부터 받았다고 밝혔다.
해당 단체는 국민투표 실시 자체가 확정되지 않은 시점에서 개헌에 관한 일반적인 의견 교환까지 일률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에 대한 자의적 제한이라고 주장했다.
참석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위헌적인 국민투표법 재개정하라”, “개헌안 막아내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현장 주변에서는 집회 시작 전부터 1인 피켓 시위도 이어졌다. 일부 시민들은 ‘개헌 왜 해?’ ‘국민의힘 의원들은 개헌반대 당론을 따르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각각 들고 개헌 추진에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집회는 국민의례와 애국가 제창,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으로 시작됐다.
이어 자교모 상임대표인 이제봉 교수의 사회로 교수, 변호사, 청년,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자유발언이 진행됐다.
집회는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으나, 발언자들은 국민투표법상 표현 제한 논란과 개헌안의 주요 쟁점을 차례로 짚었다.
조맹기 서강대 교수는 대한민국 헌법의 역사적 뿌리와 자유주의 질서를 언급했다.
조 교수는 대한민국 헌법의 기초를 설명하며 “대한민국 헌법에는 종교의 자유와 재산의 자유가 분명히 있다”며 “자유주의 시장경제와 재산의 자유를 약화시키는 방향의 개헌 논의는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 헌법은 이성적 질서와 자연법적 기초 위에서 세워졌다”고 강조했다.
특히 “종교의 자유를 없애고 재산의 자유를 약화시키고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없앤다는 식의 논의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홍우조 고려대 교수는 헌법 전문에 특정 사건을 명시하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홍 교수는 “5·18운동이 민주화운동이라면 누가 유공자인지 떳떳이 밝혀야 한다”면서 “논쟁이 끝나지도 않은 일을 어떻게 헌법에 넣겠다는 것이냐”고 강조했다.
개헌 여론조사에 대해서도 “개헌 내용도 모르는 상황에서 찬반을 묻는 여론조사를 믿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국민의힘은 앞으로도 국회 개헌 투표에 불참한다는 당론을 국민 앞에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승수 변호사는 국민투표법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했다.
유 변호사는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조차 막으려고 국민투표법을 만들어 놓았다”며 “의회라는 탈을 쓰고 독재의 완성을 이루려는 흐름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유우파 국민들의 목소리가 없었다면 개헌 논의가 있는지조차 알지 못한 채 대한민국 헌법이 무너지는 현실을 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 때도 개헌안이 상정됐지만 국민들이 지켜냈다. 오늘의 승리로 끝까지 이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경화 자교모 사무처장은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칠 경우 정치권이 책임을 국민에게 전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 사무처장은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붙여 통과하면 국민들에게 불행한 결과를 초래해도 국회는 국민의 선택이라며 책임을 국민에게 전가하고 회피할 소지가 다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헌법을 바꾸는 것은 국가의 근본 틀을 바꾸는 매우 중요한 결정”이라며 “현재 발의된 개헌안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지우고 특정 세력의 정권 유지와 사유재산을 부인하기 위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 사무처장은 “이에 대해 주권자인 국민이 반대하면 왜 안 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개헌 반대를 외쳐서 감옥 가는 것보다 자유를 빼앗기는 것이 더 두렵고 무섭다”며 “우리는 진실을 말하고 외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에서 현장을 찾은 30대 여성 A씨도 개헌 추진 과정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A씨는 “국민적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수의 힘으로 개헌을 밀어붙이려는 모습이 독재에 가깝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개헌을 왜 해야 하는지 납득이 되지 않고, 누굴 위한 개헌인지도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정 사안에 대해 답을 정해놓고 헌법에 넣는 방식은 맞지 않다고 본다”며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개헌이라면 개선이 아니라 개악”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같은 날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헌법개정안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표결에 불참하면서 의결정족수 미달로 투표가 성립되지 않았다.
이번 개헌안은 5·18민주화운동 정신과 부마민주항쟁의 헌법 전문 명시, 계엄에 대한 국회 통제 강화 등을 핵심 내용으로 한다.
개헌안 의결에는 재적 의원 286명의 3분의 2인 191명 이상 찬성이 필요했지만, 국민의힘이 표결에 불참하면서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다.
아래는 이날 자교모가 현장 배포한 성명서 전문이다.
[ 성명서 ]
대한민국 정체성 파괴와 권력 야합을 위한 개헌 시도는 즉각 중지되어야 한다.
국힘당을 제외한 6개 정당 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개혁신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의 개헌안이 지난 4월 3일 187명의 서명으로 공동 발의되었고, 4월 6일 국무회의를 통과하였다. 가결을 위해, 재적의원 286명 중 3분의 2 이상인 191명의 찬성이 필요하며, 국민의 힘에서 이탈표가 최소 12명만 나오면 국회 통과가 가능한 상황이다. 5월 4일부터 10일 사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될 경우, 오는 6월 3일 지방선거와 함께 개헌 국민투표가 동시에 치러지게 된다.
발의된 개헌안은 헌법전문에 5.18과 부마 항쟁의 명시, 대통령에 대한 국회 통제 강화, 지역균형발전 의제 등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외양적 명분일 뿐, 그들의 의도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파괴하고, 정권의 권력 연장을 획책하며, 토지공개념 등을 포함하는, 전체주의 사회로 가기 위한 기초작업임이 분명하다.
그러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대한민국 국민은 5.18 유공자가 누구인지, 그들의 공적이 무엇이었는지 알지 못한다. 어느 나라, 어느 사회에서 유공자의 명단과 그들의 공적조차도 밝히지 못하면서, 그것을 헌법전문에 넣어 그 정신을 기념하고 있는가? 특정 지역의 특정 사건에 대한 미화로 오해받지 않기 위하여 부마항쟁도 끼워 넣겠다는 발상은 이 무슨 해괴한 논리인가? 민주화운동으로 인정받아 헌법전문에 넣으려면 그 명단과 공적부터 낱낱이 공개하여야 한다.
둘째, 대한민국의 헌법은 대통령의 권한이 막강한 것이 아니라 국회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것이 문제이다. 국회는 탄핵소추만으로 대통령의 권한을 정지시킬 수 있다. 또한 국민에 의해 선출되지 않은 헌법재판관들에 의하여 대통령은 파면될 수 있다. 반면, 국회는 대통령에 의하여 해산될 수 없으며, 행정부의 제재도 받지 않는다. 더구나 국회의원은 면책특권이라는 방탄을 이용하여 그들의 권한을 행사한다. 이런 상태에서 제왕적 국회가 어떠한 권한이 더 필요한가?
셋째,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권력분점은 분단국가의 안보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 지역균형발전은 실상 논쟁의 여지가 많은 정치 구호이다. 어느 나라가 균등하게 산업을 분산하고, 정부 부처를 이전하는가? 그것이 경쟁력이 될 수 없음은 이미 여러 나라의 역사에서 증명되었다. 지역 특색에 적합한 산업구조와 경제 활성화가 더 적합한 개념이다.
넷째, 민주당의 개헌안에는 자유민주주의의 ‘자유’가 삭제되어 있다. ‘민주주의’와 ‘인민(people)’은 전체주의 사회에서도 사용되는 단어이다. 북한은 스스로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라고 부르며, 중국 공산당 사회도 ‘중화인민공화국’이라고 칭한다. 일맥상통하게도 대한민국 민주당의 개헌안에는 ‘자유’가 삭제되어 있으며, ‘시민의 촛불혁명’을 헌법전문에 명기하려고 한다.
다섯째, 그들은 토지공개념을 강화하려고 한다. 중국에서 토지는 국가 소유이며, 개인은 그것을 일정 기간 사용할 수 있을 뿐이다. 북한 사회에서도 국가의 토지는 김 씨 왕가의 소유이며, 인민은 그 토지를 경작하는 노예일 뿐이다. 이들의 개헌 시도는 그들이 꿈꾸는 북한왕조와 중국몽을 따라가기 위함이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중시하는 대한민국의 건국 정신은 그들의 개헌안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 개헌을 시작으로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대한민국은 전체주의화하고, 중국의 속방으로 전락할 것이다. 이미 문재인 정권과 이재명 정권에서 수많은 反자유주의적이고, 反대한민국적인 악법들이 통과되었다.
이제 그들은 개헌을 통하여 전체주의와 중국의 속방을 완성하려고 한다. 위구르, 티베트, 대만, 홍콩에서 이미 겪었거나 현재 겪고 있는 일들이 이 땅에서 진행되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자유와 정의를 실천하는 교수모임 자교모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파괴하고 전체주의 사회로 만들려는 그들의 개헌 시도를 국민과 함께 분쇄하고 투쟁해 나갈 것이다.
자유와 정의를 실천하는 교수모임 (자교모)
2026년 5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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